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2일에 4000명을 넘자 교육부는 원격수업 또는 재택 수업을 하도록 대학에 요청했다. 대부분 학교는 개강을 1~2주 미뤘다.

이런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많은 학생이 의문을 갖는다. 실습이 많은 공과대학 예술대학 음악대학이 특히 그렇다.

한양대 허민 씨(전기생체공학부)는 이번 학기에 여섯 과목을 듣는다. 이론과 실험을 같이 해야 하므로 온라인만으로는 수업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원이 15명 정도인) 마이크로파회로 수업의 자료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널려 있다. 이 수업을 신청한 이유는 실습 프로그램을 직접 돌려보고 교수님의 내공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는 ‘고주파 전자기장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HFSS)’를 다루는데 프로그램을 실습하지 못하면 혼자 공부하는 게 낫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앙대 김현형 씨(시스템생명공학과)도 실험수업은 온라인으로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온라인 수업기간이 더 늘어나면 차라리 폐강하고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기를 희망한다.

김 씨는 신청한 ‘생화학실험’ 수업은 세균이 어떤 환경에서 잘 자라는지, 어떤 약품을 주입했을 때 자라지 못하는지 관찰하고 보고서로 제출하던 과목이다. 그는 “교수가 실험방법을 설명해도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건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 중앙대(위)와 한양대의 온라인 수업 공지

건국대 소재윤 씨(영상영화학과)는 단편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눈앞이 캄캄하다. 팀원 회의, 배우 섭외, 스토리보드 작성 등 제작과정을 온라인으로 할 수 없어서다. 벚꽃이 피는 상반기에 촬영하려고 시나리오를 만들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졸업작품워크샵I’도 걱정. 소 씨는 “4년 동안 쌓은 실력을 발휘해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작품을 만들고 상영회까지 해야 하는데, 온라인 수업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막막하기는 의대생 역시 같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 이광호 씨는 “해부학은 7학점일 만큼 비중이 크다. 시신을 직접 해부하는 실습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예지 씨(국악과)는 ‘정악합주’ ‘국악실내악’ ‘관현악’ ‘국악전공실기’를 수강한다. 합주를 하거나 교수에게 개인 레슨을 받는 방식이다. 모든 실기 수업은 3월 30일부터 가능하다는 공지를 받았다.

고려대 김도현 씨(전기전자공학부)는 등록금 일부를 학교가 감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상황인지 궁금해 학교에 연락해 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학교는 미흡하게 대응하면서 등록금은 그대로 받는 건 아닌 거 같다.”

온라인 수업은 교수에게도 생소하다. 서울여대 김미라 교수(언론영상학부)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가 많이 당황한 것 같다”며 “교수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수업에 손실이 없도록 동영상 강의의 퀄리티를 높이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동영상 녹화와 수업 자료(PPT), 두 가지를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런 기간이 연장되면 라이브 방송으로 하려고 한다. 녹화와 PPT로는 학생과 소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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