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팀은 6월 17일 성신여대를 찾았다. 법학과 김봉수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4월 5일, 피해자 비상대책 위원장에게서 김 교수 이름을 처음 들었다. 피해자 시위에서 만난 이민석 변호사도 4월 12일에 김 교수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의 대표다. KBS <시사 직격>에 출연해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건(이하 옵티머스 사건)을 다뤘다.

그는 옵티머스 사건에서 핵심 피고인 5명만 주목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보다 역할이 적어 보이는 피고인이라도 앞으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취재팀은 옵티머스 사건의 등장인물을 더욱 꼼꼼하게 파악하기로 했다.

이혁진. 취재팀이 공판 20회를 방청하는 동안 이름이 148회 언급됐다. 그는 AV자산운용의 대표이사다. 이 회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의 전신으로 2009년 설립됐다.

이 전 대표는 피고인 김재현(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의 대학 선배다. 이 전 대표는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다가 지인을 통해 김 대표를 소개받고 합의금 3000만 원을 요청했다.

김 대표가 1억 원을 보냈는데 이 전 대표는 갚지 못했다. 김 대표는 빌려준 1억 원을 계약금으로 걸고 옵티머스의 공동경영 약정을 체결했다. 이 전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던 2018년 해외로 출국했다.

이 전 대표는 김 대표와 피고인 송상희(옵티머스 이사)의 연결고리였다. 2016년, 이 전 대표는 부동산 펀드를 설명해줄 사람이라며 김 대표를 송 이사에게 소개했다. 송 이사는 2017년부터 김 대표 말을 따랐다.

피고인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과 이 전 대표의 관계는 오리무중이다. 피고인 정영제(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는 유 고문과 이 전 대표의 술자리가 잦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같은 의견이었다.

“유현권과 이혁진, 증인이 소개했어요?” (정영제 변호인)
“네.” (김 대표)

그러나 유 고문은 5월 11일에 법정에 출석해서 이 전 대표의 번호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유 고문을 통해 이 전 대표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유 고문은 AV자산운용을 인수하고 싶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5월 정 대표에게 AV자산운용 사업을 공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대표의 재판에서 이 전 대표가 전파진흥원 자금을 옵티머스에 유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유 고문도 AV 자산운용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를 이 전 대표와 김 대표가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피고인들이 벌인 사업에도 발을 담갔다. 유 고문은 이 전 대표가 성지건설 담보대출을 설정했다고 증언했다. 경기 광주의 봉현물류단지 사업에도 관여했다. 김 대표는 유 고문과 이 전 대표가 봉현물류단지 사업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 데이터 시각화 도구 ‘클릭 센스’로 그린 옵티머스 핵심 인물 및 로비 관계망

김 대표는 피고인이자 피해자였다. 피고인 신종일 김명수 기종서에게 속아서 돈을 건넸다.

신종일 씨는 김 대표에게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며 윤만순 전 금융감독원 국장을 소개했다. 윤 전 국장은 옵티머스 자금 세탁회사인 해덕파워웨이의 이사였다.

신 씨는 윤 전 국장에게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청탁했다. 또 김 대표로부터 로비 자금을 받았다.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16억 5000만 원을 받았는데 6억 5000만 원만 건네고 나머지는 가로챘다.

이런 혐의를 신 씨의 변호인은 인정하지 않았다. 로비 자금 중 일부는 생활비였다고 변론했다.

김명수 씨는 신 씨의 소개로 사건에 가담했다. 5월 14일 재판부는 김 씨가 돈을 뺏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실행을 조정했다고 했다.

김 씨와 기종서 씨는 지난해 1월 19일 김 대표에게 10억 5000만 원을 받으면 일부를 사용하자고 공모했다. 기 씨는 1억 원을 더 받자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옵티머스를 실사했다. 기 씨는 신종일 김명수 씨와 함께 금감원 직원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2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채무 변제와 도박에 돈을 사용했다.

기 씨 변호인은 아무 사실도 모른 채 로비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핵심적 역할을 하기 어려운 위치라고 변론하면서 기 씨의 자백과 협조로 사건의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왜 그랬는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죄 안 짓고 살겠습니다.” 5월 18일 기 씨의 최후진술이다.

▣ 박선정·최지은 기자가 이 기사의 취재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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