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인 2016년, 음식점 TV에 뉴스프로그램이 가장 많이 보였다. 뉴스 속 기자는 바쁘면서도 멋이 있었다. 그들의 말과 글로 세상이 바뀌었다.

촛불시위로 광화문이 밤마다 빛나고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때 나도 꿈꿨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대학에 와서 방송국 기자로 2년 동안 활동했다. 교내 이슈를 누구보다 꼼꼼히 취재하고 세상에 대한 나의 견해를 전했다.

언론사의 데이터팀에서 인턴을 하면서 기자와 기사에 대한 시각이 변했다. 나부터 TV와 종이신문으로 기사를 접하지 않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더 많이 찾는다. 독자는 유튜브 영상으로 접한다. 새로운 인터랙티브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는 기사를 읽고 보고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계를 넘는 기자들>은 2020년대, 혹은 더 먼 미래까지 기자가 되려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정확하게 짚는다. 미국 저널리즘스쿨의 교육을 통해서다.

▲ 경계를 넘는 기자들(출처=인터넷 교보문고)

저자 이샘물은 고려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미국 UC버클리 저널리즘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동아일보 뉴스이노베이션팀장으로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중이다.

국내 대학의 언론 관련 학과, 그리고 언론고시반과 달리 미국의 저널리즘스쿨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선다. 학생은 언론사 업무를 언론사처럼 돌아가는 학교에서 배운다.

“저널리즘스쿨에서 자주 듣는 용어가 있다. 바로 ‘편집국’ 같은 경험이다.” (15쪽)

“편집국 같은 경험은 학교생활 전반에 녹아있다. 편집국처럼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고 여러 종류의 기사를 발간할 뿐 아니라, 실전과 유사하게 일하며 현장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기른다.” (17쪽)

미국 저널리즘스쿨 학생은 취재를 일반 기자처럼 현장에서 한다. 글쓰기나 콘텐츠 제작에서는 높은 수준을 요구받는다. 학생이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교수진 역시 학계가 아니라 현직 출신이 많다. 이들은 기자 생활에 필요한 세세한 팁을 학생에게 전수한다.

학생은 낯설고 힘든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야간 택시를 운전하다가 취잿거리를 얻는다며 즐거워한다. 모든 커리큘럼은 저널리즘 콘텐츠 제작에 도움이 된다.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커리큘럼을 다른 말로 하자면 ‘안 배울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81쪽)

모든 면에서 일류를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장비, 기술, 취재 모든 측면에서 완벽을 요구한다. 컴퓨터에 파일을 어떻게 정리하는지까지 가르친다. 기자가 글쓰기와 취재 부분에서만 일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저널리즘스쿨에서 자주 접한 ‘커리어 팁’이 있다. 구직할 때 경쟁력이 있으려면 주특기가 ‘두 개’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141쪽)

“독자들이 접하는 미디어라면 무엇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를 하되, 최소한 두 가지에 대해서는 깊은 조예를 지녀야 한다. 더 많은 독자를 만나고 독자의 경험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코 하나만 잘해선 안 된다.” (144쪽)

취업 준비는 어떨까. 개인 포트폴리오와 사이트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교수가 검토한다. 네트워크 관리와 언론이라는 정글 속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지속적인 취재를 위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취재하다 보면 감정에 이입되거나 정신건강이 안 좋아질 때가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교육과정에 포함시킨 점이 놀라웠다.

<경계를 넘는 기자들>은 콘텐츠 홍수의 시대에 기자가 준비할 역량과 마음가짐을 알려준다. 논술과 작문이 아니라 실제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4학년인 나는 학부 생활 동안 국어국문학과 데이터사이언스학을 전공했다. 이 책은 내러티브 글쓰기, 그리고 데이터 분석과 코딩이라는 두 가지 무기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줬다. 더 나아가 구체적인 방향성과 부족한 부분을 알려줬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나? 입사해서도 능력을 갖춘 기자가 될까? 의문을 푸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됐다. 마지막으로 가야 하는 길, 가고 싶은 길인 언론이 혁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면 맺음말에 나온 문구를 떠올리길 바란다.

“제가 하는 일이니 긍정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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