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3월 16일 개강했다. 미디어학부 고유경 씨(23)는 1교시 시작 10분 전, 오전 8시 50분에 눈을 떴다. 잠옷을 입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온라인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한문학과 도은영 씨(23)는 옷을 제대로 입었다. 얼굴이 나오도록 교수가 화면을 켜라고 할까봐 후드 티를 입고 모자를 썼다.

코로나19로 개강이 2주 늦어진 상태에서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수업을 하도록 했다. 문제는 인터넷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 고 씨는 2교시를 듣다가 서버가 다운되자 수업이 취소된 줄 알았다. 30분 뒤 문자로 받은 링크를 통해 다시 접속했다.

▲ 강의 사이트가 다운되자 고려대가 올린 공고

보건정책관리학부 김서정 씨(24)가 신청한 과목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인 줌(Zoom)을 활용했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김 씨는 “당장 다음 시간부터 발표를 시작하는데 학생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미숙하여 (시간이)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 씨와 고 씨는 교수를 직접 보고 얘기하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했다. 오프라인 강의에서는 교수가 학생의 표정을 쉽게 읽는다.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끼면 교수가 바로 추가설명을 한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방식이 어렵다.

강의를 다시 들으려 해도 저작권 때문에 어렵다. 도 씨와 함께 수강하는 학생이 녹화본을 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교수는 저작권 등의 이유로 어렵다고 했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한국외대 홍유진 씨(22)는 인터넷 연결문제로 강의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자료가 화면에 제대로 올라오지 않고 화면이 계속 끊겨서 집중하기 힘들었다.

그가 수강하는 과목에는 실습이 많다. 교수와의 즉각적인 소통이 중요하지만 공간이 단절된 셈이라 어려움을 느낀다. 같은 과 정해은 씨(25)도 서버가 다운되어 강의 전체를 듣지 못했다. 또 학교 홈페이지가 먹통이라서 교수에게 연락하지 못했다.

정 씨는 과목마다 방식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최호균 씨(22)는 온라인 강의가 복잡하다고 느꼈다. 과제제출이나 출석확인 절차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는 빨리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싶어 한다. 온라인만으로는 등록금이 아깝다고 생각한다.

정보통신학과 배홍식 씨(22)는 미리 녹화된 동영상을 통해 강의를 들었다. 하지만 링크에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커뮤니티에 많은 학생이 비슷한 이유로 불만의 글을 올렸다.

대학원생 최민성 씨(31)는 학생과 교수 모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서버문제로 강의에 차질이 생기며 전달력이 떨어져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최 씨는 “초유의 사태라 이해는 가지만 학교가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의 등록금은 학기당 1300만 원가량이다. 기숙사를 신청했다면 1500만 원으로 올라간다. 그는 “온라인으로만 수업이 진행된다면 등록금을 감면해줬으면 좋겠다. 온라인만 듣기에는 지불하는 금액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일부는 긍정적이었다. 수도권 대학의 김정훈 씨(23)는 통학시간이 줄고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서 좋다고 했다. 한국외대 권아름 씨(21)도 집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고 오프라인 수업보다 재미있다고 느꼈다.

도은영 씨는 불안정한 시스템을 보완한다면 대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완된)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된다면 모두가 질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 물리적 제약, 대학 간의 폐쇄성 및 서열이 많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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