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가 2014년 6월부터 지금까지 8년간 써온 연재 칼럼이다. ‘9988’은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을 줄인 말이다. 칼럼 제목에 맞게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담는다.그는 2019년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인터뷰에서 복지전문기자로서의 신념을 ‘긍휼지심(矜恤之心)’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신념 덕에 그는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올해의 의과학취재상’을 받았다. 협회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동이다. 누가 일으켰느냐?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하고 함께 해서 일으켰대!”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2020년 5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외친 말이다. 그는 2002년 신문 광고를 시작으로 북한군 침투설을 끊임없이 주장했다.‘카더라’ 수준이던 북한군 침투설에 김명국이라는 인물이 힘을 실었다. 그는 2013년 5월 채널A에 출연해 자신이 5.18 당시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이후 지 씨는 2015년 6월부터 인터넷 사이트 ‘시스템클럽’에 관련 글을 게시하고 영상을 편
2019년 7월 26일 전주 상산고에 대한 전라북도 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신청이 최종 거부됐다.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 결정으로 상산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부의 결정 뒤에는 7개월간 끈질기게 이어진 동아일보 교육팀의 보도가 있었다.자사고 보도를 시작한 사람은 최예나 기자였다. 2019년 1월 4일, 최 기자는 “확 높인 ‘자사고 기준’, 무더기 지정취소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 걸었다. 새 정부
강원일보 최기영 기자(정치부)는 납북 귀환 어부에 대한 전화를 2021년 8월에 받았다. 발신자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였다. 위원회는 1970~1980년대 서해안 백령도 일원과 강원 동해안에서 납북됐다가 귀환 후 간첩으로 몰린 어부를 조사 중이었다.“억울한 피해를 입은 어민이 3600명에 달하는데 신고한 이는 3명에 불과해 조사가 원활치 못하다”는 상황 설명과 함께 “피해자 대다수가 거주하는 강원도의 대표 언론, 강원일보가 사건을 조명해 주면 좋겠다”고 위원회 직원이 말했다.최 기자는 충격을 받았다. 지역에 수천 명의
정치권을 2021년에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다. 일명 ‘대장동 게이트’다.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전 특검 등 거물급 인사가 엮었다.CBS 취재팀은 의혹의 실체를 파헤친 보도로 제53회 한국기자상(취재보도 부문)을 받았다. 취재팀 일원인 김구연 서민선 기자를 3월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CBS 사옥 1층 카페에서 만났다.“대장동 같은 큰 사건에서 누가 비위를 저질렀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는 돈의 흐름이에요. 들은 소문과 ‘카더라’로만 기사를 쓴다면 모든 기자들이 한국 기자상 받을 거예요. 그걸 어떻게 제대로 확인
SBS의 2월 22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이하 뉴스브리핑) 1부에서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 토론했다. 전날에 법정 TV 토론이 있어서 양측 모두 날이 섰다.방송 도중 언성이 높아지자 주영진 앵커가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상대방 후보에게 어저께 대선 토론회에서 이거만큼은 잘했다. 서로 칭찬 한 번씩 해주시죠.”주 앵커는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이름을 붙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는 1993년 SBS 3기로 입사했다. 정치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을 거쳐 2017년부터 뉴스브리핑을 맡았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이하 뉴스브리핑) 제작 현장을 찾았다. 2월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양천구의 SBS 목동 사옥 2층. 생방송 시작까지 23분이 남았다. 스튜디오는 조용했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조정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생방송 중이던 오후 2시 40분. 스튜디오는 서늘했고 여전히 조용했다. 방송 장비가 온도에 예민해서 스튜디오 온도를 항상 18~24도로 유지한다.오후 3시 9분, 3층 부조정실을 찾았다. 소란스러웠다. “서버 6, 스타트, 커트.” “카메라 투 스탠바이.” “카메라 투로, 큐.” 수십 개
MBC 신재웅 기자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에 대한 제보를 2021년 5월 28일 받았다. 제보자는 울분에 차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신 기자의 머릿속에선 ‘설마’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 취재를 모두 제쳐두고 곧장 유족을 만났다.이 중사의 유족은 제보하기 전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과 시민단체 호소했다고 한다.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언론을 찾았다.신 기자는 피해자 주변인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사 중인 사안이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
“스페인 북한대사관 진입으로 유명한 ‘자유조선’의 핵심인물 크리스토퍼 안을 국내외 언론사 중 처음으로 인터뷰해 김한솔 구출 작전의 베일을 벗겨냈으며, 미국 유력 매체들도 잇따라 그를 인터뷰하도록 선도한 공로.”관훈언론상 심사위원회는 국민일보 하윤해 정치부장의 기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하 부장은 미국 워싱턴 특파원 시절에 썼던 기사로 국제보도 부문을 수상했다. 관훈언론상의 국제보도 부문 수상자는 3년 만에 나왔다.심사 기준은 ▲ 국제 이슈나 국제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거나 탁월하게 분석한 보도 ▲ 외국 현지를 직접 취재해 뛰
“‘최대 지원 최소 간섭’이 언제나 문화를 흥하게 하는 제1법칙임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중앙일보 9월 29일자 칼럼이다. 제목은 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을 분석하며 한국 콘텐츠가 세계 문화의 중심에 선 이유를 설명했다.양성희 중앙일보 기자는 문화인이 투쟁해서 얻어낸 창작의 자유가 오늘날 한류의 토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유례없는 ‘언론징벌법’에 미련을 못 버리고, ‘역사’에 대한 다른 목소리를 불허하며 표현의 자유에 쉽게 제동을 걸려 하는 이 정부에 들려주고 싶은 얘기”
“글 쓰는 건 쉽다. 그냥 타자기 앞에 앉아서, 정맥을 열고 한 방울씩 피를 흘리기만 하면 된다.”레드 스미스(Red Smith)의 말이다. 글을 쓸 때는 핏방울을 떨어뜨리듯이 한 글자씩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세상을 떠나던 해(1982년)까지 55년 동안 스포츠 기자로 활동하며 이 말을 철저히 지켰다.그의 글은 세련된 어휘와 타고난 유머 감각이 특징이어서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의 에세이와 함께 대학 교재에 실렸다. 글을 통해서 미국의 스포츠 팬을 어떻게 열광시켰는지 그가 몸담은 뉴욕타임스(NYT) 기사 등을 통해
컬럼비아대학의 피터 콜먼(Peter Coleman, 교육학)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이민자에 관해 두 개의 기사를 읽게 했다. 한 기사는 찬성과 반대의 두 가지 입장만을 제시했다. 다른 기사는 훨씬 더 많은 맥락 정보와 복잡한 사실을 제시했다. 그리고 두 그룹이 따로 이민자에 대해 토의하게 했다. 결과는 어떻게 다를까? 놀랍게도 복잡한 기사를 읽은 집단이 단순한 기사를 읽고 만난 사람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안을 제안하고 대화에도 더 만족했다. 저널리즘의 상식에 반하는 이러한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
“여론 조사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믿음과 (중략) 미국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가 트럼프에게 혜택을 주었다.” 뉴욕 타임즈의 전 편집인 질 에이브람슨(Jill Abramson)이 같은 신문 칼럼니스트인 프랭크 브루니(Frank Bruni)의 2019년 1월 11일 칼럼에서 밝힌 내용이다. 브루니는 이 글에서 누가 앞서고, 누가 뒤에 있고, 누가 질주하는지에 대해 보도하는 ‘경마 집착’을 피해야 선거보도가 연극과 스포츠식 보도에서 벗어나 정책과 거버넌스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해외의 저널리스
“저는 또한 우리가 다양성 문제에 절대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진전을 이뤘든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샐리 버즈비(Sally Buzbee)가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하면서 했던 말이다. 이 신문의 편집인으로 6월에 임명된 뒤였다. 제목은 ‘AP통신의 샐리 버즈비가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을 이끌 최초의 여성 편집인으로 임명됐다’이다.인터뷰에서 버즈비는 첫 여성 편집인이 된 점을 ‘영광’이라고 말하면서 편집국 다양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브라이언 스텔터(Brian S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페이스십 미디어라는 매체를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스페이스십 미디어의 프로젝트들은 참가자의 마음을 바꾸어 놓지 못했다. 총기 지지자는 여전히 총기 지지자였고, 반대자는 여전히 반대자로 남았다. 앨러배마 출신 트럼프 지지자는 프로젝트가 끝나도 트럼프 지지자였고, 캘리포니아 출신 클린턴 지지자들도 변화가 없었다. 2018년 10월 23일 스페이스십 미디어의 활동을 소개한 니먼 리포트의 리키 모렐 기자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이러한 노력은 (중략) 단순히 소외된 집단 사이의 대화를 이끌기 위해서인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라 알바레즈와 ‘아웃라이어 미디어’를 소개합니다. 아웃라이어 미디어는 뉴스 산업에서 소외되는 수용자와 직접 소통을 시도한 저널리즘 혁신 매체입니다. 이에 기자는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새라 알바레즈로부터 직접 설립 당시의 이야기와 운영 상황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답변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9건의 편집장 인터뷰와 저널리즘 레포트 등 다양한 간접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방식으로 취재했습니다. “저널리즘이 좋았지만 저는 부유한 독자를 위해 저소득층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쓰는 일에 만족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페이스십 미디어라는 매체를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2017년 9월 26일 미국의 유명 시사 보도 프로그램 CBS의 ‘60분‘(60MINUTES)’, 25년의 토크쇼 경력을 가진 오프라 윈프리가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로 미시간 출신의 패널 14명을 모았다.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었다.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 건강관리 등에 관한 두 그룹의 대화가 화면 너머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이 에피소드는 거의 1,500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그러나 아만다 리플리는 2
2015년, BBC는 제56대 영국 총선을 맞아 ‘10시 뉴스(News at Ten)’ 끝자락에 ‘나의 선거(my election)’ 코너를 마련했다. 기자의 리포트 없이 시민이 자신의 활동 공간을 배경으로 1분 30초 동안 발언하는 코너였다. 시민은 선거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선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자신은 현재 어떠한 처지인지 등을 주로 언급했다. 이 코너는 ‘시민의 권리와 시민사회를 유지하자’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미디어사회학자 허버트 갠즈는 저서
‘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페이스십 미디어라는 매체를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스페이스십 모델은 (중략)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세상을 개선하는 언론인의 능력에 대해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작업이다." 2017년 1월부터 스페이스십 미디어와 협업했던 앨라배마 미디어 그룹의 콘텐츠 부사장인 미셸 홈즈가 스페이스십 미디어 홈페이지에 남긴 후기다.전 나이트 리더(Knight Ridder) 신문 경영자 폴라 엘리스는 스페이스십 미디어 같은 회사를 “파괴자"라고 불렀다. 하버드대 부설 니먼 언론 재단의 저널리즘 전문잡지인 니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21길에는 조선일보 본사, 조선일보 미술관, TV 조선이 있다. ‘조선일보 존’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곳이다.핸드폰을 귀에 댄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건물 뒤 외진 골목길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활기가 넘치는 그 공간에 붉은색 체크무늬 셔츠 차림의 남성이 다가왔다.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였다.내 몫의 음료를 먼저 시켜놨다고 하니 “나 왔을 때 같이 시키지! (사원증 할인으로)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그의 말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오늘 만남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문화부 선임기자다. 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