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이하 영화제)가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다. 상영작은 장애인 인권과 삶을 다룬다. 모든 영화에 장애인이 출연한다. 2003년에 시작했고 평균 18편을 상영한다.영화제는 행사를 주관하는 장애인 미디어운동 단체 이름이기도 하다. 김혜인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사무국장(32)은 “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일상 안에는 어떤 차별이 존재하는지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선정작 심사 기준은 ▲ 장애인이 출연한 작품 ▲ 장애인이 연출한 작품 ▲ 당사자의 시선에서
'좋은 지면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백수라 시간이 아주 불규칙해요(웃음). 기자님이 원하시는 날짜를 두세 개 주시면 맞춰보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만남을 기대해 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흔쾌한 인터뷰 허락이었다. 출판사(북드라망)를 통해 섭외 시도를 했지만, 몇 주 째 묵묵부답. 수소문하여 알아낸 작가 이메일로 연락하니 곧장 답이 왔다. 첫 인터뷰이(interviewee)가 그녀라서 진심으로 기쁘다고 답했다. 2023년 10월 2일.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추석 연휴. 대중지성과 시민대학의 혁명을 이끈 고전 평론가 고
방탄소년단과 에스파와 블랙핑크의 멤버 수를 더한 값은?2022년 SBS PD 공개채용 필기 시험때 출제된 문제다. 핵심은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수였다. 기획사가 발표한 8인조냐 실존 인물의 수 4명이냐 묻는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당시 시험 감독관 측은 후자를 택했다.'광야(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유니버스)에서 뱀(블랙맘바)을 때려 잡는' 수식어로 유명한 에스파는 공식적으로 8인조다. 4명의 실존 멤버는 리얼월드라고 불리는 현실 세계에서 활동하고, 짝꿍으로 이어진 4명의 가상 멤버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활동한다. "미래 세상은
20대 직장인 이상우 씨는 2022년 9월 ‘공조 2: 인터내셔널’을 본 다음에는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는 ‘아바타: 물의 길’. 비싼 관람료를 이유로 꼽았다. “여자 친구랑 같이 가서 티켓값으로 3만 원, 콜라와 버터오징어에 1만 원, 합쳐서 4만 원이나 지출했다.”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영화관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관람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관람료 인상으로 관객이 줄고 영화산업 전체가 위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일반관 관람료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주중 1만 4000원, 주말 1만 5000원이다.
배리어프리 자막을 만드는 예비 사회적 기업 오롯 플래닛(오롯)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읽는다고 한다. 청각 장애인은 등장인물의 대사, 효과음, 배경 음악을 해설한 자막을 보며 영화를 이해하기 때문이다.국내 청각 장애인은 2021년 12월 기준으로 약 41만 명, 시각 장애인은 약 25만 명이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 영화에 화면을 설명하는 음성 해설과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어 모든 사람이 즐기도록 한다. 미취학 아동과 장·노년층에게도 편하다.하지만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CGV 등 멀티플렉스
개신교 신자인 이성주 씨(27)는 전역 이후에 교회에 가지 않는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원 웨이 지저스 크라이스트(One way Jesus Crist·주님만이 나의 길)’를 반복하는 모습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그는 훈련소 예배를 “광신도 집회 같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군대의 종교활동이라고 해도 “건전한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헌법재판소는 육군훈련소의 종교활동 강제 행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2022년 11월 24일 결정했다. 종교가 없는 청구인에게 개신교, 불교,
"팬을 잊은 경영권 싸움이 꼭 정치판 같다."이십대 직장인으로 핑크블러드 활동을 하는 식세기(가명) 씨가 SM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 대해 묻자 한 말이다. 식세기 씨는 이름을 밝히면 나중에 팬 활동에 지장이 생기거나, 자신의 의견이 팬덤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되기 싫다며 가명을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경영권 싸움에 아티스트의 컴백이 밀리는 것 아닌가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소비자이자 대가 없는 사랑으로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팬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진행되는 연예기획사 분쟁을 보는 그녀의 시선을
[케이팝을 조명한다]는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K-POP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기획 기사 시리즈다. K-POP은 1990년대 태동기 이후 불과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음악팬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케이팝의 주력인 아이돌그룹의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들을 훈련시키는 제작사, 음악과 안무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 그리고 케이팝을 사랑하는 다양한 팬들의 모습까지 폭 넓게 K-POP 생태계를 취재해 전할 계획이다."아이돌에 빠진 사람은 세계적인 콘텐츠와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이자 현시대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서양 역사상 최초의 페미니스트 화가로 평가된다. 대표작인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는 구약성경의 ‘유디트’를 그렸다.유디트는 동족인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적장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벴다. 젠틸레스키는 유디트를 전장에 나온 전사처럼 적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강하게 누르는 모습으로 묘사했다.풍성한 웨이브 머리에 날카로운 선글라스, 짙은 빨간 입술의 여성이 홀로페르네스로 보이는 남성의 목을 벤다. 윤나라 씨(29)가 젠틸레스키 작품을 오마주한 그림이다. 인상을 쓴 얼굴과 한쪽 손으로 남성의 얼굴을 쥐어 잡
웹툰 작가 소만(본명 천정연·40)은 2016년부터 딸 봄이를 키우며 느낀 기쁨과 고민을 에세이 만화 ‘봄이와’에 담았다. 모두 3권으로 ‘육아 빙자 인생만화’라는 설명처럼 육아 돌봄 가사노동에서 느끼는 고됨, 만화를 통한 창업과 경제적 독립, 여성의 연대를 폭넓게 그렸다.소만 작가는 이 만화로 2021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의 신진여성문화인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수많은 전업주부들, 직장을 퇴근하면 집으로 다시 출근하는 수많은 워킹맘들, 그들의 노고를 기억해주는 상”이라고 말했다. 작가를 6월 8일, 대전 소제동 카페
“빈틈없이 바짝바짝 앉아있는 걸 보니 꿈 같네요. 벌써 몇 주째 모이니까 낯설기도 합니다.” 5월 8일 일요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에서 4부 예배가 열렸다. 송태근 담임목사는 빽빽하게 앉은 신자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신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복음성가 2곡을 불렀다. 지휘자의 손에 맞춰 성가대 11명이 합창했다. 교회 소식을 알리는 광고에는 다가올 여름 해외 선교를 간다는 내용이 나왔다. 4부 예배에 참석한 신도는 교회 추산 601명. 1~5부를 합치면 4715명이다.코로나 19가 유행하던 2020년 12
미국의 팝스타 앤 마리가 2019년 7월 내한했다. 코로나 확산 전이다. 갑자기 내린 비로 공연이 취소되자 그는 호텔 라운지에서 무료로 공연했다. ‘퍼펙트 투 미(perfect to me)’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 팬이 떼창과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호응했기 때문이다.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2007년 한국 공연 당시, 관객의 떼창을 듣고 무대 위에서 눈물을 쏟았다. 2019년 방영된 JTBC2 ‘호구의 차트’에서는 외국인이 감탄하는 한국의 월드클래스 TOP 10에서 ‘떼창 문화’가 9위로 선정됐다.이런 모습은 코로나로 한동
4월 20일, 서울 중구의 덕수궁 뒤편에 있는 국립정동극장을 찾았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이하 쇼맨)’가 공연 중이었다. 시작과 함께 무대 양쪽 모니터에 자막이 등장했다. ‘쇼맨’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그런데 배우가 하는 한국어 대사와 노래 가사가 자막으로 제공됐다. 가사는 음표와 기울임체로 구분했고, 누구의 대사인지도 적혀 있었다. 배우가 무대 뒤에서 내는 소리나 내레이션, 효과음도 자막으로 나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관객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서울 종로구의 대학로를 3월 16일 찾았다. 코로나 19의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대를 기록한 날이었다.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공연예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로에는 2020년 기준으로 공연장 101곳이 있다. 코로나 19로 미국 브로드웨이가 멈췄을 때도 대학로는 관객을 받았다.그러나 3월 들어 공연 일정을 바꾸거나 취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배우와 스텝이 확진되거나 확진자와 접촉하는 일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찾은 날도 배우의 확진으로 뮤지컬 ‘팬레터’와 ‘스톤 THE STONE’이 당일에 취소됐다.공연 시작 10분 전.
“자연은 우리가 건물을 짓는 것처럼 지어져야 하며, 역사적 기념물들을 보존하는 것처럼 보호되어야 합니다(Nature has to be constructed, the way we construct buildings, and we need to preserve nature, the way we preserve historical monuments).”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2021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의 소개영상에서 했던 말이다. 건축계에 40년 동안 몸담으며 다진 가치관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다가 이라는 책을 우연히 알았다. 저자는 미국 소설가인 잭 런던. 영국 런던의 빈곤 지역을 체험해서 르포형식으로 담았다.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온갖 궂은 일을 했다. 먹고 살기 위해 15세에 해적이 됐다. 17세에 바다표범잡이 배의 선원이 됐고 태평양을 돌아다니며 관찰한 내용으로 소설을 썼다.고향으로 돌아와 학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형편이 어려워 버클리대를 그만뒀다. 병든 양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주 80시간을 일했다. 그는 영국 런던 이스
고등학교 3학년인 2016년, 음식점 TV에 뉴스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보였다. 뉴스 속 기자는 바쁘면서도 멋이 있었다. 그들의 말과 글로 세상이 바뀌었다.촛불시위로 광화문이 밤마다 빛나고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때 나도 꿈꿨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대학에 와서 방송국 기자로 2년 동안 활동했다. 교내 이슈를 누구보다 꼼꼼히 취재하고 세상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전했다.언론사의 데이터팀에서 인턴을 하면서 기자와 기사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나부터 TV와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접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더 많이
나는 미술을 전공했다. 3학년 이후로는 언론을 공부했다. 미술엔 사실이 없다고 생각해서다. 기사 내용은 사실이었다.모든 문장에 근거가 있었다. 증가나 감소 추세를 보여줄 때는 정확한 수치로 뒷받침했다. 인용의 출처도 분명했다. 가장 핵심적인 취재원의 말을 다뤘다. 사고 현장은 사진으로 증명했다. 기사가 사실에 근거해 세상을 이해하는 걸 도와줄 수 있다고 믿었다.그러나 믿음은 언제부터인가 흔들렸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 선거 보도가 대표적이다.언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 뉴스에 보
나는 감염되었다!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수백 명이 계속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이지만 코로나 19에 걸렸다고 스스로 밝히는 이는 많지 않다. 확진 이후의 일을 세세하게 나누는 이는 더더욱. 감염자로서 삶은 어땠을까 궁금한 마음에서 책장을 넘겼다.부제는 ‘UN 인권위원의 코로나 확진일기’. 저자는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한국인 최초로 UN 자유권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책은 ‘성북구 13번 확진자’였던 경험을 담았다. 출장차 뉴욕에 갔다가 코로나 19에 걸렸다고 한다.서 교수는 감염 경로를 추적하면서 중국인과 이민자에 대한
친구는 대학로 극단에서 연극을 했다. 코로나 19로 공연이 미뤄지고 취소됐다. 생계가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기사로 써도 되냐고 물었다. 그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나는 기자 별로 안 좋아해.”휴대폰 너머로 들으면서 괜히 울컥했다. 분노인지 부끄러움인지 모를 감정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기자는 사람을 이용하고 사실을 과장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밤새 뒤척였다.무엇이 친구에게 고정관념을 만들었을까. 매일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다.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이 보인다. 이게 모두 다 사실일까. 의심했던 적이 한두 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