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구하기 어려운 건 마스크만이 아니다. 감염걱정에 따른 헌혈기피로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개인 헌혈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급감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만 명 이상 줄었다. 헌혈예약을 취소한 단체는 2월 2일까지 145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마음혈액원이 KF94 마스크를 제공하는 ‘비상혈액 수급 이벤트’ 공지를 3월 4일 띄웠다. 3월 31일까지 전혈 혹은 다종 헌혈(혈소판 혈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다. KF94 마스크 5개와 기념품 2개를 주고, 선착순으로 마스크 1개를 추가로 제공한다.

▲ 한마음혈액원 홍대점 입구

기자는 마스크 구매에 번번이 실패하다가 공지가 나온 다음 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헌혈카페 홍대점’을 찾았다. 오후 5시가 넘었는데 시민이 많았다. 예약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전자문진과 혈액검사를 마치고 15분 정도 기다렸다. 기자보다 3분 먼저 도착한 박지수 씨(24)는 이번이 첫 헌혈이라고 했다.

“정가에 마스크를 파는 하나로마트나 우체국 앞에서 줄 설 시간은 없고,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비싼 돈을 주고 마스크를 사자니 아깝고…. 이런 이벤트라도 있어서 다행이네요."

▲ 기자의 헌혈

기자 차례가 됐는데 헌혈실 침대 6개 모두가 사용 중이었다. 조금 기다렸다가 한 명이 떠난 뒤에 누울 수 있었다. 320ml 전혈 헌혈을 하는 15분 동안에 헌혈 카페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헌혈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헌혈실을 나왔다. 오후 6시가 넘었다. 수고했다고 말하는 손미라 간호사에게 오늘 몇 명 정도가 왔는지를 물었다. 너무 바빠 숫자를 셀 시간조차 없었다고. “그래도 이벤트 이전에 비하면…, 족히 2배는 늘어난 것 같아요.”

▲ 이어지는 헌혈 행렬

한마음혈액원은 대한산업보건협회가 2002년 설립한 민간 혈액원이다. 대한적십자사 산하 기관은 아니지만 헌혈기록은 통합관리된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 한마음혈액원의 헌혈 점유율이 2018년 기준으로 약 6.8%라고 밝혔다. 이곳의 헌혈이 늘었다고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평균적으로 5일분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3월 9일 0시 기준 혈액 보유량은 3.8일분이다. 당장 약 6000명의 헌혈자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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