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3월 16일 개강했다. 미디어학부 고유경 씨(23)는 1교시 시작 10분 전, 오전 8시 50분에 눈을 떴다. 잠옷을 입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한문학과 도은영 씨(23)는 옷을 제대로 입었다. 얼굴이 나오도록 교수가 화면을 켜라고 할까봐 후드 티를 입고 모자를 썼다.코로나19로 개강이 2주 늦어진 상태에서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했다. 문제는 인터넷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 고 씨는 2교시를 듣다가 서버가 다운되자 수업이 취소된 줄 알았다. 30분 뒤 문자로 받은 링크를 통해 다
취재팀은 서울 동작구 상도4동의 약수태평양약국을 찾았다. 3월 16일 오전 11시였다. 인터뷰를 요청하려고 입을 떼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울렸다. 마스크 구매 문의였다.공적마스크를 오후 1시부터 판매하지만 김제석 약사(56)는 이른 아침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대답한다. 약국마다 평일 250장, 주말 400장의 마스크가 들어온다. 인당 2장, 평일 기준 125명에게 돌아가니 금세 품절된다.이러다보니 ‘없무새’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마스크가 없다는 말을 약사가 앵무새처럼 수없이 반복하면서 생긴 말이다. 취재팀이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을 3월 12일 찾았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아직도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집이 많다.해가 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저녁 7시. 이날 서울 일교차는 13도였다. 연탄이 충분하냐고 묻자 주민 이태구 씨(70)는 창고를 보여주며 “한참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전 5시 출근하며 연탄 2장을 채우고 오후 6시 퇴근해서 교체한다. 하루에 4장을 쓰는 셈이다. 한 달에 120여장이 필요한데 80장정도 남았다. 마지막으로 연탄을 받은 지 두 달이다.“(연탄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는 사람
서울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6번 출구에서 채다솜 씨(26)를 만났다. 2월 3일 오후 6시였다. 퇴근하고 운동하러 가는 시간. 그는 겉옷 주머니에서 접이식 장바구니를 꺼냈다.채 씨는 걸으며 허리를 자주 숙였다. 길바닥에서 쓰레기를 봤을 때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대로변에서 공공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장바구니를 비웠다.귤껍질과 아이스크림 막대, 달걀 포장지, 명함크기 대출 홍보물 3장, 커다란 흰색 비닐과 투명한 플라스틱 봉투, 휴지 조각. 채 씨와 기자는 10분 동안 쓰레기 9개를 주웠다.건강음료를 담은 병을 보면 가장 화가 난
독일 만하임에 사는 손영인 씨(22)는 파리에 여행 갔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3월 7일(현지 시각) 지하철에서 걷는데 남성이 다가와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말하고 지나갔다. 단 한마디였지만 매우 당황했다.몇몇 지인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손 씨는 전했다. 3명이 만하임을 여행하다가 열차에서 내렸는데 현지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조롱을 들었다.어느 현지인은 페트병으로 손 씨의 지인을 툭툭 치며 인종차별적인 욕설과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독일 마트에 들어가자 근처의 어린이들이 코와 입을 손으로 막은 채 주
기자는 3월 10일 국민대를 갔다.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개별 건물로 이어지는 입구가 막혀서 정문과 후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 출입로는 최소화했고 매점이나 식당에서는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토록 했다.정문을 지나 본관으로 가는 길. 파란 천막 2개가 생겼다. 학교 방문객이 차례차례 지나야 한다. 하나는 체온을 재는 곳, 다른 하나는 신분을 확인하는 곳이다. 체온이 높으면 다음 천막으로 갈 수 없다.첫 번째 천막에 들어가자 직원이 온도를 재겠다고 했다. 열 감지기를 통해 귀 주변 또는 목 앞에 온도계를 댔다
배태두 씨(28)는 경기 평택의 공군부대에서 복무한다. 마지막 휴가는 2월 14일이었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31번 확진자가 대구에서 2월 21일 나오자 휴가가 전면 금지됐다. 다른 장병은 다음날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이들은 60일째 부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그의 부대는 한 달에 두 번 휴가, 3개월에 한 번 면회외출(가족방문 시 부대 인근 외출), 한 달에 두 번 평일외출(부대 인근 4시간 외출)이 가능하다.공군 복무기간은 2년 4개월로 육군보다 길지만 휴가와 외출이 상대적으로 많다. 배 씨의 부대에서는 사흘 근무하고 이틀
경기 용인 기흥구의 전자담배 판매점. 최신범 씨(26)는 전자담배 액상을 구입하려고 3월 9일 이곳을 방문했다. 여러 맛의 액상이 담긴 팟이 판매대에 보였다.시향을 하려면 팟에 입을 갖다 대야 한다. 몇 사람이 만졌을지 모르지만 직원의 권유에 최 씨는 입을 댔다. 최 씨가 만진 팟을 직원은 소독하지 않고 그대로 놓았다.코로나19는 비말과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눈에 비말이 들어가면 감염된다는 보고도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전자담배 판매점이 대표적이다. 액상을 시향하려고 여러 사람이 같은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근처의 카페에서 3월 3일 하원진 씨(29)를 만났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신혼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그는 체코 프라하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체코의 직항노선이 잠정 중단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하 씨는 약 11개월 동안 결혼을 준비했다. 가장 큰 공을 들인 부분은 신혼여행이었다.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숙소, 가볼 곳, 음식을 일정에 맞춰 하나하나 골랐다. 하지만 예정대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하다. 하 씨는 “일정을 연
코로나19 확산으로 구하기 어려운 건 마스크만이 아니다. 감염걱정에 따른 헌혈기피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개인 헌혈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급감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만 명 이상 줄었다. 헌혈예약을 취소한 단체는 2월 2일까지 145곳이다.이런 상황에서 한마음혈액원이 KF94 마스크를 제공하는 ‘비상혈액 수급 이벤트’ 공지를 3월 4일 띄웠다. 3월 31일까지 전혈 혹은 다종 헌혈(혈소판 혈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다. KF94 마스크 5개와 기념품 2개를 주고, 선착순으로 마스
경북 경산에서 생후 45일 신생아가 3월 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국 어린이집 휴원을 3월 22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이 커지는 중이다.미국의학협회지(JAMA)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자 7만2314명의 임상사례 보고서를 2월 24일 공개했다. 확진자 중에서 9세 미만 어린이는 전체의 1% 수준이고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어린이의 감염 가능성이 성인보다 낮았지만 부모는 안심하지 못한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부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감염
김옥수 씨(51)는 3월 3일 오전 8시에 집을 나섰다. 가족이 사용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우체국이 공적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한 다음날이었다.전북 군산 임피우체국에 도착해서 김 씨는 깜짝 놀랐다. 5매씩 85명분의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갔는데 대기자가 이미 50명 넘었다.다른 지역의 우체국은 오전 11시에 판매하지만 임피우체국은 시간제 우체국이어서 오후 2시부터 시작한다. 김 씨는 아침에 가면 대기자가 별로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늦었다간 사지 못 할 뻔 했다. 앞에 있던 대기자가
“한국 정부가 공지하는 코로나 관련 내용은 대부분 한국어여서 저 같은 외국인이 알아듣기 힘듭니다. 외신 보도를 통해 한국 내의 정보를 접합니다.”영국인 니아 씨(27)는 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작년 입국해서 인천 연수구의 송도에 산다. 영어교사로 근무하는데 한국의 코로나19 정보가 대부분 한국어여서 불편하다고 했다.“한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발송하는 재난문자는 도움이 되긴 하지만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외국인을 위해서 영어로도 공지해주면 더욱 좋겠다.”질병관리본부는 한국 내 코로나 감염자 현황과 관련 정보를
김지훈 씨(27)는 2018년 11월 청년창업대출을 받아 서울 양천구의 상가에 분식집을 차렸다. 개업 이래 지금처럼 손님이 뜸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가게가 있는 상가의 학원들이 2월 중순부터 휴원하자 분식집 주 고객인 학생이 발길을 끊었다. 임대료를 내려고 그는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긴급경영안정자금 명목으로 1800만 원을 대출받았다.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판매 전략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메뉴를 이대로 유지해도 될지에서부터 시작해 가격을 바꿔도 될지까지 온갖 고민을 다했다”며
“저희 의료진은 한 분 한 분 정성을 다해 진료하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원석연 씨(30)는 전북의 선별진료소에서 공중보건의(이하 공보의)로 근무한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3년간 섬이나 농어촌 보건소에 배치되는 의사를 말한다.원 씨가 근무하는 곳은 3교대로 24시간 운영된다.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사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다.일부 내원객은 언성을 높이고 폭언을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고 역학적 연관성이 없으면 검사를 하지 않자 불만을 갖고 소리를 지른
회사원 임지수 씨(27)에게 금요일은 해방구다. 반복되는 일상을 버티는 힘이다. 매주 수요일부터 친구들과 금요일의 술 약속을 잡는다. 그러나 지난주는 집에서 혼자 마셨다.확진자가 31명을 넘기 전까지만 해도 금요일은 약속으로 가득 찼다. 무서운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지하철로 가야 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의 홍대입구역이나 강남역 근처에서의 약속이 사라졌다. 가끔 친구와 집 앞의 카페에서 만나는 정도다.임 씨는 2월 28일 저녁 8시, 퇴근하고 오돌뼈를 배달시켰다. 약속 없이 보내는 금요일 밤이 허전했다. 배달이 몰렸는지 1시간 1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물론 아르바이트생도 직격탄을 맞았다.진겸 씨(21)는 경기 남양주시 프랜차이즈 분식집에서 일했다. 사장은 장사가 잘되지 않으니 한 주 동안 쉬라고 2월 둘째 주에 연락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출근할 수 없었다. 한시적인 줄 알았던 말이 사직 권고로 바뀌었다. 한선영 씨(20)도 2월 5일 육회집에서 해고를 통보받았다. 생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사장으로부터 미안하다는 문자 한 통에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 이후 구인공고 앱으로 아르바이트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2일에 4000명을 넘자 교육부는 원격수업 또는 재택 수업을 하도록 대학에 요청했다. 대부분 학교는 개강을 1~2주 미뤘다.이런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학생이 의문을 갖는다. 실습이 많은 공과대학 예술대학 음악대학이 특히 그렇다.한양대 허민 씨(전기생체공학부)는 이번 학기에 여섯 과목을 듣는다. 이론과 실험을 같이 해야 하므로 온라인만으로는 수업이 곤란하다고 말했다.“(정원이 15명 정도인) 마이크로파회로 수업의 자료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널려 있다. 이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실습 프로그램을 직접 돌려보고
대학생 한윤희 씨(25)는 2월 29일 토익 정기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험이 취소된다는 문자를 5일 전에 받았다. 한국TOEIC위원회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바뀌자 이같이 결정했다.토익점수의 유효기간이 얼마 전에 만료됐기 때문에 한 씨는 답답하다. 토익점수를 요구하는 기업이 공채를 하면 지원조차 할 수 없다. 그는 취소문자를 받자마자 3월 15일 시험을 신청했지만 가능한 고사장이 한 곳도 없음을 알게 됐다.TOEIC위원회는 3월 정기시험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검토해서 공지한다고 했다. 한 씨는 “3월 시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