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경제
증명사진이 바뀐다
임지은 기자 | 승인 2021.12.30 18:17

 

간호사 국가고시를 앞둔 신수진 씨(23). 올해 초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5월 무렵에 취업용 증명사진을 찍었다. 비대칭인 치아를 교정하고 입꼬리 모양을 보정했다.

사진관에서는 머리와 의상을 비롯한 후보정이 필수라고 했다. 포토샵으로 만든 사진을 보니 회의감이 들었다. 나름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부분까지 고쳐야 하는지, 자기 모습 그대로 지원할 수는 없는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증명사진으로는 제 전부를 소개하기에 분명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막상 다른 지원자 사진이 다 그런 식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사진을 찍게 돼요.”

올해 초부터 취업 준비를 시작한 김세희 씨(25)는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입사지원서 첫 페이지의 ‘사진 첨부란’에 무엇을 붙일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보통 사진관에는 ‘취업용 사진 패키지’가 따로 있다. 메이크업, 촬영, 후보정을 포함해 6만~20만 원이 든다. 김 씨는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여권용 사진을 붙일까 생각했지만 서류 심사를 통과하려면 따로 찍어야 할 것같은 압박감을 받았다.

그는 결국 사진관을 찾았다.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 사진관에서 제공하는 공용 의상을 입었다. 올림머리는 포토샵으로 합성한다고 했다. 같은 업계의 취업 준비생에게 물어보니 올림머리는 ‘암묵적인 룰’이라고 했다.

최종 사진은 다른 지원자와 이목구비만 다를 뿐, 머리 배경 의상이 똑같았다. 과연 이 사진으로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건 평소 내 모습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씨는 취업용 증명사진을 지원서에 첨부했다.

기업도 판에 박은 듯한 증명사진에 회의적이다. 모두가 비슷한 사진으로 서류를 제출하는데, 차별성을 찾기 쉽지 않다. 인크루트 홍보팀의 조영인 씨는 “일률적인 사진으로는 변별력이 없고,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서 아예 사진란을 삭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LG그룹의 모든 계열사는 2014년 하반기 공개채용부터 이력서 양식에 사진란을 없앴다. 다음 해에는 SK그룹이 사진란을 없앴다. 2017년부터는 CJ그룹이 어학성적 기준과 함께 증명사진 첨부 규정을 폐지했고 이랜드는 사진은 물론 토익, 학점, 자격증을 적는 항목까지 없앴다.

기업은 다른 방법으로 지원자의 첫인상과 역량을 파악한다. 포트폴리오를 요구해 이력, 직무 적합성, 가치관을 보는 식이다.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노션(Notion)’은 ‘개인 맞춤형’ 이력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UX 기획 및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안홍비 씨(26)는 반듯한 정장을 입은 증명사진을 첨부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활동성을 보여주는 사진 여러 장을 노션에 올렸다.

▲ 안홍비 씨가 ‘노션’에 올린 사진

학업과 프리랜서 PD 일을 병행하는 대학생 김승우 씨(26)도 노션에 자기 사진을 하이퍼링크로 걸었다. “사진에는 나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진을 첨부하면 내 개성을 알아봐 주는 기업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타트업 에이치랩의 김현근 부대표는 “이전과 달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영상으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한다. LG 상사는 지난해 하반기 채용연계형 인턴십 채용에서 자기소개를 서류 대신 영상으로 바꿨다. 동아미디어그룹과 SBS 역시 올해 신입사원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 영상으로 채용 전환형 인턴을 뽑았다.

포트폴리오나 동영상을 제출받는 기업이 많아지면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 준비생 김민혜 씨(26)는 “모든 기업에서 자유로운 형식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지원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성형도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승규 씨(23)도 “경력이 없는 사람은 사진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것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포트폴리오를 요구하는 기업은 경력자를 원한다고 생각해서 해봐야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언론사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11-1 이화여자대학교  |  대표전화 : 02-3277-2267  |  팩스 : 02-3277-2908
발행인·편집인 : 이재경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경
Copyright © 2013~2022 스토리오브서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