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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학생 칼럼 ③ 나도 한국사회에 속하는 ‘우리’일까요?
모토나가 미키 | 승인 2018.04.15 22:47

‘우리’라는 말은 참 쉽다. 말하는 것도 그렇고 평소에도 많이 듣는 말이다. 나와 너, 나와 여러 사람. 내가 모국어(일본어)로 배운 우리라는 단어의 개념은 저런 뜻이었다. 그러나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에서 우리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다.

한국에서의 유학생활이 4년이 지나 어느새 5번째 봄을 맞이했다. 이 동안에 쓴 우리라는 단어는 내가 일본에서 썼던 횟수보다 훨씬 더 많다. 한국생활을 하면서 우리라는 단어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을 많이 봤다. 우리은행과 같은 대기업을 비롯해 동네마트나 약국 상호에도 쓰는 단어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우리 학교나 우리 형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 가방, 우리 자전거, 우리 도서관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으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옆에 앉았던 미국인 친구가 입을 벌리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다.

한국문화에서 우리라는 개념은 너와 나 혹은 너와 여러 사람, 나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뜻하지만, 좀 더 포괄적인 관점으로 나라를 지칭하기도 한다. 이럴 때 나는 외국인이므로 한국은 한국이라고 부르고, 모국인 일본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이라고 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내가 만약에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한국 문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한국을 가리킨다면, 외국인이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

가나인 샘 오취리 씨(28)가 방송에 나와서 한국을 우리나라로 표현하는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함께 출연했던 홍진경 씨(42)는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니까”라고 덧붙였다.

실수로 넘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문화에 맞게 말했다고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오취리 씨에게 공감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생각한다. 책을 보며 한국어를 배웠어도 실제로 한국사회에서 쓰이는 말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이 들었던 표현을 오취리 씨는 그저 말했을 뿐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우리문화’를 아직 접하지 못한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은 팁인데 한국에 관한 정보를 좀 더 많이 얻으려면 ‘한국’으로 검색하지 말고 ‘우리나라’로 검색하기를 추천한다. 모국이 아닌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검색할 때의 기분은 묘하다. 국민이란 차원과는 또 다르다. 말하자면 속하지 못한 집단에 억지로 들어가려는 기분이다.

 

▣ 모토나가 미키

일본 남쪽의 오키나와에서 태어났다. “한국의 제주도 같은 곳에서 왔어요”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2014년 한국에 유학 왔다. 한류스타의 유창한 언어실력에 감탄했고 용기를 얻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고, 한국에 가야만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의 4학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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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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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eon 2018-04-19 16:38:13

    그러네요. 마지막 부분은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는데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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