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소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라 알바레즈와 ‘아웃라이어 미디어’를 소개합니다. 아웃라이어 미디어는 뉴스 산업에서 소외되는 수용자와 직접 소통을 시도한 저널리즘 혁신 매체입니다. 이에 기자는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새라 알바레즈로부터 직접 설립 당시의 이야기와 운영 상황을 들어보고자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답변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 대안으로 9건의 편집장 인터뷰와 저널리즘 레포트 등 다양한 간접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하는 방식으로 취재했습니다. 
 
“저널리즘이 좋았지만 저는 부유한 독자를 위해 저소득층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쓰는 일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저소득층 소비자들을 위한 뉴스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저널리즘 전문지인 니먼 레포트(Nieman Report)의 2018년 3월 1일자 기사에 실린 아웃라이어 미디어 편집장 새라 알바레즈의 말이다. 시민 당사자가 요구하는 바를 담은 저널리즘. 그가 아웃라이어 미디어를 통해 구현하려던 가치다. 

▲ 새라 알바레즈 (출처= 아웃라이어 미디어 홈페이지)

알바레즈는 항상 ‘사람’을 고민해왔다. 그의 첫 번째 직업은 변호사였고 전문분야는 시민권이었다. 6년간의 변호사 생활 후 알바레즈는 저널리즘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2010년부터 미시건 라디오에서 주로 저소득층 가정들에 대한 기획 취재를 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기자들이 무엇을 취재할지 결정하는 과정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뉴스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즉흥적이었다. 기자와 에디터 개인의 본능과 제한적인 경험에 의존하다보니 수용자가 배제됐다. 보다 부유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표적 독자로 한정됐다. 이러한 판단 아래 기사의 범위가 협소해지고, 기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정작 고려되지 않았다. 

알바레즈는 부유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저소득층의 불행을 전시하는 대신, 그의 취재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마음먹었다. 어떤 기사를 전할지 결정하기 위해 더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했다. 알바레즈는 결정 과정에서 수용자를 포함시키고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했다.

▲ JSK 펠로우쉽 (출처= 스탠포드 JSK 펠로우쉽 홈페이지)

그는 2015년 JSK 펠로우쉽에 참여했다. 언론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고민하는 스탠포드 대학의 1년 과정이었다. 이때 알바레즈는 제이 해밀턴 교수의 연구를 접했다. 그가 현장에서 체감했던 뉴스 산업 구조의 문제가 실제로 소득별 정보격차(information gap)를 야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알바레즈는 우선 정보격차를 체계적으로 측정한 뒤, 이를 메우는 걸 목표로 삼았다. 파악된 저소득층 뉴스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 뉴스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알바레즈는 2016년 디트로이트에서 아웃라이어 미디어를 만들었다.

그동안 소외됐던 독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곧 아웃라이어 미디어의 취재 기준이 됐다. 알바레즈와 아웃라이어 팀은 독자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듣고자 민원 데이터를 확인했다. 시작은 유나이티드 웨이의 211 서비스 콜센터였다. 어려움이 있을 때 시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번호였고, 시청 혹은 정부에 대한 불평을 제기하고, 공중위생에 관한 데이터가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디트로이트의 주요 정보 격차는 주택과 시설 문제에서 왔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뉴스가 뉴스 소비자들에게 어떤 높은 가치와 실행 가능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주로 주택에 있었습니다.” 2019년 2월 12일 FIPP과의 인터뷰에서 알바레즈는 아웃라이어 미디어의 취재 분야를 정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주거’ 문제였다. 수집된 데이터 중 주택 소유현황과 차압상태, 임대차 검사에 대한 문의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다. 알바레즈는 주거 관련 자료를 전문적으로 제공해 이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자 했다. 

아웃라이어는 모두에게 친숙한 문자 메시지를 주요한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누구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운영방식은 간단했다. 아웃라이어 번호로 주소를 보내면 답장으로 해당 주택의 실소유주나 차압상태 등의 정보가 온다. 그리고 추가로 질문을 보내면 기자들이 빠르게 취재해 답장을 보낸다. 

아웃라이어 미디어에 문자를 보낸 이들은 전통적인 매체가 관심을 두던 인구집단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알고 싶어 한 주택 차압 문제나 전기 문제는 기성 언론들이 주목하던 내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알바레즈는 정보에 대한 직접적 요구에 귀 기울였고,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웃라이어 팀은 서비스를 시작하고 얼마 안 돼 일주일에 수 백 개의 문자를 받았다.

▲ 아웃라이어 미디어는 독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문자 메시지를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출처= 아웃라이어 미디어 페이스북)

알바레즈는 아웃라이어 미디어를 ‘서비스로서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독자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요청하면 기자가 이를 해소해주는, 쌍방향 소통을 전제로 하는 서비스 모델이라는 것이다. 취재 대상을 주택 이외의 문제들로 확장하려 할 때도 쌍방향 소통이 활용됐다. 알바레즈와 아웃라이어 팀은 기존에 구축된 문자네트워크를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시민들의 생활과 삶, 그리고 앞으로 6 개월 동안 그들이 가장 걱정하는 일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답변을 종류별로 정리해 시민들의 걱정거리를 유형별로 분류했다. 

데이터를 모은 뒤 알바레즈는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취재 여부를 결정했다. 아웃라이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기준은 3가지다. ① 제시된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존재하는가? ② 그 문제가 만들어 내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가? ③ 이 문제는 얼마나 지역적 특징을 반영하는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아웃라이어 미디어는 디트로이트의 시민들에게 그들의 걱정거리와 연관된 디트로이트의 문제를 기사로 제시한다. 이를 통해 시민이 기사를 통해 권력을 감시하고, 정보 격차도 해소될 수 있다고 알바레즈는 봤다.

▲ 아웃라이어 미디어와 디트로이트 뉴스의 합작 (출처=디트로이트 뉴스 홈페이지)

알바레즈는 뉴스 매체 및 비영리 단체와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아웃라이어 미디어의 홈페이지에 ‘파트너’, 즉 잠재적 협력자들을 위한 카테고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가능한 한 많은 뉴스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저소득층 거주자에 대한 정보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알바레즈의 취지에 동감하는 언론인들이 아웃라이어와 공동 취재를 진행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알바레즈가 강조하는 ‘뉴스 소비자를 위한 직접 서비스’에 기반을 둔다. 디트로이트 뉴스의 작가인 크리스틴 맥도널드와 함께 취재한 임대 검사법의 부조리 보도에서, 그들은 세입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저소득 뉴스 소비자들에게 고부가가치 기업 저널리즘을 제공하는 것이 달성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사라 알바레즈가 아웃라이어 미디어의 홈페이지에 남긴 포부다. 현재 아웃라이어 미디어는 지역의 주요 매체들과 협력네트워크도 결성하는 등 사업 모델을 확장 중이다. “시민에게 저널리즘을 돌려주다”라는 알바레즈의 설립 취지가 갖는 힘이 강력하다는 증거다.

 

 

 

 

저작권자 © 스토리오브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