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가 2014년 6월부터 지금까지 8년간 써온 연재 칼럼이다. ‘9988’은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을 줄인 말이다. 칼럼 제목에 맞게 보건복지 사각지대를 담는다.

그는 2019년 스토리오브서울(Story of Seoul) 인터뷰에서 복지전문기자로서의 신념을 ‘긍휼지심(矜恤之心)’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했다.

신념 덕에 그는 2021년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 ‘올해의 의과학취재상’을 받았다. 협회 측은 “일반적인 기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보건복지 분야의 숨은 사회 문제들을 꾸준히 보도해왔다. 전문기자로서 경험과 시각이 잘 담겨 있는 칼럼”이라고 평가했다.

▲ 신성식 복지전문 기자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 신성식 복지전문 기자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2019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기자는 최근 3년간 그가 쓴 칼럼 86건을 주제별로 분류했다. 연금 개혁을 주제로 한 칼럼이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코로나19(18건)·대한민국 의료 문제(13건)·고령화/노인(11건)이 뒤를 이었다. 건강보험(6건)·암 환자(5건)·인구 감소(3건)·복지정책(3건)·가족 형태·질병 순이다. 

신 기자는 연금 개혁 기사 25건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해, 부부 연금·공무원연금·육아휴직 추후납부·이혼 연금(분할연금) 등으로 연금 종류를 상세하게 나눠 다뤘다. 범위가 넓은 만큼 기사 수가 많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기사에서 그가 주목한 코로나 시대 복지 사각지대를 알아보고자 한다. 신규 유방암 환자와 말기 환자, 요양병원 노인 이야기다.  

“코로나19 이후 여성은 확진을 더 무서워합니다. 자기가 확진이 되면 가족과 아이들의 일상생활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기 때문에 더 병원 가기를 거부하고, 검진 받기를 두려워하는 겁니다.” 신 기자가 작년 미래 건강전략 포럼(건강 포럼)에서 한 말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연 포럼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보건 사각지대를 다뤘다. 감염을 피해 암 진단을 받지 않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성이 많은 것에 주목했다. 또, 병상 문제로 호스피스가 문을 닫아 갈 곳을 잃은 말기 환자를 기사에 담았다.

독감, 수두 등 코로나19를 제외한 감염병이 줄었지만, 암 발생이 준 것에 집중했다. 국립암센터 자료를 보면, 2020년 신규 암 환자는 전년보다 5.9% 감소한 27만8493명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암 환자가 준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암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는데, 건강검진과 진단률이 많이 줄었습니다.” 신 기자는 건강 포럼에서 암 감소 원인은 건강검진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2020년 국가 암 검진율은 코로나19 때문에 전년보다 14.2% 떨어진 49.2%다. 암 검진을 받아야 조기에 발견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신규 암 환자뿐만 아니라 말기 환자 삶에도 관심을 가졌다. 말기 암 환자가 임종을 맞이하던 호스피스가 문을 닫았다. 중앙호스피스센터 자료를 보면, 전국 호스피스 병동 88개 중 23%(21개)가 휴업했다.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말기 환자가 갈 수 있는 병원이 줄어 집에 머물러야 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집에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맞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고통을 안고 있다가 힘들면 그제야 119 응급실에 가는데, 가더라도 처치가 잘 안 됩니다.” 신 기자는 건강 포럼에서 호스피스가 문을 열지 않음에 우려를 표했다.

▲ 신 기자가 요양병원 노인을 다룬 칼럼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 신 기자가 요양병원 노인을 다룬 칼럼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어쩌다 요양병원이 ‘코로나19의 무덤’이 됐을까. 요양병원은 2008년 690개에서 2020년  1584개(6월 기준)로 늘었지만 질이 따르지 못한다.” 그가 쓴 기획기사 ‘요양병원 대해부 <하>’ 내용이다. 칼럼에서 다룬 약자 이야기를 확장해 기획기사를 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면회가 금지된 요양병원 노인을 주제로 칼럼을 썼다. ‘"방호복 입고 뵙고싶다"…요양병원 면회금지에 애타는 효심.’(2020.05.20.) 2020년 보건 당국이 요양병원과 요양원 환자 면회를 제한하며 가족을 보지 못하는 노인을 다뤘다.

면회 금지로 원내 감염 감소에 기여했지만, 노인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우울증을 앓던 환자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병실이 아닌 곳에 별도 면회실을 만들었지만, 비용이나 인력 문제로 힘들다고 했다. 

그는 ‘9988’에서 다룬 코로나19와 요양병원 노인을 2021년 3부 기획 기사 ‘요양병원 대해부’에서 깊이 다뤘다. 요양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감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요양병원 시스템과 정부 제도 미비를 지적했다.

‘요양병원 대해부 <상>’에서는 요양병원이 코로나19 최다 사망 장소임을 지적했다. 요양병원 인력과 병상 수가 적어 서비스 질이 낮다고 했다. 하지만 방문 의료, 재활 등 시스템이 미비해 가정 돌봄이 어려워 자녀가 요양병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 제도를 꼬집었다.

‘요양병원 대해부 <중>’은 간병인이 주제다. 정부가 간병인 제도를 정비하지 않아,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간병인이 빠져나간 현실을 짚었다. 간병인의 자격·인력·처우 기준이 없어, 간병의 질이 낮아진다고 했다. 요양병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병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하>는 요양병원 감염예방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요양병원은 감염예방관리료 정식 수가가 없기 때문에 감염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문제를 다룬 결과,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 감염관리료’를 지급했다. 문제를 지적해 복지관련 제도 개선에 기여한 셈이다.

요양병원 감염예방 관리료 수가조정에 이어, 2016년엔 ‘존엄사법’ 제정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다.

그는 의사의 책무는 질병을 치료해 목숨을 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복지 사각지대 속 사회 문제를 기사에 담는다. 다른 언론사가 관심가지지 않는 약자의 삶에 주목한다. 법안과 제도 개선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사회의 숨겨진 질병을 치료하는 일. 그의 기사가 보여주는 복지 저널리즘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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