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2월 22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이하 뉴스브리핑) 1부에서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최재성 전 정무수석이 토론했다. 전날에 법정 TV 토론이 있어서 양측 모두 날이 섰다.

방송 도중 언성이 높아지자 주영진 앵커가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상대방 후보에게 어저께 대선 토론회에서 이거만큼은 잘했다. 서로 칭찬 한 번씩 해주시죠.”

주 앵커는 지상파 뉴스 프로그램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 이름을 붙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는 1993년 SBS 3기로 입사했다. 정치부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을 거쳐 2017년부터 뉴스브리핑을 맡았다.

그는 기자 및 작가와 함께 매일 아침 9시쯤부터 회의를 한다. 평소에는 방송 2시간 중에서 1시간을 정치, 나머지 1시간은 사회 경제 문화 분야에 할애한다.

대선을 앞두고는 대부분 정치를 다뤘다. 정치 아이템은 주 앵커가 전권을 갖고 결정한다. 다른 아이템은 기자나 작가 결정하면 수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시청자가 재미있어하는 뉴스와 알아야 하는 뉴스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아이템을 정하는지 물어봤다. 주 앵커는 두 가지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많이 다루는 재미 위주의 뉴스와 달리,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기본적이고 반드시 다뤄져야 하는 뉴스를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영진 앵커
▲ 주영진 앵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이 법정 구속되던 당시, 클로징멘트로 인해 편파 시비가 붙었던 일화에 대해 조심스레 질문했다. 당시 어떤 심경이었을까.

“정경심 교수를 지지했던 사람이든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이든, 똑같이 이야기 하는 게 공정과 상식이었잖아요. 근데 각자 의견에 따라 다른 공정과 정의를 요구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공정과 정의라는 가치에 대해서는 서로 똑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 했던 멘트였어요. 레거시 미디어가 정말로, 정말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원칙은 공정이죠.”

주 앵커의 방송 철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공정’이었다. 시청자가 평가하기에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는데, 자신들은 최대한 공정하게 말 한마디나 출연자 섭외를 신경 쓴다고 했다.

그는 직업으로 기자를 선택한 일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기자는 참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회사를 나가기가 싫었던 적이 없어요.”

인터뷰하다가 이것 하나는 정말 기자나 앵커에게 중요한 공통 자질이라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주 앵커가 말했다.

“기자는 질문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특성상 기자나 앵커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질문을 잘해야 시청자가 원하는 대답이 나올 수 있어요. 저도 열이면 절반 (성공)하기가 쉽지 않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은 그의 향후 계획과도 관련이 있다. 앵커를 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로서 끝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더 크게 든다고 했다. 주 앵커가 전하는 뉴스에 반응하고 신뢰하는 시청자를 보면서 언론인으로서의 마지막을 계획한다고 했다.

‘주영진 앵커는 정치 안 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점점 늘어나자 시청자의 신뢰가 마음에 크게 와닿는다며 정년까지 열심히 기자로서 또 앵커로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 주영진 앵커(가운데)가 출연자와 대담하는 모습
▲ 주영진 앵커(가운데)가 출연자와 대담하는 모습

뉴스브리핑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더니 김복동 할머니와의 인터뷰를 꼽았다. 어린 나이에 위안부가 되고, 고국에 돌아와서도 수십 년을 가슴 속에 담아 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말, “나는 위안부였다”고 고백하던 할머니의 삶이 짐작조차 안 된다고 했다.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주 앵커는 빈소에 갔었다고 한다. 정치인의 상가 같은 곳을 잘 가지 않는데, 할머니 빈소는 당연히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줄 서서 기다렸다가 조용히 조문하고 왔다.

“대단히 복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김복동 할머니께서 살아왔던 삶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되겠다. 단지 위안부 피해자 운동가, 이렇게만 봐서도 안 되겠다. 그 고단하고 정말 신산(辛酸)했을 그 삶에 대해서 아주 생각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마지막으로 기자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주 앵커는 준비과정에서 마음을 많이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언론사마다 원하는 기자상이 다르기에 각자에게 맞는 회사가 있을 거라며 간절하고 착실하게 준비하라는 말을 덧붙였다.

인터뷰를 끝내며 뉴스브리핑처럼 ‘오늘의 노래’를 선곡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 앵커는 크게 웃으며 너무 어렵지만 좋아하는 노래라며 직접 불렀다.

“흠, 아주 예전 분이고 여러분은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최백호 씨. 그분의 노래 중에 저도 우연히 듣게 된 노래인데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노래에요. ‘시인과 군인’이라는 노래가 있어요. 1, 2절이 ‘아이야 너는 자라서 시인이 되거라. 아이야 너는 자라서 군인이 되거라’이고 그 이유에 대한 가사가 뒤에 있어요. 저는 1, 2절 가사를 늘 기자로 바꿔서 혼자 불렀어요.”

♬ 너는 자라서 기자가 되거라. 두 눈에서 불이 뿜어나는 힘을 가져라. 불의 앞에서 정의를 말할 수 있고, 분노를 분노로 내뱉을 수 있는. 그러나 가슴 깊은 곳. 내 나라의 내 민족의 아픔에 우는 아이야 아이야 기자가 되거라 ♬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