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6번 출구에서 채다솜 씨(26)를 만났다. 2월 3일 오후 6시였다. 퇴근하고 운동하러 가는 시간. 그는 겉옷 주머니에서 접이식 장바구니를 꺼냈다.

채 씨는 걸으며 허리를 자주 숙였다. 길바닥에서 쓰레기를 봤을 때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대로변에서 공공 쓰레기통을 발견했다. 장바구니를 비웠다.

귤껍질과 아이스크림 막대, 달걀 포장지, 명함크기 대출 홍보물 3장, 커다란 흰색 비닐과 투명한 플라스틱 봉투, 휴지 조각. 채 씨와 기자는 10분 동안 쓰레기 9개를 주웠다.

건강음료를 담은 병을 보면 가장 화가 난다고 한다. “몸을 생각하는 만큼 자기가 사는 지구를 생각하면 이렇게 버리지 않았을 텐데….”

▲ 채다솜 씨가 길에서 주운 쓰레기

채 씨는 이렇게 플로깅을 자주 한다.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plocka upp)와 영어(jogging)의 합성어.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뜻한다.

한국에서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플로깅 사진을 올리는 사람이 늘었다. 3월 10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플로깅으로 올라온 게시물은 4000개가 넘는다.

채 씨는 1월 26일 시작했다. 지금까지 게시물 19개를 올렸다. 그는 “언젠가 나처럼 동기 부여된 사람이 인스타그램에 검색한다면 다른 사람도 있다며 외롭지 않게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승용 씨(35)는 지난해 5월 시작했다. 환경수기 공모전을 준비하며 거북이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빼내는 영상을 보면서다. 태평양 쓰레기 섬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느꼈다.

그는 2월 9일 서울 광진광장에서 만났을 때 담배꽁초로 4분의 3 정도 채워진 페트병과 집게를 건넸다. “오늘 미션은 페트병을 다 채우는 거예요.” 

▲ 황승용 씨가 건넨 페트병. 플로깅 준비물은 장갑과 집게다.

기자는 30분이 안 돼서 페트병을 채웠다. 화단과 하수구에 담배꽁초가 특히 많았다. 황 씨는 흡연자 앞에서 꽁초를 주운 적이 있다. 앞에서 꽁초를 주우면 흡연자가 뒤로 가면서 담배를 피운다고 했다.

황 씨는 플로깅을 부정적으로 하면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재미있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1월 19일 올린 영상에서 그는 “스쿼트! 런지!”하고 소리치고 자세를 잡으며 꽁초를 주웠다. 플로깅과 식단관리를 병행하자 몸무게가 9kg 줄었다.

그가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만들었을 때 팔로워는 약 120명이었다. 현재는 794명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만큼 유명해지고 인지도가 생겨야 나의 행동이나 선한 영향력이 좀 더 퍼지겠다는 생각을 한다.” 활동하는 사진을 더 ‘악착같이’ 찍는 이유다.

▲ 황승용 씨의 플로깅 사진

또 다른 플로거 이진아 씨(31)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쓰레기 없는 삶)를 실천하려고 2017년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 운동을 하다가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지인이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고 동참했다.

이 씨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내 모습을 보는 누군가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생각이 들게 하고, 같이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용기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덕분에 쓰레기 하나, 빨대 하나, 일회용 컵 하나도 신경 쓰인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윤인진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탈물질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세대는) 플로깅 같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행위를 개인의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표출하고 남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고양시킨다”고 말했다.

전에는 쓰레기 사진을 찍어 올리는 앱, 리터라티(Litterati)가 있었다. 창업자 제프 키르쉬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쓰레기 지도를 만들었다. 앱이 아니더라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해시태그를 이용한 사진을 올리면 같은 행동을 하는 전 세계인과 연결된다.

이진아 씨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만나 서로 위로를 받으면 좀 풀린다”고 말했다. 황승용 씨는 “완벽하게 플라스틱 안 쓰는 10명이 있는 것보다 물티슈 조금 안 쓰는 사람 100명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Imperfect(완벽하지 않은)한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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