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스페이스십 미디어라는 매체를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 오프라 윈프리와 패널들 (출처=CBS)

2017년 9월 26일 미국의 유명 시사 보도 프로그램 CBS의 ‘60분‘(60MINUTES)’, 25년의 토크쇼 경력을 가진 오프라 윈프리가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로 미시간 출신의 패널 14명을 모았다.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였고, 나머지 절반은 트럼프 지지자가 아니었다.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 건강관리 등에 관한 두 그룹의 대화가 화면 너머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이 에피소드는 거의 1,500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그러나 아만다 리플리는 2018년 6월 28일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지루하고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평했다.    

성공적인 대화는 아니지만, 이는 미국 공론장이 심각하게 양극화된 상황에서 공중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기 위한 새로운 저널리즘적 시도 중 하나였다.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교수는 2017년 5월 25일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이란 매체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선 먼저 지역사회의 우려와 필요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한 합리적 대화로 그들을 (중략) 불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얼룩소 홈페이지 (출처=얼룩소)

한국에선 미디어 스타트업 얼룩소(alookso)가 미국과 비슷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9월 30일부터 시작된 얼룩소 프로젝트는 시민들에게 50글자로 의견을 표출하도록 하고 있다. 얼룩소는 홈페이지에서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결정이 나올 때도 구경꾼이 됩니다“라며 “우리는 지금보다 (중략) 더 나은 토론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참여하여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이런 시도는 활발하다. 니먼 리포트의 기자, 리키 모렐은 2018년 10월 23일자 기사에서 “많은 언론사가 대화저널리즘을 편집 혁신과 청중참여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갈등이 있는 곳에 찾아가 시민대화를 복원하고, 이를 보도에 옮기는 스페이스십 미디어에선 이런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스페이스십 미디어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들이다.   

■ 정치에 대해 말하기 (Talkilng Poliltics)

“클린턴 유권자들이 트럼프 유권자의 입장을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성차별주의자로 단정짓고 있다고 느꼈어요.” 앨라배마 미디어 그룹의 2017년 1월 15일자 기사에서 코트니 홀 오브 데이드빌 변호사 겸 법학교수가 밝힌 이야기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었던 이유죠.”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그녀는 “나는 이 그룹의 클린턴 유권자들을 존중해요.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이 내 입장도 존중하고 있다고 느끼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데이드빌은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을 지지한 25명의 캘리포니아 여성들과 트럼프를 지지한 25명의 앨라배마 여성들을 모아 대화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비영리 단체인 스페이스십 미디어가 앨라배마 미디어와 협업한 결과다. 

대화는 페이스북 비공개 그룹을 통해 2016년 12월 14일부터 한 달간 이어졌다. 낙태, 인종차별, 언론의 자유, 건강 보험, 정부 지출, 미국 선거에 대한 러시아 간섭, 여성 행진 등의 주제를 다뤘다. 

전 국민을 의료보험에 가입하게 한 오바마 케어의 경우, 트럼프를 지지하는 앨라배마 여성들의 견해와 클린턴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견해가 정 반대로 나뉜 이슈였다. 앨라배마 여성들은 오바마 케어를 우려했으며, 캘리포니아 지역의 여성들은 이를 긍정적인 법안으로 보았다. 

두 그룹 사이의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해의 시작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케어에 따라 앨라배마 주의 건강보험이 캘리포니아 주에서보다 빠르게 올랐으며, 캘리포니아보다 가계 소득의 더 큰 부분을 차지했다. 앨라배마 미디어팀과 스페이스십 미디어 팀의 기자들은 이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고, 대화하게 했다. 

앨라배마 주민들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이런 종류의 보험료 인상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보다 월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친구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 했다. 캘리포니아 주민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 북부 소노마 카운티의 은퇴한 경찰관 리사 앤은 "당신의 보험료가 우리보다 더 나쁜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앨라배마 주민들에게 비용이 부당하게 높다는 데 동의했지만,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오바마케어의 전반적인 효과에 대해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한 달에 걸친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약 50명의 여성 중 누구도 다른 후보자로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언론 보도가 그리는 인물 이상의 존재로 서로를 일고, 이해하게 됐다. 의료에 대한 논의가 끝난 후, 앨라배마 헌츠빌의 영업 관리자인 보니 린다버그는 “우리가 살고 잇는 위치에 따라 삶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앨라배마 미디어 그룹의 2017년 1월 15일자 기사에서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분열된 공동체의 대화를 복원하는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알라메다에 거주하는 전직 교사인 샹탈 클라크는 존 헤먼트리가 쓴 앨라배마 미디어 그룹의 2017년 1월 15일자 기사에서 대화가 끝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것은 힘들지만 훌륭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관점을 듣고 듣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 모두에게 유익합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더 많이 통해 더 강하고 덜 분열된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 총기에 대한 미국인의 대화 (Guns, an American Conversation)

총기 허용 지지자와 총기 허용 반대자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군대에서 은퇴해 총으로 사냥을 하기도 하는 존 고드퍼리와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피터 로토는 친구가 됐다. 몇 주 전 만남 이후 메일과 문자를 통해 연락을 할 정도다. 

"우리 모두는 몇 가지 매우 근본적인 것에 동의합니다. 우리 모두는 학교가 더 안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우리 모두는 유치원생들이 책상 밑에 숨어서 연습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데 모두 동의합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을 발견하고 친해질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은퇴자이자, 할아버지로써 같은 부분에 동의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소셜 미디어의 메아리를 벗어나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 대화를 나누고 있는 21명의 참가자들 (출처=시러큐스)

두 사람은 스페이스십 미디어가 어드밴스 로컬 미디어(Advance Local Media)가 협력한 프로젝트인 ‘총기에 대한 미국인의 대화(Guns, an American Conversation)’를 통해 만났다.프로젝트의 시작은 2018년 3월 24일 두 사람을 포함해 21명의 사람들을 워싱턴 뉴지엄에서 만나게 하는 것이었다. 총기 폭력의 희생자도, 총기 수집가도, 경찰도, 변호사도, 사냥꾼도, 십대와 그의 어머니도 있었다. 어드밴스 로컬 미디어가 미국 전역, 정치적 지지를 가로질러 모집한 사람들이었다. 

스태턴 아일랜드 출신 알렉시스 인틸리도 21명 중 한 명이다. 인틸리는 공화당 지지 집안에서 자랐다. 재정고문인 그녀는 감정이 스스로를 약하게 만든다고 믿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알 기회가 없었다."라고 그녀는 어드밴스 로컬 미디어의 자회사인 시러큐스의 2018년 6월 28일자 기사에 말했다. "나는 원하지 않았다.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모임에서 총과 관련된 PTSD, 강간, 자살 및 냉담한 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말했다. "젠장. 난 폐쇄적인 사람이야."

이틀 동안 듣는 법을 배운 21명은 이후 150명의 다른 사람들과 페이스북 비공개 대화에 참여했다. 2018년 4월 첫째 주부터 한 달 간이다. 반자동 무기의 규제, 학교에서의 총기 안전 교육, 총기 환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길 나눴고, 총기 폭력을 줄이는 방법, 총기 이익단체(NBR)의 권한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수십 개의 기사, 통계를 공유했고, 일부 사안에 대해선 해결책까지 모색했다.

기자들도 대화를 중재했다. 어드밴스 로컬 미디어 뉴스룸의 저널리스트인 중재자들이 교대로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댓글을 작성하고 질문을 재구성하도록 했다. 그들은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도록 재촉했고, 백인 남성 몇 명에게 마이크를 잡는 것을 그만두라고 부드럽게 요청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그룹에서 3명이 쫓겨났다. 이민자를 불법자라고 언급해서일까? 의심스러운 정보를 유포해서일까? 둘 다 아니다. “사람들이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가 기준이었습니다. 그들이 (대화를) 계속하고 싶어 하면 계속하게 했습니다.” 스페이스 미디어의 공동설립자인 이브 펄먼은 시러큐스의 2018년 6월 28일 기사에서 말했다. 

“나는 (중략) 많은 사람들이 거의 극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격차를 넘어 용기 있게 말하고 경청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대화를 주도한 어드밴스 로컬 미디어의 자회사인 앨라배마 미디어 그룹의 부사장, 미셸 홈즈가 프로젝트에 대해 2018년 6월 28일 자신의 기사에서 밝힌 말이다. 
 
■ 경계를 넘어 말하기 (Talking Across Borders)

남부 캘리포니아와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온 60명의 사람들이 비공개 페이스북에서 한 달 간 대화를 진행했다. 그룹의 절반은 더 많은 이민 집행을 찬성하고, 절반은 반대하며, 일부는 중간 입장을 나타낸다. ‘경계를 넘어 말하기 (Talking Across Borders)라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주 의원들이 캘리포니아 가치법 54번 상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추방 조치에 있어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을 돕기 위해 주정부 및 지방 공공자원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참가자들은 대화에서 추상적인 이민 법안을 개인적 경험으로 구체화시켰다. 가브리엘라 크루즈는 알레한드라 몰리나가 PSN에 2017년 9월 18일 게재한 기사에서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그녀는 1세 때 멕시코에서 어머니에 의해 불법적으로 미국으로 왔다. 그녀는 미성년 입국자 추방 유예 조치(DACA)의 전신인 드림액트(DREAM Act)의 수혜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유예조치를 철회하자, 그녀는 “나는 여기 있을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이 대화에서 제외되었다고 느낀 사람도 있다. 현재 미국 시민이 된 아잔나는 자신의 경험에 그룹이 관심 없다고 느꼈다. 토론은 불법 이민과 같은 더 뜨거운 이슈에 맞춰져 있었다. “당황스럽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토론이 정중하게 유지된 것에 기뻐했다. "누군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그 사람을 알고 그들의 사연을 알게 되면 상황을 인간화할 수 있습니다.“ 

남북의 캘리포니아참가자들은 하루 종일 서신을 주고받았다. 아잔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모닝 커피를 즐기며 게시물을 올렸고, 때로는 그룹에 공유하기 전에 의견을 다듬기 위해 며칠 동안 게시물을 작성했다. 

더 엄격한 이민법 시행을 지지하는 산타클라라의 기술 관리자인 레리부헤이는 몰리나의 2017년 9월 18일자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중독이었습니다." 그는 그룹의 새 게시물에 대한 알림이 휴대폰에 켜졌을 때 응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멕시코와 미국 사이 국경에 세워진 장벽은 "국경을 넘어 대화하기" 프로젝트의 주요 논의 지점이었다. 토론에서 양쪽 반응은 엇갈렸다. 

그러나 스페이스십 미디어의 공동 설립자인 이브 펄먼은 국경에 대한 대화가 가치 있다고 말했다. 펄먼은 "이 양극화된 정치적 순간에서 사람들이 국경 장벽과 같은 뜨거운 문제에 대해 예의 바르게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이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PSN의 몰리나 기자가 쓴 2017년 11월 18일자 기사에서 말했다. 

스페이스십 미디어는 2016년 12월의 첫 프로젝트 이래로 총 9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미네소타의 농업, 샌프란시스코의 주택위기, 프레즈노의 지역차별 등을 다뤘다. 스페이스십 미디어는 그동안 프레즈노 비, 어드밴스 로컬 미디어 그룹, 타임지, 서던 캘리포니아 미디어 그룹 등 전국의 다양한 언론사들과 협업해왔다. 

3부는 스페이스십 미디어의 방법론과 저널리즘적 가치에 대해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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