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을 조명한다]는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K-POP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기획 기사 시리즈다. K-POP은 1990년대 태동기 이후 불과 20여년의 시간이 지나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음악팬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케이팝의 주력인 아이돌그룹의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들을 훈련시키는 제작사, 음악과 안무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 그리고 케이팝을 사랑하는 다양한 팬들의 모습까지 폭 넓게 K-POP 생태계를 취재해 전할 계획이다.

▲ 음악에서 시작한 K-POP (출처: Pixabay)
▲ 음악에서 시작한 K-POP (출처: Pixabay)

"아이돌에 빠진 사람은 세계적인 콘텐츠와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이자 현시대에 맞는 글로벌한 시각과 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15년째 K-POP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아이돌 기획자 윤선미 씨는 저서 <빅히트 시그널>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습생을 뽑을 때부터 글로벌시장을 목표로 하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IT 기술의 발전과 결을 같이 한다는 의미에서다.

세계 음악시장의 트렌드 세터로 자리잡은 K-POP의 힘은 대단하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된 <한류: K-Pop에서 K-Culture로>에 따르면, K-POP은 문화 수출의 뿌리다. 노래 → 아티스트의 국적 → 해당 국가의 언어 → 음식의 순환 고리로 한국 고유의 문화까지, '한국' 자체를 알리는 첫 단추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UNICEF의 캠페인으로 자리잡은 방탄소년단의 'Love Myself' 슬로건 (출처: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
▲ UNICEF의 캠페인으로 자리잡은 방탄소년단의 'Love Myself' 슬로건 (출처: 캠페인 공식 홈페이지)

K-POP은 시간이 지나며 그 영향력을 더 크게 확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해외 팬들을 사로잡는 것은 기본이고, 빌보드 차트, AMA 등 해외 저명한 음원차트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아이돌 그룹의 슬로건이 UN 총회의 주목을 받기도 한다. 3분 내외의 대중 음악으로는 그 사회문화적 영향력이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케이팝의 전망은 대단히 밝다. 하지만 밝음 뒤엔 어둠도 있다. K-POP 아이돌이 주축이 된 마약, 성범죄 등 범법 사건과 누리꾼의 악플로 인한 마침표, 선망만 좇다 너무 늦게 알아차린 현실 등 쉬쉬하는 이면도 많다. 또 K-POP의 소비자, 팬덤이 확장되는 만큼 덕테크(덕질과 재테크의 합성어)의 부상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있다.

K-POP 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이 산업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알아보고자 했다. 산업이 급격히 성장한 탓에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폐쇄적 성향을 띄어 취재원을 구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문화체육관광부 발간 자료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들의 저서, K-POP을 메인 테마로 다룬 콘텐츠 등을 취재해 정보를 모았다.

 

K-POP이란 무엇일까?
 

2018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에서 처럼, 통상적으로 1992년에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을 K-POP 아이돌의 시초로 꼽는다. 빌보드매거진코리아는 이 그룹을 'K-POP의 모든 것'이라 지칭했다. 당시 서구권에서만 유행하던 힙합, 댄스팝이란 장르를 한국에 대중화시킴으로써 트로트, 성인 가요, 발라드가 석권하던 기존의 가요계 판도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 아이돌 세대론 (출처: 아이돌로지)
▲ 아이돌 세대론 (출처: 아이돌로지)

아이돌이 뿌리를 둔 댄스 가수의 시초로 박남정을 꼽기도 하지만, 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를 기점으로 K-POP 아이돌 세대론이 시작된다.  이 그룹을 모티브 삼아 SM 엔터테인먼트의 HOT와 SES, 대성기획(現 DSP미디어)의 젝스키스와 핑클이 기획됐기 때문이다. 이후 동방신기, 소녀시대, 2NE1 등을 2세대로, 엑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을 3세대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있지 등을 4세대로 구분한다.

아이돌 비평지 <아이돌로지>에 따르면, 세대는 팬덤에 의해 직관적으로 구분되고 있을 뿐 합의를 이룰 만큼 활발한 공론장이 형성된 적은 없다. 직관의 기준은 활동 기간이 아닌 타겟 시장과 콘텐츠 전략이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름의 장: Temptation' 컴백 스케줄러 (출처: 빅히트뮤직)
▲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름의 장: Temptation' 컴백 스케줄러 (출처: 빅히트뮤직)

내수 시장만 겨냥했던 기성 아이돌과 달리 최근에 데뷔하는 아이돌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겟팅한다. HYBE 빅히트뮤직 소속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미국 시각에 맞춘 KST 1월 27일 14시(ET 00시)에 컴백했다. 또 해외 음반사를 통해 해외 팬들을 타겟으로 영상통화 팬사인회를 하고, 영어로 된 노래를 낸다. 2008년, 'Tell Me'란 곡으로 최고 주가를 달릴 때 미국으로 떠나 의문을 자아냈던 JYP 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원더걸스가 시류를 빨리 탄 행보로 읽히는 부분이다.

또 우상이란 단어의 어원처럼 아이돌과 그들의 음악을 신격화했다면, 지금은 소통이 중심이다.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돌에 초점을 맞춘 만큼, 오디션과 연습생 때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콘텐츠, 팬들과 대화하는 실시간 소통 방송, 아티스트와 1:1로 채팅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버블'과 '프메', 인터랙티브 세계관 등이 등장한 까닭이다.

 

K-POP 공장장, 기획사

 

▲ 4대 기획사로 꼽히는 HYBE, SM, JYP, YG (출처: 각 기획사)
▲ 4대 기획사로 꼽히는 HYBE, SM, JYP, YG (출처: 각 기획사)

하지만 직관적으로 끊어내는 아이돌 세대론과 달리, 기획사 체제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이수만의 SM, 박진영의 JYP, 양현석의 YG. 투자,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꼽던 3대 기획사 체제의 벽은 2020년 방시혁 의장의 HYBE의 상장 소식과 함께 4대 기획사 체제로 변환됐다. 오히려 기존의 3대주자 앞에 HYBE를 첫 순서로 꼽는다. 바로 시가총액 기준이다. 2020년 10월 15일 한국 증시에 들어선 하이브는 첫날 시가총액이 8조원을 돌파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7500억원), JYP 엔터테인먼트(1조2000억원), YG 엔터테인먼트 (8000억원)의 합산 시총을 훌쩍 넘겼다.

▲ 엔터 4사 2021년 실적 (출처: 중앙일보)
▲ 엔터 4사 2021년 실적 (출처: 중앙일보)

무섭게 치고올라온 HYBE의 전략엔 유튜브란 플랫폼을 아주 잘 활용한 방탄소년단의 자체 콘텐츠 대량 생산 사례와 공격적인 M&A가 있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미국의 SB프로젝트 기획사를 포함해 국내외 음악, IT, 영화,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2022년 말, 네이버 V LIVE를 자사 위버스 플랫폼으로 인수합병하며 IT 플랫폼 기업으로도 수익원을 넓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등록된 업체는 2022년 12월 31일 기준 4414개다. 물론 이는 K-POP 기획사 뿐만 아니라 배우, 예능, 공연 등 모든 문화 콘텐츠업 포함된 수치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지난 달 11일, 직업 테마파크 키자니아가 어린이 41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업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미래에 가장 유망할 것으로 예상하는 직업이 연예인(33.4%), 그 중에서도 K-POP 아이돌(71.7%)이 1위로 꼽혔다.

▲ 아이돌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걸그룹 네이처의 '네이처 이대로 처망할수없다' 다큐멘터리 (출처: n.CH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네이처 모큐멘터리)
▲ 아이돌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걸그룹 네이처의 '네이처 이대로 처망할수없다' 다큐멘터리 (출처: n.CH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네이처 모큐멘터리)

하지만 아이돌의 성공 비율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할 수준이란 게 정설이다. 2016년 방영된 MBC <PD수첩>과 2018년 방영된 SBS 스페셜 <아이돌이 사는 세상 무대가 끝나고>에 따르면, 지망생 100만 명 중 한 해 데뷔하는 아이돌은 1,000여 명 정도다. 그 중에서도 대중이 이름을 기억하는 아이돌의 성공을 숫자로 치환하면 0.01%에 그친다고 한다.

사람이 기획하고, 사람이 주가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 팔며, 사람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물론 중소 기획사의 기적이라 불리는 RBW ent.의 마마무, 소스뮤직(현 HYBE 레이블)의 여자친구 등이 있지만, 누구나 아이돌을 꿈꾸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데뷔 뿐 아니라 성공까지 기약하는 것은 꿈을 넘어 환상이 됐다.

 

K-POP 조명한다

 

기획은 여기서 시작됐다. K-POP 업계는 폐쇄적일 뿐 아니라, A&R, 비주얼디렉터, 아트디렉터, 팬마케터 등 다른 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직종이 존재하는 미지의 업계다. 딴따라라고 치부됐던 음악 산업이 해외에서 알아주는 대단한 산업이 되기까지 어떤 사람들의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과정이 궁금해졌다.

한 번 품게 된 의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채 호기심을 키웠다. 정말 K-POP은 근본이 없는 산업일까? 연습생 기간만 12년이라는 미스틱스토리 소속 걸그룹 빌리의 문수아부터 HYBE ADOR 레이블 소속 평균 연령 16.6세의 걸그룹 뉴진스까지 점차 낮아지는 취업 연령의 안전망은 없을까? 초동 밀리언셀러란 명예를 얻게 해준 앨범 100만장은 어디로 갔을까? 다양한 국적의 팬들이 모이는 곳에선 어떤 이야기가 들려올까?

앞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K-POP 아티스트 뒤에서 그들을 더 빛나게 해주고자 어둠을 자처하는 제작진과 팬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자 한다.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 혹은 아래 메일 주소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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