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2016년 9월 1일부터 20일간 서울시 관광웹사이트(www.visitseoul.net)에서의 온라인투표를 통해 한류명소 10곳을 골랐다. 서울시는 이곳을 한류관광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집중홍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한류명소가 말 그대로 ‘명소’의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취재에 나섰다.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100m 정도 직진하면 덕수궁 대한문이 나온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렸다. 알록달록한 전통복장의 수문장팀이 줄과 열을 맞춰 지나가고 연주팀이 전통악기로 국악을 연주했다. 생소한 음악과 복장이 신기한지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이 대한문 앞에 서서 구경하고 촬영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기자가 모르는 언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교대의식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있었다. 안내에 따라 외국인이 줄을 서서 수문장과 사진을 찍었다. 오른쪽에는 ‘전통의상 입어보기’ 체험 부스가 보였다. 옆에는 안내 팸플릿이 있었다. 한국어·영어, 중국어·일본어를 병기했다. 팸플릿에 따르면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누구나 전통의상을 입고 수문장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덕수궁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은 제외. 매표소로 갔다. 외국인이 영어로 입장료를 묻자 직원이 막힘없이 응대했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한국인은 만 24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외국인은 6세 이하 및 65세 이상이어야 무료입장이 허용된다. 

대한문을 지나자 덕수궁 소개 팸플릿이 비치돼 있었다. 12쪽으로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도 만들었다. 1면에 나온대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내 손안의 덕수궁’을 설치했다. 역시 4개 국어로 서비스했다. 어플의 ‘주변 정보’ 카테고리를 누르면 인근 관광지, 음식점, 숙박업소, 행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팸플릿 뒷면에는 덕수궁 관람해설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관람객은 음성안내기를 통해 오디오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대여료는 3000원인데,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된다. 덕수궁 관람 시간은 오후 9시까지지만 음성안내기는 오후 5시까지 반납해야 한다. 

▲ 덕수궁 소개 팸플릿

“전각 주변의 안내판만 봐도 정보를 얻기에 충분합니다. 만족스러워요.” 덕수궁 안내정보에 만족하냐고 묻자 독일에서 온 기세(Gisse)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래 일본을 방문하려다가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서울에서 이틀간 묵게 됐다. 숙소 근처에 덕수궁이 있었다. 가까운 곳이라 부담 없이 구경을 나왔다고 했다. 체코인 카테리나(katerina)도 처음부터 덕수궁을 오려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인왕산을 찾았다가 안내센터에서 덕수궁을 소개받았다. 

덕수궁 총 면적은 63069㎡. 같은 궁궐인 경복궁의 7분의 1, 창덕궁의 9분의 1 정도다. 동양식 건축물과 서양식 건축물이 나란히 자리 잡아 아름다운 곳이다. 시내 중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편리하다. 경복궁 같은 유명 관광지나 번화가인 명동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무한도전’에서 한류명소로 소개돼 
덕수궁은 2015년 11월 14일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명소로 소개됐다. 중화전과 석조전이 많이 나온 때문인지, 기자가 사흘간 지켜본 결과 관람객이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이 중화전이다. 덕수궁의 중심전각으로 왕이 조회(朝會)를 하던 곳이다. 어도(御道)를 따라 좌우로 조정 관리의 위치를 나타낸 품계석이, 어좌 뒤로 일월오봉도가 그려진 병풍이 보인다. 중화문까지 시야가 탁 트여 상쾌했다.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관람객은 중화문에서부터 설명을 듣고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 석조전

석조전 내부에 들어가려면 예약이 필요하다. 기자는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했다. 외국인이라면 현장에서 회당 5명까지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45분짜리 일반관람과 75분짜리 특별관람으로 나뉘는데, 기자는 일반관람을 택했다. 외국인 관람객은 없었다.

가이드 이승희 씨는 “석조전 내부를 관람하려면 가이드와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관람객이 불편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자유 관람이 불가능하므로 외국인은 오디오 해설을 들으면서 가이드와 함께 이동해야 한다. 석조전이 서양건축을 모방했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은 호기심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덕수궁의 다른 궁역과 달리 석조전에서는 중국어나 일본어 해설을 들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시아 여성 2명이 안내데스크까지 왔다가 그냥 나갔다.

오후 7시 반이 되자 가로등과 전각의 조명이 켜졌다. 계단의 층마다 조명을 설치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날이 어두워지는데도 관람객은 줄어들지 않았다. 전각 안내판에도 조명이 들어와 어둠 속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야경은 운치가 있었다. 분수대에도 색색의 조명이 들어왔다. 석조전과 분수대가 한눈에 보이는 열두 개의 벤치에 사람이 꽉 찼다. 중화전을 지나 석어당 후면 오른쪽의 샛문으로 들어가자 야트막한 언덕 위에 정관헌이 보였다. 러시아 건축가가 로마네스크 양식을 활용해 설계한 건물이라고 안내판에 나왔다. 고종황제가 커피를 마시며 외교 사절들과 연회를 즐겼다는 설명이 있다.

정관헌 왼쪽의 계단을 내려와 함녕전 담을 돌았다. 중간쯤에서 좌측 샛길로 방향을 잡았다. 어두웠지만 서울시청쪽의 조명이 강해서 걷기에 지장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니 연못이 나왔다. 얼핏 보면 구덩이 같았다. 휴대폰 조명을 켜서 물이 있는 게 맞는지 확인했다. 뒤에서 따라오던 한국인 관람객들도 “여기 연못인가? 그럼 이건 다 수련이야?”하면서 호기심을 드러냈다. 경고표지판은 한글로만 쓰여 있었다.

▲ 연못

연못을 돌아 대한문쪽으로 나왔다. 기념품샵인 ‘돌담길’을 발견했다. 덕수궁을 세 번 찾았지만 기념품샵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알고 보니 대한문에서 입구 우측의 기념품샵까지 샛길이 있다. 대한문을 들어서면 금천교를 건너 직진하는 구조라 기념품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고 한다.

덕수궁을 둘러보며 아쉬웠던 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석조전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관람 서비스가 미진했고, 연못 둘레에는 외국어로 표기한 경고문구가 없었고, 입구에 기념품샵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지나치기 쉬웠다.

그러나 오디오 해설, 관람 해설 등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었다. 관람객이 쉴만한 나무의자 역시 곳곳에 설치했다. 덕수궁을 전통과 근대가 어우러진 한류명소로 꼽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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