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오후 3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에서 1~2분 걸었더니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보였다. 2021년 기준으로 땅값이 3.3㎡당 6억 8145만 원인 곳에 입주했다.

일요일 오후였지만 건물은 텅 비었다. 1층 화장품 매장에는 직원 1명과 기자를 제외하면 오가는 손님을 찾기 힘들었다. 2층에는 직원 3명만 보였다. 음악 CD를 파는 3층에는 직원 2명과 손님 2명. 기자가 15분간 건물 안에 있으면서 눈으로 확인한 손님은 7명이었다.

건물에서 나와 북쪽으로 가면 올리브영 명동중앙점 안쪽에 명동4길이 있다. 200m 골목길에 1층 점포가 68개였지만, 오후 4시가 지날 무렵 13곳만 문을 열었다.

밤이면 더 한산해진다. 2월 26일 오후 8시쯤 기자가 찾았을 때, 골목에서 불빛이 완전히 사라진 건물이 21개였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는 “외국 관광객이 몰려오지 않는 한 명동 상권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명동에서는 이렇게 대형 매장조차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프렌즈 명동 플래그십스토어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분들을 라인프렌즈가 응원합니다. 곧 다시 만나요!”라는 안내문 2개를 문 앞에 붙여 놓고 휴점 중이다.

▲ 서울 중구 명동4길 골목길
▲ 서울 중구 명동4길 골목길

명동의 땅값도 하락세다. 땅값이 전국 1~8위인 건물이 모두 명동에 있지만 모두 작년보다 떨어졌다. 9위와 10위를 기록한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건물이 1년 사이에 각각 8000만 원, 5000만 원 정도 오른 점과 대비된다.

상가는 가게 10곳 가운데 5곳 이상이 비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1월 배포한 ‘2021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명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1년 4분기 기준 50.1%, 소규모 상가는 50.3%에 달한다.

서울 전체의 공실률(중대형 상가 10.0%, 소규모 상가 6.7%)보다 각각 5배, 7.5배 높다. 1년 전인 2020년 4분기의 명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2.3%였다.

이에 따라 명동 상가에는 권리금이 사라지는 중이다. 명동신세계 공인중개사사무소 남용우 대표는 “권리금이 있는 점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라인프렌즈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문이 닫혀 있다.
▲ 라인프렌즈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문이 닫혀 있다.

일부 상인은 코로나 19가 끝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에 입주한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진영 씨(40)는 “나중에 코로나가 좀 지나가면 상권이 살 거라고 생각해서 미리 들어왔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020년 251만 명에서 지난해 96만 명으로 줄었다. 특히 중국인이 68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일본인이 43만 명에서 1만 5000명으로 줄었다. 명동의 최대 고객이던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셈.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명동은 예전의 번영과 명성을 되찾을까? 취재에 응한 전문가와 명동 상권 관계자들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와 경제’의 송승현 대표는 “방역 정책 때문에 경제활동과 소비에 시간 제약이 생기니 정부 차원에서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방침이 정부지원금보다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 지원 요구도 나왔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명동 소상공인이 버틸 수 있도록 착한 임대인 사업 같은 임대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가 끝난 직후 지역별, 상권별로 다양한 소비 진작 행사를 통해 상권 부흥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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