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재웅 기자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에 대한 제보를 2021년 5월 28일 받았다. 제보자는 울분에 차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신 기자의 머릿속에선 ‘설마’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 취재를 모두 제쳐두고 곧장 유족을 만났다.

이 중사의 유족은 제보하기 전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과 시민단체 호소했다고 한다.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해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언론을 찾았다.

신 기자는 피해자 주변인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사 중인 사안이고,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면 유족이 피해 볼 수 있어서다.

내용을 여러 차례 분석하고 확인했다. 관계자 진술은 A4용지로 50장 분량이었다. 최종 정리한 사건의 시간표와 주요 인물의 발언을 정리한 파일은 A4용지 13장.

군의 폐쇄적 문화 때문에 취재가 쉽지 않았다. 신 기자는 건강 조심하면서 취재하라는 문자를 군 장성으로 받았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면 혹시 누가 기다리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유족과의 약속만 생각하기로 했다.

“최후의 보루는 언론이라는 말에 저절로 기자라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도와드리고 진실을 밝히고 싶었다. 유족 인터뷰를 토대로 고인의 극단적 선택이 단순한 사안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 신재웅 기자(왼쪽 두 번째)가 관훈언론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출처=관훈클럽)
▲ 신재웅 기자(왼쪽 두 번째)가 관훈언론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출처=관훈클럽)

MBC 보도 이후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했고 대통령이 공식으로 사과했다. 국방부는 군검찰 수사 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보도로 신 기자는 관훈클럽이 주관한 관훈언론상(제39회) 사회 변화 부문을 수상했다. 다음은 심사위원회의 평가.

“제보를 토대로 보도했지만 단발성 보도에 그치지 않고 10여 편의 연속 보도를 했다는 점,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되고 대통령이 공개 사과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는 점, 병영 문화 개선 대책기구가 만들어졌고 20년 넘게 논의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한다.”

대학생 이시언 씨(22)는 공군 성폭력 은폐 사건과 관련한 보도를 보고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방치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러한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군대에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건이 이어졌다. 해군에서도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및 2차 가해를 당했다고 신고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군인권센터 김형남 사무국장은 군에서 성폭력이 줄어들지 않는 원인으로 조직문화를 꼽았다.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특성으로 피해를 보고도 진급 상의 불이익과 조직 내 2차 가해를 우려해 신고하지 않고 참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

이 중사도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은폐, 회유, 협박 등의 2차 가해를 당했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유족은 장례를 치르지 않고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다년간의 사건 지원 경험으로 미뤄볼 때 군은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유족이 사망자의 장례를 마무리할 때까진 최고의 예우와 엄정 수사를 약속한다. 하지만 장례가 마무리된 뒤에는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태도를 바꾼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유족이 장례를 치르지 않고 시신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냉동고에 안치한 채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유족 변호인을 맡은 김정환 변호사는 언론 보도가 있었기에 부조리를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신고 후 피해 사실을 진술하였음에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거나 피의자나 주변 사람, 나아가 수사기관으로부터 2차 피해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애써주신 기자분들과 그 기사를 접하시고 함께 슬픔을 나눠주신 국민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군사법원법이 개정되면서 군에서 생긴 성범죄, 그리고 군인의 사망 사건은 7월 1일부터 민간법원이 담당한다. 또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은 보장되며, 심리 상담을 비롯한 의료적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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