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2021년에 뜨겁게 달군 사건이 있다. 일명 ‘대장동 게이트’다.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전 특검 등 거물급 인사가 엮었다.

CBS 취재팀은 의혹의 실체를 파헤친 보도로 제53회 한국기자상(취재보도 부문)을 받았다. 취재팀 일원인 김구연 서민선 기자를 3월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CBS 사옥 1층 카페에서 만났다.

“대장동 같은 큰 사건에서 누가 비위를 저질렀는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잣대는 돈의 흐름이에요. 들은 소문과 ‘카더라’로만 기사를 쓴다면 모든 기자들이 한국 기자상 받을 거예요. 그걸 어떻게 제대로 확인하느냐가 중요하죠.”

김구연 기자는 사라진 화천대유 현금 100억 원의 행방을 추적하는 기사를 김태헌 윤준호 기자와 함께 2021년 10월 29일 보도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에 건넨 100억 원 중 일부가 쌍방울그룹 측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간 흐름을 추적했다.

취재시작 시점에 대해 김구연 기자는 “지난해 가을쯤 취재원이 우연히 자금과 관련해 흘린 말을 듣고 나서”라며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내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전했다.

▲ 한국기자상을 받은 CBS 취재팀(왼쪽 두 번째부터 윤준호 김구연 김태헌 서민선 기자)
▲ 한국기자상을 받은 CBS 취재팀(왼쪽 두 번째부터 윤준호 김구연 김태헌 서민선 기자)

소문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하나는 취재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시된 기업의 자료였다. “사안이 민감해서 그런지 취재원은 모두 본인에게 유리한 부분만 강조했어요. 자금 추적 기사에 도움이 된 취재원은 사실상 없었죠.”

공시자료, 그중에서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헤맸다. 전문적인 회계 지식이 없어서다. 자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묻기 위해 회계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꾸 부딪쳤더니 해석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서민선 기자가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기사를 쓰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정치권에서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금액은 몇 천 만 원부터 몇백 억 원까지 확인되지 않은 추측만 가득했다.

50억이라는 사실을 어느 취재원에게서 확인했다. 관련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보고 취재원이 귀띔했다. 추석 연휴였다.

금액을 알고 연휴가 끝나는 날부터 서 기자는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를 4일간 찾아갔다. 집, 회사 앞을 가릴 것 없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서 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이 대표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그의 딸이 나왔다.

명함을 전해주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층에 도착한 순간, 처음으로 이성문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50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를 확인해줬다.

서 기자는 화천대유 대주주였던 김만배 씨가 박영수 전 특검 인척에 100억을 건넸다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그는 이 기사가 취재원과의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기사를 쓰기 전부터 사회부에서 일하며 경찰에 출입했다. 서 기자가 출입하는 경찰서는 지난해 8월 불거진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을 수사했다. 이를 위해 그는 많은 취재원을 만났다.

꾸준히 연락하던 취재원에게 서 기자는 “박영수 인척이 100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푸념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취재원이 마침 인척과 아는 사이였다. “제대로 정확하게 써줄 테니 서 기자한테는 얘기해주라고 했다고 해요. 인척한테 밤에 문자를 받고는 소름이 돋았어요.”

김구연 기자는 8년 차다. 그는 “내가 기자 일을 하는 힘의 원천은 공익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라며 “자본 권력이나 정치 권력에 대항하는 건 언론 말고는 할 수 있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는 끈질김의 산물이라고 했다. “취재하며 자료를 계속 들여다봤어요. 공시된 자료가 생각보다 허술하게 돼 있을 때가 많았죠. 찾다 보니 오기가 생겨서, 집에 가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달라붙었어요. 같이 취재한 우리 팀 동료 기자들이 모두 그렇게 열심히 했어요.”

언론계 동료나 입문을 앞둔 지망생에게 들려줄 말을 물었다. 서민선 기자는 “기자가 많이 알아야, 할 말이 많이 나온다”며 제대로 깊이 아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구연 기자는 “언론 종사자들이 가야 할 곳은 현장이고,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한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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