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수 씨(51)는 3월 3일 오전 8시에 집을 나섰다. 가족이 사용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우체국이 공적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한 다음날이었다.

전북 군산 임피우체국에 도착해서 김 씨는 깜짝 놀랐다. 5매씩 85명분의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갔는데 대기자가 이미 50명 넘었다.

다른 지역의 우체국은 오전 11시에 판매하지만 임피우체국은 시간제 우체국이어서 오후 2시부터 시작한다. 김 씨는 아침에 가면 대기자가 별로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늦었다간 사지 못 할 뻔 했다.

▲ 공적마스크를 기다리는 시민들

앞에 있던 대기자가 “얼른 맨 앞 사람에게 번호를 받아오라”고 알려줬다. 우체국이 정식 번호표를 배부하기 훨씬 전부터 대기자들은 번호를 적어 순서를 정했다.

김 씨는 54번째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일 판매인원 85명이 꽉 찼다. 이젠 오후 2시까지 기다려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플라스틱 의자와 낚시의자, 돗자리까지 등장했다. 그는 “내일은 꼭 작은 낚시 의자를 가져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코로나 19사태로 마스크 품귀현상을 빚자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다. 국내 하루 마스크 생산량의 50%(약 500만장)를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서울·경기 지역 제외), 공영홈쇼핑과 전국 약국에서 팔도록 했다.

1인당 구매수량은 5매. 그럼에도 마스크 대란이 계속되자 전북 군산시 약사회는 3월 4일부터 판매시간을 오후 5시로 통일했다. 여러 약국을 돌아다니며 공적마스크를 중복구매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 군산시 약사회의 공지

이유진 기자(26)는 3월 5일 공적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전북 군산 수송동의 약국을 찾았다.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오후 3시 40분경 도착했다.

예상과 달리 손님은 기자뿐이었다. 건너편 약국에는 대기자가 30명 넘었다. 의아해서 물으니 약사는 자기 약국이 1인 2매씩 판매하지만 맞은편 약국은 1인 5매까지 판매한다고 했다.

공적마스크는 약국별로 100매씩 공급된다. 5매 이하는 약국이 판매수량을 자유롭게 정하는 방식이라 혼선이 생겼다. 약사는 더 많은 주민에게 기회를 주려고 1인 2매로 제한했는데 다른 약국이 5매까지 팔면서 비난받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곽현주 씨(26)는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공영홈쇼핑 채널을 하루 종일 틀어 놓았다. 정해진 방송시간 없이 하루에 두 번, 게릴라식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언제 시작할지 몰라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귀는 항상 공영홈쇼핑을 향했다.

인터넷 성공후기를 보니 휴대전화보다는 유선전화가 더 잘 연결된다고 했다. “집에 유선전화를 설치해야하나 고민했다. 3일 동안 600통 넘게 전화를 했는데도 실패했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구할 수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 곽 씨가 공적마스크를 사려고 공영홈쇼핑에 전화한 기록

마스크 대란이 여전하자 정부는 3월 5일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다. 공적마스크 물량을 50%에서 80%로 늘렸다. 인당 구매수량 역시 우체국·농협 하나로마트는 1인 1매(한시적), 약국은 2매로 줄였다. 9일부터는 요일별 5부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이지현 씨(25)는 3월 6일 오전 10시 약국으로 향했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마스크 정책 때문에 혼란스러워 일찍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렸다가 2장을 받았다.

마스크는 일회용 비닐에 담긴 상태였다. 약국에는 5매 세트로 공급하는데 1인 2매씩 판매해야 하므로 약사가 위생장갑을 끼고 직접 꺼내서 나눠준다고 했다.

같은 날, 전북 전주의 이제욱 씨(23)도 동네약국으로 향했다. 주말 동안 미리 사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니 약사는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DUR)에 정보를 입력하고 마스크를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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