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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집 (13) 불금이 달라졌다
변은샘·백설화 기자 | 승인 2020.03.06 21:57

 

회사원 임지수 씨(27)에게 금요일은 해방구다. 반복되는 일상을 버티는 힘이다. 매주 수요일부터 친구들과 금요일의 술 약속을 잡는다. 그러나 지난주는 집에서 혼자 마셨다.

확진자가 31명을 넘기 전까지만 해도 금요일은 약속으로 가득 찼다. 무서운 속도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지하철로 가야 하는 서울지하철 2호선의 홍대입구역이나 강남역 근처에서의 약속이 사라졌다. 가끔 친구와 집 앞의 카페에서 만나는 정도다.

임 씨는 2월 28일 저녁 8시, 퇴근하고 오돌뼈를 배달시켰다. 약속 없이 보내는 금요일 밤이 허전했다. 배달이 몰렸는지 1시간 15분을 기다렸다. 편의점에서 샀던 청하를 마셨다. 아쉬운 마음은 넷플릭스로 달랬다.

애인과는 당분간 만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 감염보다도 정부가 동선을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공개하는 모습을 보면서 데이트 생각이 사라졌다. 임 씨는 “데이트 동선을 부모가 알게 된다는 걸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 임지수 씨의 술상

경기 일산에 사는 대학생 이다인(22) 방서원 씨(22)도 2월 28일 저녁 10시경 마스크를 쓰고 집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홍대 근처에 도착했을 시간이다.

클럽에서 밤을 보내고 토요일 새벽 3시, 택시로 집에 갔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노는 걸 포기할 수는 없어서 두 사람은 오후 4시에 만나 밥을 먹고 옷가게를 들렀다.

물론 일부는 ‘불금’을 포기하지 못한다. 서민영 씨(29)는 미용실에서 일한다.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헌팅(즉석 만남) 술집을 간다.

평소에는 30분씩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지난주 금요일에는 대기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다. 300명 정도 들어가는 매장 1층에서 빈 테이블은 3개뿐이었다.

서 씨는 밖에서 마스크를 쓰지만 술집 안에서는 벗는다. 모르는 이성과 얼굴만 보고 합석을 하는 술집에서 마스크는 곤란하다. 여러 번 합석하면 술잔과 숟가락이 섞인다. 합석을 요청하러 갔다가 돌아오면 손에는 주인 모를 술잔이 들려있다.

그는 코로나19가 두렵지 않다. 서 씨는 “세계 종말이 와도 전날까지 놀겠다”고 했다. 밖에서 마스크를 쓰는 건 다른 사람들의 눈총 때문이다. 다음 주말에도 홍대 근처를 찾을 예정이다.

▲ 홍대 근처의 헌팅술집은 여전히 붐빈다.

안드레아(24)와 레베카(27)도 최근 캐쥬얼 펍 ‘썰스데이파티’를 찾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시간이 많아졌다. 안드레아는 초등학교, 레베카는 유치원 교사로 일한다.

그들은 평소처럼 펍에서 맥주를 시켰다. 옆 테이블의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다트게임을 했다. 국내 확진자가 2000명을 넘던 날이었다.

안드레아는 미국의 가족과 통화를 할 때마다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미국보다 한국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는 “한국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건 그만큼 검사가 체계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은 원래 3주 뒤였지만 5월로 미뤘다. 미국에 도착해 2주간 격리될 일을 생각하면 번거로워서다.

레베카도 홍대 근처에 나오는 게 두렵지 않다. “우리는 어리기 때문에 코로나가 감기처럼 지나가리라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코로나19에 옮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걸렸을 때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서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조수현 씨(32)도 같은 날, 친구들을 만났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횟집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 제철 음식을 먹는다. 코로나19라고 봄 도다리를 놓칠 수는 없었다.

기분이 달아오른 친구들과 마포구 합정동의 꼬치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감염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실제로 약속 자체는 줄었다.

밖에서만 마스크를 끼고 감염위험이 높은 실내에서 벗는 모습을 조 씨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이미 한 배를 탔다고 했다. 조 씨는 “술집에 있던 다른 사람도 모두 그렇게 위안 삼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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