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 기흥구의 전자담배 판매점. 최신범 씨(26)는 전자담배 액상을 구입하려고 3월 9일 이곳을 방문했다. 여러 맛의 액상이 담긴 팟이 판매대에 보였다.

시향을 하려면 팟에 입을 갖다 대야 한다. 몇 사람이 만졌을지 모르지만 직원의 권유에 최 씨는 입을 댔다. 최 씨가 만진 팟을 직원은 소독하지 않고 그대로 놓았다.

코로나19는 비말과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눈에 비말이 들어가면 감염된다는 보고도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

전자담배 판매점이 대표적이다. 액상을 시향하려고 여러 사람이 같은 팟을 이용한다. 감염 우려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 씨는 “직원이 권해서 얼떨결에 시향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찝찝하다”고 대답했다.

▲ 입을 대고 피는 액상 팟

용인 수지구의 백화점. 지하 1층 푸드코트 판매대에 음식이 진열됐다. 바로 옆의 대형마트 식료품 코너에도 음식이 포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1층의 빵집에서는 복도에 빵을 진열했다. 모두 침방울이 튈 수 있는 곳이다.

뷔페 음식점은 어떨까. 3월 8일 저녁 경기 수원 팔달구의 빕스 아주대점. 테이블의 3분의 2 정도가 손님으로 찼다.

기자가 접시를 들고 음식 앞에 섰는데 어느 커플이 이야기를 나눴다. 식사를 하려고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최근 뷔페 음식점을 찾지 않는다는 신명진 씨(30)는 “음식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 앞에 오래 진열된 것 자체가 걱정된다”고 했다.

PC방과 노래방은 이미 확진자가 나온 곳이지만 여전히 이용자가 많다. 3월 11일 오후 3시 용인 기흥구의 PC방. 평일인데도 성인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은 학생이 가득했다.

대부분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했다. 이용을 끝낸 자리는 직원이 정리했지만 손이 닿는 마우스와 키보드를 대충 닦았다. 입이 닿거나 침이 튈 수 있는 헤드셋 마이크는 그냥 뒀다.

노래방 마이크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 신선경 씨(26)는 코인 노래방을 자주 찾는다. 지난 주말에도 친구들과 함께 갔다. 신 씨는 “따로 관리되는 것이 없었다. 소독약도 없었고, 평소처럼 덮개만 줄 뿐이었다. 솔직히 불안해서 덮개를 세 겹이나 씌웠다”고 말했다.

▲ 공기 중에 노출된 립스틱과 고객이 사용한 솜 쓰레기

화장품 판매점도 코로나 사각지대. 3월 10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구의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 손님 15명이 화장품을 구경했다.

어느 모녀가 립스틱 판매대에 다가갔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은 립스틱을 입술에 발랐다. 구매할까 고민하다가 매장을 나갔다. 마스카라 제품을 테스트하던 정수해미 씨(26)는 “립스틱이 아니면 다른 제품은 (테스트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다른 올리리브영 매장에서 만난 김솔별 씨(26)는 스스로를 올리브영 애용자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1주일에 3번은 들른다. 립스틱은 손등에, 섀도는 눈두덩에 바른다. 그는 “입술만 아니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일부 매장은 감염 위험을 줄이려 노력한다. 서울 서초구의 화장품 판매점 시코르. 안내문이 눈길을 끌었다. ‘고객님의 안전을 위해 입술이나 눈에 닿는 제품은 일회용 도구를 이용해 손등에 테스트 해주기시 바랍니다.’ 고객의 손에 닿는 부분을 점원들은 소독제로 닦았다.

어느 여성은 립스틱을 테스트하려고 마스크를 입 아래로 내렸다. 2개를 테스트하고는 다른 상품을 구경하러 돌아섰다. 안경을 쓴 다른 여성도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립스틱을 바른 뒤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질렀다.

시코르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입술에 바르는 손님에 대해 묻자 직원은 “손님의 행동을 제재할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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