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인 이성주 씨(27)는 전역 이후에 교회에 가지 않는다.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원 웨이 지저스 크라이스트(One way Jesus Crist·주님만이 나의 길)’를 반복하는 모습에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훈련소 예배를 “광신도 집회 같다”고 표현했다. 아무리 군대의 종교활동이라고 해도 “건전한 신앙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헌법재판소는 육군훈련소의 종교활동 강제 행위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2022년 11월 24일 결정했다. 종교가 없는 청구인에게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종교활동 중 하나에 참석하라고 권유한 훈련소 조교가 종교 자유 및 정교분리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다. 특히 전역자를 중심으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종교인에게 종교활동을 강제하는 관행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 씨 사례처럼 신앙을 가진 장병이 훈련소의 종교활동에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의 예배 모습(출처=국민일보)
▲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의 예배 모습(출처=국민일보)

헌재의 위헌 결정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육군훈련소 조교의 권유는 청구인의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제한했다는 것이다. 둘째, 종교행사 참석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군인의 정신력을 고취하려는 시도는 부적절하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육군훈련소에서 종교활동을 경험한 전역자 말은 다르다. 그들은 훈련소 권유가 신앙을 갖지 않을 자유와 종교 집회에 참석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에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5기갑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강동훈 씨(27)는 “본격적인 종교활동은 (육군훈련소) 입소 후 2주 차 주말부터 시작됐다”며 “1주 차에는 오리엔테이션처럼 각 종교에 대한 설명을 짧게 듣기만 했다”고 말했다.

카투사로 복무한 박성진 씨(26)도 “(종교활동에) 불참하면 자유시간을 주기도 했다”며 육군훈련소 안에서 종교활동과 관련해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 역시 “(종교활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동기들은 아무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그냥 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에 따른 불이익이나 혜택은 따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종교가 없는 장병의 사기 진작용으로 종교활동을 장려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헌재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종교가 없는 박 씨는 “여러 종교를 한꺼번에 경험할 기회가 흔치 않은 만큼 이 기회에 가급적 많은 종교를 경험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더니 오히려 개인적으로 이득이 되었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이 씨도 훈련소 종교활동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종교활동에 참여한 병사 중에는 “다른 문화나 분위기를 느끼면서 기분을 전환하고 싶어 하는 병사들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훈련소 내 종교활동이 종교인의 ‘신앙을 가질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박 씨는 걸그룹이 위문 공연을 펼친 법회를 두고 “진짜 종교를 믿고 전파하는 사람들의 자세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갤럽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20대 중에서 종교를 가진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종교인이 소수라서 비종교인과 한곳에 모이면 오히려 종교를 가진 병사가 어려움을 겪는다. 강 씨는 “군대 내 종교활동은 종교를 가진 군인을 위한 것이지 그냥 군인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교계도 전역자와 비슷한 입장이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관계자는 “(헌재 결정) 이전부터 육군훈련소에서는 종교활동 권유조차도 못 하게 돼 있었다”면서 헌재 결정은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위헌 결정 이후에도 육군훈련소 종교활동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측은 “(군대 내) 선교 방향을 바꾸거나 기독교 군종교구 차원에서 따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천주교 군종교구 총대리 이응석 신부도 위헌 결정 이후 군대 내 종교활동에 달라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 당국과 아직 협의한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반면 종교학자들은 헌재 결정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만큼, 실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이성청 교수(종교학과)는 “종교가 있는 사람의 신앙생활은 도와주고, 신앙이 없는 사람들의 자유는 침해하면 안 된다고 군종 제도에 확실하게 선을 그어준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군인이 신앙을 지키도록 돕는 서비스가 군종 제도인 만큼, 한국 군종도 미국 군종처럼 사회 흐름에 발맞춰 무교자나 무신론자를 위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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