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폭동이다. 누가 일으켰느냐? 김대중 졸개하고 북한 간첩하고 함께 해서 일으켰대!”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2020년 5월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외친 말이다. 그는 2002년 신문 광고를 시작으로 북한군 침투설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카더라’ 수준이던 북한군 침투설에 김명국이라는 인물이 힘을 실었다. 그는 2013년 5월 채널A에 출연해 자신이 5.18 당시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군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지 씨는 2015년 6월부터 인터넷 사이트 ‘시스템클럽’에 관련 글을 게시하고 영상을 편집해서 컬러 화보집을 출간했다. 또 2019년 2월에는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전라도 광주는 완전히 북한의 앞마당”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초, 박훈탁 위덕대 교수는 5.18을 두고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저질렀다는 주장이 있다”며 “이 주장은 상당히 과학적이다”고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라정주 JTBC 피디는 5.18 북한군 침투설을 검증하기로 했다.

▲5.18 북한 특수군 보도(출처=JTBC)
▲5.18 북한 특수군 보도(출처=JTBC)

북한군 침투설의 주된 근거는 관련한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취재팀은 탈북민의 증언을 담은 소책자를 확보해서 김명국이라는 이름을 확인했다.

라 피디는 “이 사람을 찾아서 한번 검증해보자”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과연 찾을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보도국에서 나왔다. 실재 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를 포함해 <스포트라이트>의 세 팀이 김명국이라는 인물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라 피디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자료를 통해 실명을 알아냈다. 탈북민이 실명으로 나온 신문 인터뷰가 있었다. 그 기사에 나온 사진으로 다시 찾아 나섰다. 사진 속 비슷한 건물을 찾아서 현장을 갔다.

이런 노력 끝에 라 피디는 김명국 씨를 찾아냈다. 김명국 씨는 라 피디에게 “나는 5.18에 침투했던 북한군이 맞고, 배를 서해안에 붙인 뒤 걸어서 광주로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발언의 신빙성을 검증했더니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미국 정부 문서와 탈북민 증언록을 분석했지만 김명국 씨의 말은 신빙성이 없었다. 김 씨의 발언을 검증하는 내용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 3월 20일 보도됐다.

JTBC는 그 후 5.18 특별취재팀을 만들었다. 취재팀은 김명국 씨를 찾아가 계속 설득했다. 결국 김 씨는 “언젠가는 이를 고쳐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북한군 특수군이 아니며 지어낸 이야기였다”고 실토했다.

JTBC는 “김명국 씨가 탈북민 정명운이며, 광주침투설은 그가 지어낸 이야기였고, 5.18 때는 광주가 아닌 평양에 있었음을 자백했다”고 2021년 5월 6일 방송에서 보도했다.

라 피디는 5.18을 화합과 치유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몸으로, 증거로 충분한 증언을 했습니다. 더 이상의 왜곡은 정치적인 거죠. 계속 검증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게 5.18 문제를 다루는 언론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2020년 하반기 조사활동 보고서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검증해본 결과, 일부 탈북자들과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북한군 개입설은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역사적, 그리고 사실적 타당성이 없는 무리한 주장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제53회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최영재 한림대 교수는 JTBC 보도에 대해 “북한군으로 인용됐던 김명국을 추적해 탈북민 정명운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광주침투설은 지어낸 이야기였으며, 5.18땐 광주가 아닌 평양에 있었다고 자백을 받아냈다”며 “논란을 완전 종식시키는 중요한 보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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