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건설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의 토대였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2~4%의 수익률을 내려던 상품이다. 펀드를 운용하기 위해 성지건설 명의로 매출채권 허위서류를 작성했다.

옵티머스는 MGB파트너스를 이용해 성지건설을 장악했다. MGB파트너스의 박준탁 대표는 피고인 유현권(스킨앤스킨 고문)의 지인이다. 유 고문은 피고인 정영제(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에게 박 대표를 소개했다. 이후 정 대표와 박 대표가 성지건설을 공동 운영했다.

MGB파트너스는 2017년 성지건설의 최대주주 아이비팜홀딩스를 인수하면서 성지건설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또 노블글로벌이 보유한 50억 원 규모의 성지건설 전환사채를 2018년 넘겨받았다. 노블글로벌은 정 대표가 지분을 100% 취득한 법인이다.

MGB파트너스는 성지건설 지분을 확보하면서 옵티머스 자금을 이용했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의 초기 투자자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106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일부가 MGB파트너스를 거쳐 성지건설로 들어갔다.

전파진흥원은 2017년 6월 5일 옵티머스가 운용하는 베리타스레포연계BIG&SAFE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 상품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신탁2호 펀드에 200억 원을 넣었다.

또 같은해 8월 17일에는 신탁3호 펀드에 50억 원을 넣었다. 옵티머스는 이 돈을 MGB파트너스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예탁결제원 시스템에는 ‘부산국토관리 매출채권’으로 허위 등록했다.

옵티머스는 펀드 운용에 성지건설의 이름을 이용했다.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LH공사 매출채권인 듯 꾸며 예탁결제원에 등록했다. 이때 성지건설의 매출채권을 사용했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성지건설

성지건설은 옵티머스의 부동산 사업에도 참여했다. 경기 용인의 역삼지구개발 사업과 경기 광주의 봉현물류단지 사업 등이다.

문제가 발생했다. 옵티머스의 이혁진 전 대표가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나자 자금거래가 수상하다며 신고했다. 당국은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자금을 성지건설에 불법적으로 사용했다고 봤다.

이 사건으로 감사를 받으면서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철회했다. 성지건설도 외부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2018년 10월 상장폐지됐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조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옵티머스가 투자금을 투자제안서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전파진흥원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해서 재산상 손해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김봉수 성신여대 교수는 검찰의 결정이 아쉽다고 했다. “일반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무마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 옵티머스 법인 관계도

성지건설의 빈자리는 STX건설이 채웠다. 옵티머스 펀드를 계속 운용하기 위해 공공기관 매출채권 허위서류 발행에 활용할 건설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매출채권 대부분은 STX건설 명의로 확인됐다.

STX건설 박 모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김 대표와 피고인 이동열(트러스트올 대표)이 박 전 대표에게 서류 발행을 부탁했다. 박 전 대표는 옵티머스로부터 투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요구를 들어줬다.

박 전 대표는 2020년 11월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대출을 주선하겠다고 해서 필요한 서류를 건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옵티머스가 STX건설 서류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펀드 신탁 재산으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편입할 생각이 없었다고 봤다. 검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허위로 작성해서 투자자를 기만할 의도가 있었는지 물었다.

“만기에 이르러 행사할 수 있는 채권 하나라도 있었나? 담보력 취득한 사례 있나? 2017년 7월에 STX건설 공공기관 매출채권 양도는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검사)
“금감원, 하나은행과 얘기할 때 양도 통지 안 했는데 특별한 문제 제기 없어서 그럴 수 있는지 알았다.” (김 대표)

“펀드 신탁 재산으로 공공기관 매출채권 편입된 적 없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검사) 
“이전부터 그렇게 루틴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지적 없었다.”(김 대표)

피고인 윤석호(전 옵티머스 이사)는 자신과 이 대표가 STX건설 인수를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부채비율이 높고 재무안전비율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수를 강행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필요해서 인수한 게 아니냐고 검사가 묻자 윤 전 이사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옵티머스는 STX건설의 이름으로 여러 사업에 참여했다. 봉현물류단지, 서울 리모델링, 부산항만공사, 경기 동탄의 워터밸리 등이다. 옵티머스는 부동산 개발사업(부동산 PF사업)에 1227억 원을 투입했다. 투자액의 약 36%를 차지한다.

옵티머스 펀드에 유입된 자금 5745억 원 중 금융감독원이 실사로 확인한 최종투자액은 3515억 원이다. 이 중 회수 가능한 금액은 최대 783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횡령이나 돌려막기 등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이 인정한 김 대표의 횡령액은 1조 3194억 원이다. 감시의 부재 속에서 피해자의 투자금이 사라졌다.

▣ 신다혜 기자가 이 기사의 취재에 참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