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반세현 씨(25)는 장을 보기 위해 5월 15일 슈퍼마켓을 찾았다. 유제품 판매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달콤한 요거트가 아니라 ‘당 무(無)첨가 플레인 요거트’를 골랐다. “일반 요거트는 너무 달아서 당 폭발이에요.” 그는 무가당 요거트를 먹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런 맛을 느끼지 못했다. 재구매할 의향은 있다기에 이유를 물었다. 반 씨는 당을 줄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반 씨는 집안에 당뇨 환자가 있어 당뇨가 유전될까 걱정됐다. 평소 특별히 건강관리를 하지 않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는 생각에
“집도 가깝고 가도 어차피 혼자라서 할 일이 없을 텐데 회식이나 함께 하지 그래.” 재작년 부산에서 근무하면서 민지영 씨(25)의 상사가 신입사원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민 씨를 제외한 신입사원 14명은 부산에 연고가 없어 회사 근처에서 자취했다. 상사 요구를 거절할만한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꼼짝없이 회식에 가야 했다. 민 씨는 다행히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귀가가 늦으면 조부모가 걱정한다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상사들은 회식에 불참하는 신입을 이해하지 못했다. 민 씨 회사는 2016년 울산 본사에서 부산으로 분사했다. 직원들이 그대
이범식 씨(26)는 올해 설날, 가족과 만나 퇴사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가족은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그는 한국전력공사 계열사인 한전 KPS에서 3월 16일 퇴사했다. 입사 1년 3개월 만이었다. “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 씨의 말이다.연봉이 높고 안정적인 근속이 가능해 공기업과 대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근무 환경이나 대우가 좋아 ‘신도 못 들어가는 직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취업준비생이 공기업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다. 그런 직장에서 젊은 직원의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유튜브에서 ‘대기업, 공기업 퇴사’를 검색
3월 6일 오후 3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에서 1~2분 걸었더니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보였다. 2021년 기준으로 땅값이 3.3㎡당 6억 8145만 원인 곳에 입주했다.일요일 오후였지만 건물은 텅 비었다. 1층 화장품 매장에는 직원 1명과 기자를 제외하면 오가는 손님을 찾기 힘들었다. 2층에는 직원 3명만 보였다. 음악 CD를 파는 3층에는 직원 2명과 손님 2명. 기자가 15분간 건물 안에 있으면서 눈으로 확인한 손님은 7명이었다.건물에서 나와 북쪽으로 가면 올리브영 명동중앙점 안쪽에 명동4길이 있다. 20
서울지하철 마포구청역 2번 출구 앞에서 전상호 씨(70)를 만났다. 2월 19일 오후 2시였다.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영하 4도.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2번 출구와 100m쯤 떨어진 건물을 찾았다. A 오피스텔 202호. 배송 물품을 받아야 하는 장소였다. ‘201-3호’라고 쓰인 문 앞에서 그는 “201호부터 203호까지 있다는 건가?”라며 벨을 눌렀다. “여기 아닌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02호를 어렵게 찾아 물품을 받고 그는 “이거 힘드네요”라며 웃었다.전 씨는 2주 차 지하철 택배원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지위 고하, 연차, 나이에 관계 없이 구성인 개개인이 서로를 존중하는 인식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입니다.”삼성전자 직원들의 메일함에 이런 메일이 1월 12일 도착했다. 발신처는 인사과였다. ‘상호 존댓말 쓰기’ 도입을 알리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2021년 11월 29일 발표한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의 하나다.존댓말을 사용하는 문화는 상호 존중을 위한 방법인 동시에 나이가 아니라 능력에 따른 직급 체계를 자리 잡게 하려는 수단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연공 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
행정안전부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하 국민지원금)이 작년 12월 3일 기준으로 302만 6000명에게 10조 7565억 원 지급됐다고 밝혔다. MZ세대는 국민지원금을 어떻게 사용할까.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고경화(27) 씨는 저녁 식사비 20만 원을 국민지원금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더치페이로 현금 15만 원을 친구들에게 받았다. 그는 나머지를 주식 사는데 쓰려고 한다.경기 안산시에 사는 신지섭(28) 씨는 국민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발렌시아가 재킷(197만 원 상당)과 프라다 가방(127만 원 상당)을 구매했다.“원래 친구
핫소스의 톡 쏘는 맛. 얼얼한 혀끝을 위로하듯 뒤늦게 찾아온 고추장의 감칠맛. 동서양의 조화가 혀를 감싼다. 피자 위에 뿌려 먹거나 밥과 야채에 비벼 먹고 싶어진다.동서양의 맛을 함께 느끼게 하는 ‘죙 핫소스’는 스타트업 해처리(Hatchery)가 만들었다. 이다은 대표(31)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다.고추장을 ‘고추죙’으로 발음하는 외국인을 감안하여 ‘죙’이라는 글자를 넣었다. 고추장 특유의 감칠맛·단맛·매운맛을 극대화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아마존에 수출을 앞두고 있다. 죙 핫소스를 제조하는 OEM 업체 동원홈푸드의 박유은 대리
직장인 박모 씨(30)는 카카오톡 이용이 60일 동안 제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중고거래 사이트인 당근마켓에서 글 하나를 보면서다.사진을 특정 인터넷 카페에 올려주면 무선 이어폰을 무료로 준다는 내용이었다. 요구대로 한다고 했더니 한 가지 조건을 더 걸었다.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서 홍보하게 해주면 무선 이어폰을 준다고 했다.박 씨는 아이디를 알려줬다가 비밀번호를 바꿀 생각으로 계정 정보를 넘겼다. 20여 분 뒤에 비밀번호를 바꾸려고 로그인을 시도하자 카카오톡 이용이 60일간 제한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 씨 계정이 스팸 홍보를 쏟아
간호사 국가고시를 앞둔 신수진 씨(23). 올해 초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5월 무렵에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었다. 비대칭인 치아를 교정하고 입꼬리 모양을 보정했다.사진관에서는 머리와 의상을 비롯한 후보정이 필수라고 했다. 포토샵으로 만든 사진을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나름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고쳐야 하는지, 자기 모습 그대로 지원할 수는 없는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기존의 증명사진으로는 제 전부를 소개하기에 분명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막상 다른 지원자 사진이 다 그런 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사진을 찍게
스토리오브서울 기자단의 김유진 유경민 정윤경 최지은 씨가 뉴스통신진흥회 제4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은 낡은 아파트 16곳의 주민이 정전으로 겪는 불편을 다뤘다. 심사위원회는 정전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전기안전공사, 전기 전문가를 광범위하게 취재했다고 평가했다. 진흥회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자동차 엔진을 심장이라고 부른다. 엔진에 문제가 없어야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속력을 낸다
스토리오브서울 기자단의 김유진 유경민 정윤경 최지은 씨가 뉴스통신진흥회 제4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 은 낡은 아파트 16곳의 주민이 정전으로 겪는 불편을 다뤘다. 심사위원회는 정전의 원인을 찾기 위해 한국전력공사, 전기안전공사, 전기 전문가를 광범위하게 취재했다고 평가했다. 진흥회 동의를 받아 수상작을 게재한다. 스토리오브서울 양식에 맞추면서 표현을 일부 고쳤다. “에어컨, 전자레인지, 다리미, 에어프라이어, 건조기도 쓰지 말라고 하고…
유진주 씨(25)는 취업 준비 시간의 대부분을 카페에서 보낸다.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이력서를 쓰거나 강의를 듣고 가끔은 스터디 조원과 함께 공부한다.그는 서울 강남 학원가의 카페를 찾은 적이 있다. 평이 좋은 곳을 검색해서 갔지만 1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나왔다. “테이블이 작고 낮아서 책을 둘 수가 없고, 허리를 굽혀야 해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어요.” 유 씨의 말이다.상업공간을 디자인하는 더비랩(Durbylab)의 전현상 대표에 따르면 낮은 테이블이 카페 인테리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과 경기권 카페의 인테리어를 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재판장 허선아 부장판사)는 피고인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징역 7년과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같은 혐의로 피고인 이동열(트러스트올 대표)에게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피고인 김재현(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과 함께 옵티머스 사건의 중심인물이다.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펀드 판매사를 속이고 상품을 팔았다. 옵티머스는 지난해 6월, 1조 5000억 원대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투자금을
자본시장에서 금융투자업자가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신의성실이다.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면서 형평에 어긋나거나 상대의 신뢰를 저버리면 안된다는 뜻이다.옵티머스 사건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중 사기와 횡령에 해당한다. 법에서 정한 가장 높은 단계의 ‘제 5 유형’에 속했다. 사기 또는 횡령의 이득이 300억 원이 넘은 경우다. 옵티머스 사건의 피해 규모는 1조 3194억 원으로 추정된다.재판부는 펀드 사기를 인식한 시기를 근거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 김재현(옵티머스 대표), 피고인 송상희(옵티
성지건설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의 토대였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2~4%의 수익률을 내려던 상품이다.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성지건설 명의로 매출채권 허위서류를 작성했다.옵티머스는 MGB파트너스를 이용해 성지건설을 장악했다. MGB파트너스의 박준탁 대표는 피고인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의 지인이다. 유 고문은 피고인 정영제(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에게 박 대표를 소개했다. 이후 정 대표와 박 대표가 성지건설을 공동 운영했다.MGB파트너스는 2017년 성지건설의 최대주주 아이비팜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은 피고인 이동열(트러스트올 대표)과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의 SPC를 이용했다. 사업 확장이 목적이었다. 유 고문의 SPC는 여러 회사를 이용해 돈의 흔적을 감췄다. 재판부는 유 고문이 옵티머스 펀드자금 돌려막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사업을 확장하고 자금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 고문의 사업은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옵티머스는 신규 투자자에게 돈을 받아 기존 펀드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돌려막기’를 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초기 펀드 구매자는 원금과 수익금을 만
스토리오브서울 취재팀은 2월 4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공판을 방청했다. 법인 24개가 언급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에서 나온 자금이 12개 사업을 통해 돌고 돌았다. 최종 목적지는 다시 옵티머스.옵티머스는 돈의 출발점이자 도착지다. 이 회사의 이혁진 전 대표는 2009년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명을 2015년 7월 AV자산운용으로 바꿨다. 피고인 김재현이 2017년부터 대표를 맡으면서 옵티머스로 이름을 변경했다.옵티머스는 자금을 투자제안서대로 공공 매출채권
취재팀은 6월 17일 성신여대를 찾았다. 법학과 김봉수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4월 5일, 피해자 비상대책 위원장에게서 김 교수 이름을 처음 들었다. 피해자 시위에서 만난 이민석 변호사도 4월 12일에 김 교수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의 대표다. KBS 에 출연해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건(이하 옵티머스 사건)을 다뤘다.그는 옵티머스 사건에서 핵심 피고인 5명만 주목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보다 역할이 적어 보이는 피고인이라도 앞으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엄벌해야
피고인 송상희(옵티머스 이사)는 신영증권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전신인 AV자산운용으로 이직해 파트타임으로 일했다. 당시 연봉은 3000만 원이었다. 2018년 3월 등기 사내이사로 취임하고 2019년 4월 연봉이 1억 원으로 올랐다.검찰은 6월 8일 결심 공판에서 송 이사에게 징역 10년 및 벌금 3조 4281억 원, 자본시장법위반 관련 추징금 1조 1427억 원을 구형했다.검찰에 따르면 송 이사는 펀드 설정 과정에서 판매사(NH투자증권)와 수탁사(하나은행)에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인수한다고 거짓말했다. 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