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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집 (22) 군인들이 갇혔다
김예원·변은샘 기자 | 승인 2020.03.12 22:25

 

배태두 씨(28)는 경기 평택의 공군부대에서 복무한다. 마지막 휴가는 2월 14일이었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31번 확진자가 대구에서 2월 21일 나오자 휴가가 전면 금지됐다. 다른 장병은 다음날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 이들은 60일째 부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의 부대는 한 달에 두 번 휴가, 3개월에 한 번 면회외출(가족방문 시 부대 인근 외출), 한 달에 두 번 평일외출(부대 인근 4시간 외출)이 가능하다.

공군 복무기간은 2년 4개월로 육군보다 길지만 휴가와 외출이 상대적으로 많다. 배 씨의 부대에서는 사흘 근무하고 이틀 쉴 수 있어 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계획은 외출금지 조치로 무산됐다.

동료 장병은 1년 넘게 CPA를 준비했다. 2월 23일 시험을 위해 이틀 전부터 휴가를 가려고 했는데 금지됐다. 분대장 부대장 사단장에게 외출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국방부 지침에 따라 ‘예외’가 사라졌다고 했다.

배 씨도 자격증 공부를 멈췄다. 메르스 때는 휴가가 6개월 동안 금지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질지 알 수 없으니 계획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평택의 미군기지에서 카투사로 복무하는 이한제 씨(27)는 “배가 고프다”고 했다. 외출금지로 한국음식이 동이 났다. 평소 같았으면 주말에 들여온 삼겹살로 회식을 했다.

카투사 역시 일반 육군보다 외출과 외박이 잦다. 매주 금요일 저녁 5시에 나와 일요일 저녁 8시까지 복귀하면 된다. 4박 5일짜리 휴가(포데이)도 있다. 2월 14일부터 17일의 포데이가 마지막 휴가였다.

그는 평일에 먹을 불고기, 삼겹살, 김치를 휴가 때마다 구했다. 부대 안에서 먹는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아서다. 그는 “소고기도 하루 이틀이지 미국음식은 1주일만 넘어도 물린다”고 했다.

식당이 문을 닫는 주말이 문제다. 부대의 식료품 가게는 미군만 이용할 수 있다. 카투사가 들어갈 수 있는 군용PX는 과자나 음료정도를 판매한다. 서브웨이가 있지만 값이 비싸다. 상병 월급은 48만 원. 서브웨이 큰 사이즈는 8.7불, 한화로 1만 500원이다.

배달도 어렵다. 기지가 커서 게이트에서 부대까지 택시를 타고도 15분이 걸린다.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운전자 온도를 체크하므로 통과에만 3시간이 걸렸다는 택시운전사 이야기를 들었다. 주말 외박이 사라져 일거리가 없으므로 요즘은 택시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 

▲ 카투사 이한제 씨의 지난주 저녁식사

강원도에서 육군으로 복무중인 이은수 씨(23)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최근에는 하지 못한다. 체력단련실이 2월 초에 폐쇄됐다. 여러 사람이 드나들고 땀이 튀는 곳이라 완벽한 방역에 어려움이 있어서다.

이 씨는 맨몸운동으로 운동량을 채운다. 생활관에서 매일 1시간씩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팔굽혀펴기만 한다. “부대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마음껏 근력 운동도 못한다는 게 아쉽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서 복무하는 해병 오병규 씨(23). 확진자가 늘면서 모든 훈련이 중지됐지만 마냥 좋지는 않다. 해병대원 상당수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싶어서 지원했다. 신병은 훈련을 아직 경험하지 못해서 아쉬워한다.

전에는 유격훈련과 수중훈련이 일상이었다. 겨울철에도 한 달에 1주일은 유격훈련을 했다. 수중훈련은 2회. 훈련이 빠진 일과는 이론과 청소로 대체됐다. 부대원들은 막타워, 레펠 훈련을 PPT로 배운다. 나머지 시간에는 부대를 정리한다.

부대원에게 허용된 유일한 야외활동은 달리기다. 민간인이 오지 않는 부대 인근 공터에서 3㎞를 달린다. 매일 경사로를 8km씩 달리던 그는 “20분으로 줄어든 코스가 산보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복지관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는 황종환 씨(23)도 몸이 묶였다. 출근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집에서 지낸다.

그는 2월 10일부터 14일까지는 출근했다. 다음 주인 17일부터 21일은 쉬었다. 24일부터 28일에는 다시 출근했다. 일을 하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 부를지 몰라 대기해야 한다.

근무지에 나가도 대기하는 일이 많다. 고령층이 이용하는 복지관은 코로나 확산 이후 방문객이 거의 없다. 이 씨는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같은 복지관의 사회복무요원 7명 중에서 2명만 나온다. 나머지는 황 씨처럼 집에서 출근지시를 기다린다.

군 간부가 체감하는 사태는 더 심각하다. 익명을 요구한 강원도의 A 중위는 “(부대에) 긴장감이 감돈다”고 했다. 누군가 확진자와 접촉했다가 복귀하면 부대 전체가 감염될지 모르므로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의를 준다.

이에 따라 A 중위는 주말 퇴근 이후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여자 친구는 한 달 정도 보지를 못했다. 그는 “눈 뜨고 감을 때까지 함께 생활하는 부대 안에서는 한 명의 확진자도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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