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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집 (20) 예비부부의 고통
이정수 기자 | 승인 2020.03.10 21:42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 근처의 카페에서 3월 3일 하원진 씨(29)를 만났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신혼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체코 프라하로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체코의 직항노선이 잠정 중단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하 씨는 약 11개월 동안 결혼을 준비했다. 가장 큰 공을 들인 부분은 신혼여행이었다. 일생에 단 한 번 뿐이라고 생각하니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숙소, 가볼 곳, 음식을 일정에 맞춰 하나하나 골랐다. 하지만 예정대로 진행하기가 불가능하다. 하 씨는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획을 다시 짜야한다”며 아쉬워했다. 결국 신혼여행을 6월로 미뤘다.

▲ 하원진 씨가 비행기 탑승권을 취소하는 모습

하 씨와 결혼할 이수민 씨(29)는 청첩장을 지인에게 직접 전하지 못해 미안함이 크다고 전했다. 주변에서 결혼식을 미뤄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를 들을 때는 서운한 감정이라고 했다.

“친구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결혼식에 참석이 어렵다고 말할 때마다 서운했다.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가슴으로는 섭섭하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미룰 생각이 없다. 취소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유은천 씨(34)는 3월 21일 결혼한다. 처음 계약한 인원보다 하객이 적어도 음식 및 시설 사용료는 일정액 이상을 예식장에 내야 한다.

신혼여행은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연기하거나 취소하면 항공과 호텔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경비의 30% 정도나 되는 금액이므로 여행을 다녀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유 씨는 하객이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건강을 염려해 결혼식에 오지 않더라도 이해하려고 한다. 다만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을 망치진 않을까 매우 속상하다.

그는 자신과 같은 예비부부를 위한 결혼업체의 이해를 구했다. “많은 부분이 진행된 결혼식을 번복할 수 없다. 하지만 환불 및 위약금 규정을 폭넓게 적용하여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여줬으면 좋겠다.”

이준혁 씨(29)는 4월 18일 결혼한다. 예의를 갖춰 청첩장을 전하고 싶지만 (감염 위험으로)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이 씨와 결혼할 김선우 씨(29)는 하객이 전부 마스크를 착용할 모습을 생각하니 착잡하다. 부담을 가진 채 편안하지 못한 마음으로 식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두 사람 역시 결혼식을 미루지 않기로 했다. 이 씨는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으므로 감염이 걱정되어 참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예비부부의 피해를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인 중 한 명은 스페인으로 신혼여행을 가려다가 코로나19로 취소하면서 위약금 1200만 원 가량을 물어주게 됐다고 그는 전했다.

피해가 예상되자 일부는 결혼식 자체를 연기했다. 민인성 씨(26)는 4월 25일 결혼하려다가 예비신부의 건강을 걱정해 미뤘다. 예식장에 위약금 250만 원 정도를 냈다. 항공편과 숙소도 취소할 생각인데 환불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 손해를 본다.

민 씨는 유행성 질병을 천재지변으로 인정하기를 희망한다. “전액 환불은 소비자만을 위한 해결책 같다. 결혼업체도 이번 사태의 피해자이므로 정부가 나서 소비자와 업체의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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