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2016년 9월 1일부터 20일간 서울시 관광웹사이트(www.visitseoul.net)에서의 온라인투표를 통해 한류명소 10곳을 골랐다. 서울시는 이곳을 한류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집중홍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한류명소가 말 그대로 ‘명소’의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려 5번 출구로 향했다. 경복궁 입구인 흥례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열차에서는 보이지 않던 외국인이 2명에 1명 정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벽에 붙은 안내문을 잠시 동안 살피더니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았다.

▲ 경복궁 내 근정전.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다

출구로 향하는데 청소년 봉사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제교류문화진흥원 청소년문화단 소속이었다. ‘Free tour for foreigners’(외국인들을 위한 무료 투어)라고 쓰인 입간판 옆에 학생 3명과 담당 간사 1명이 주황색 롱패딩 유니폼을 입고 서 있었다.

히잡을 쓴 관광객 4명이 보이자 학생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팜플렛을 쥐어주고 무료해설에 대해 설명했다. 관광객이 원하면 학생 1~2명이 가이드에 나선다. 관광객 4명에게 남학생 1명이 배정됐다. 그들은 간판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김상윤 간사(청소년문화단 국제교류문화진흥원)에 따르면 하루에 청소년 단원 100명 정도가 활동하고 관광객 90팀 이상이 이용한다.

경복궁 온라인 사이트(http://www.royalpalace.go.kr)와 매표소에서도 무료 외국어 해설을 신청할 수 있다. 하루 3번, 정해진 시간에만 가능하다. 시간제약 없이 신청하는 현장 무료해설이 더 편해 보였다.
 
매표소에는 4개 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만든 안내 팜플렛이 보인다. A4용지 절반 크기. 경복궁 안의 여러 장소를 1~2문단으로 설명하는데 지도가 첨부되어 있다. 해설 오디오도 대여가 가능했다. 매표 부스는 4개였다. 외국인 기본요금은 3000원이다(대인 기준). 한국인은 만 24세까지 무료지만 외국인은 만 18세까지만 반값 혜택을 받는다. 한복을 입으면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2월 11일,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12도였다. 경복궁으로 향하던 관광객들은 강한 바람에 옷을 여몄다. 중국인 관광객 롱멍닝(龙梦宁·18)도 외투를 추슬렀다. 그는 한국유학을 앞두고 부모와 함께 서울을 관광하던 중이었다. 인근 한복 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렸다고 했다. 올림머리와 족두리까지 갖췄다. 경복궁 정보는 페이스북에서 얻었지만 한복 무료입장에 대해서는 몰랐다고 했다.

롱멍닝 가족은 예상치 못한 추위에 당황스러워했다. “춥다. 매우 춥다.” 경복궁 안에서도 관광객들은 마스크와 목도리로 중무장한 채 걸어 다녔다. 경복궁에 입장한 후에는 휴식을 취할 만한 실내 공간이 없었다. 바람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문지방 마다 서있었다.

▲ ‘초엄’을 울려 수군문 입장을 알리는 고수

흥례문 앞에서는 수문장 교대의식, 광화문 파수의식, 수문군 공개 훈련이 하루에 2번 씩 펼쳐진다. 광화문으로 들어서면 행사시간이 양쪽 게시판에 나온다. 하지만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매표소로 향할 때에는 안내문이 눈에 띄지 않았다.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행사였다. 기자도 파수의식이 갓 끝났을 때 도착해 오후 2시의 교대의식이 시작될 때까지 30분가량 기다렸다.
 
강풍에 모래가 날렸지만 교대의식이 펼쳐질 장소에는 50여명이 기다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보려고 한국을 찾은 관광객 2팀도 있었다. 이들은 나라이름이 새겨진 단체복을 입고 즐거운 표정으로 몰려다녔다.

고수가 ‘초엄(初嚴)’을 울리자 교대의식이 시작됐다.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방송이 4개 국어로 나왔다. 바람소리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교대의식은 약 20분 동안 이어졌다. 미국인 마 셀러스는 교대의식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 북을 치는 세레머니가 쿨(cool)했다”고 말했다.
 
셀러스는 일러스트레이터여서 그런지 한복에 관심이 많았다. 작품에 좋은 아이템이 된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한복을 입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아름답다”, “재미있다”고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복궁을 둘러보면서 한복을 입은 관광객을 촬영하기도 했다.

경복궁에는 이처럼 한복을 입은 관광객이 적지 않았다. 저마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냈다. 광화문 앞에서 댕기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었고, 용포를 입고 근정전으로 향하며 아리랑을 연상시키는 춤을 췄다. 히잡 위에 족두리를 쓴 관광객, 갓을 쓰고 양반 흉내를 내는 관광객도 보였다.
 
한복을 입은 사람을 허락 없이 촬영하는 관광객에게 경비원이 주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초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셀러스는 촬영 전에 허락을 구했지만 몰래 찍으려는 관광객도 몇 명 보였다. 무단촬영을 경고하는 문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 겨울의 경회루

관광객은 경회루 주위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다. 얼어붙은 연못 위에 쌓인 눈에는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외국인 3, 4명이 망원 카메라를 들고 경회루를 담을 최고의 각도를 찾아 다녔다. 단체관광객도 그 앞에 이르면 대화를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연못을 따라 조용히 감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바람 소리만 크게 들렸다.

한복은 경회루 배경과 잘 어울렸다. 중국인 관광객이 남성용 한복을 위아래로 갖춰 입고 경회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늘어뜨린 도포를 손으로 흩날리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10분이 넘도록 포즈를 취했다. 주위에 있던 관광객들이 흥미롭다는 눈초리로 지켜봤다.

자경전 뒤편의 국립민속박물관까지 갔을 때는 카자우(Cazaux)와 코멜(Chomel)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평창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왔다. 6명 중 코멜의 남편과 딸만 한복을 입었다. 코멜은 “너무 추워서 한복을 빌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이 입은 걸 보니 좋다”고 말했다.

▲ 자경전 안내문

코멜의 언니인 카자우는 경복궁 내 건축물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서 아쉽다고 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건축물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팜플렛까지는 없어도 스탠딩 배너에 자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카자우의 말과 달리 경복궁의 외전과 전각, 정원 앞에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경복궁 동선이 다양해서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자경전 안내문 또한 입구와 멀리 떨어진 왼쪽 구석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 온다면 지나치기 쉽다.

경복궁에서는 올해 12월까지 흥복전 복원공사를 한다. 매표소에는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 근정전을 넘어 공사현장과 가까워질수록 관광객을 만나기 힘들었다. 필리핀 관광객 까띠(Cathy)는 “평화로운 느낌이 드는 장소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 탓인지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3일 후 다시 한 번 찾았을 때에는 2배 정도의 관광객이 보였다.

경복궁에서 추위를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인지 실내인 국립고궁박물관에 발길이 몰렸다. 박물관 관람객보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람이 많았다. 건축물의 역사나 공사 공간, 관람 주의사항과 같은 정보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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