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실제로 하라고 말하면 학생은 메일부터 보낸다. 그리고 기다린다. 취재원은 메일을 읽지 않거나 답을 하지 않는다.당연하다. 어느 취재원이 학생 기자의 요청을 바로 받아주는가. 기성 언론이 전화해도 바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통화가 되지만 취재에 필요한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시간이 지나도 취재원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학생은 불안하다. 실습기사를 제출할 기한이 다가올수록 초조하다. 그러다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묻는다.내 조언은 간단하다. 직접 찾아가라! 학생은 이해하지 못한다. 직접 찾아가라? 직접 찾아가
내가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에서 맡은 과목은 실습이다. 학생이 사회현안을 실제로 취재하고 기사를 쓰도록 한다. 학부에서도 마찬가지다.실습(實習)은 배운 이론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익히는 일이다. 사범대학의 교생실습을 생각하자. 대학생이 중고교에 직접 가서 교사처럼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 가지 않고 학생을 만나지 않으면 실습이라고 하기 어렵다.저널리즘스쿨과 학부의 실습에서 현장을 가고 취재원을 만나고 자료를 찾도록 한다. 현장을 가지 않고 취재원을 만나지 않고 자료를 발굴하지 않으면 취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칼럼을 이렇
희로애락(喜怒哀樂). 기쁘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화나면 붉으락푸르락하다. 아프니까 신음하며 즐거우니 흥얼거린다. 인간의 감정표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아프리카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만나서 반갑다는 표시를 했고 정이 들어 헤어질 때는 눈물을 흘렸다. 아셀라에서는 낯설다고 한국 단원에게 돌까지 던졌다. 가까워지자 그곳 사람이 보호에 나섰다. 아다마 시의 숙소에서 1월 20일 오전 8시에 이테야로 출발했다. A9 도로를 타자마자 낙타 떼가 길가 옆에서 풀을 뜯고 있었다. 사막지대도 아닌데 낙타 떼를 만
지구는 하나다. 산천이역 풍월동천(山川異域 風月同天). 산과 강은 다르나 바람과 달은 같은 하늘에 있다. 거리는 멀지만 함께 하는가. 그랬다. 이태원 옥상에서 본 보름달이 서울에서 9274㎞ 떨어진 아셀라의 하늘에 떠 있다. 반가웠다. 신기했다. 그리웠다. 벌써 향수병인가. 에티오피아 여행에 나선 지 닷새째다.태고의 신비, 타나호수에서 아디스아바바로 돌아오니 2000m 이상의 고산지대라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설사도 했다. 저녁을 거른 채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룸메이트인 한두봉 교수가 호텔 조찬에서 만난 김철수 박사에게 끌고 갔
스토리오브서울 편집장으로서 불편한 점은 기사를 게재하지 않는다고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 학생에게 알리는 일이다.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바쁜 가운데서 취재하고 작성했음을 아니까 미안하다.YJS에는 다른 선생님이 담당하는 분반이 있다. 거기서 나온 몇몇 기사에 문제가 있으면 언론계 용어로 킬(kill) 시킨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안다.무엇을 기준으로 게재 여부를 판단하는가. 주제와 사례와 표현을 검토하기 전에 취재원(source)에 주목한다. 기사에 필요한 정보를 많은 사람이 제공하는지, 주제에 적절
아디스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항공망의 중심지이다. 이곳이 뚫린다면 아프리카 대륙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다.그래서인지 에티오피아의 퍼스트레이디, 지나쉬 타야츄의 ‘신이여 전염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소서’라는 복음송이 전파를 탔다. 에티오피아 말로 ‘신의 자비’라는 마렌(Maren) 곡은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https://www.youtube.com/watch?v=J2FBfZe1ocs&list=RDJ2FBfZe1ocs&start_radio=1)인구 1억 1500만 명 중에서 확진자가 4월 25
코로나19로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이 원격수업을 한다.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니 YJS도 따라야 한다.학생들과 얘기를 하면서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한국경제가 충격을 받으면 언론사 채용전망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다.맞는 말이다. 한국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면 언론사가 영향을 받는다. 기업광고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당시에 많은 언론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사정이 좋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한다. 경제흐름과 언론사 채용전망은 학생이 걱정한
마이클 셔츤(Michael Schudson)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 역사를 가르친다. 미국 언론사의 대가로 2018년에는 라는 책을 출판했다. 여기 소개하려는, 컬럼비아대가 강조하는 기자의 자세에 관해 읽었다. 지난달 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며 기자교육에 필요한 자료를 여러 방향으로 찾았다. 1990년대 초부터 읽은 셔츤 교수의 글은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다.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의 교육지침을
스토리오브서울이 ‘코로나19 특집’을 연재하는 중이다. 평소에는 기사를 주 1회, 일요일에만 올렸지만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감안해서 매일 제작한다.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 학생들이 적극적이다. 취재를 열심히 하되 안전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는데 2월 29일부터 3월 28일까지 40건을 게재했다.중증환자의 두려움을 다룬 원고를 보내면서 학생이 이렇게 전했다. 어린이환자의 병명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부모가 부탁했다고. 자녀가 힘들지 모르니 병명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해한다.몸과 마음이 힘든 가운데서도 부모
심재철 교수의 에티오피아 여행기를 게재한다. 제1편은 국립박물관에 진열된,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루시와 셀람을 찾는다.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제2편에서는 아디스아바바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방문한다. 이어 북서쪽으로 1시간 20분 날아가 바흐다르의 타나호수와 블루 나일을 찾는다. 제3편에서는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비쇼프투, 아다마, 이테야, 아셀라를 나흘 동안 차례로 탐방한다. 국내 대학생 24명이 다섯 팀으로 나눠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5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을 앞두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젊은 시절, 해외에서 처음으로 맞이했던 시애틀의 봄은 각별했다.가랑비가 10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줄기차게 내리더니 봄의 절경이 다가왔다. 캠퍼스에는 시나브로 벚꽃이 화사한 자태를 드러냈다. 쿼타제로 봄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말에 봄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렸다.미주대륙의 서북부 태평양 관문인 퓨젯 사운드를 탐방하기 위해 시애틀을 방문하면 백인이나 아시아인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누구나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으로 워싱턴대’를 꼽는다.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과 학부에서 원칙 하나를 학생들에게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를 수업 중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내용이다.오리엔테이션에서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은 당황하거나 불만스런 표정을 짓는다. 스마트폰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세대이므로 당연한 반응이다. 책상 위가 아니라 옷이나 가방에 넣으라고 하면 마지못해 따르는 눈치가 역력하다.전자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담당하는 과목에 필요하지 않아서다. 또 온라인 못지않게 오프라인 소통이 중요하며, 상대방 말을 경청하는 습관을 위해서다.스마
시애틀을 방문하면 길쭉하게 뻗은 나무와 아름다운 호수, 바닷가 그리고 이들 사이의 공원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미국에서도 자연환경과 마천루 그리고 도심공원이 이렇게 조화를 잘 이룬 도시는 찾기 어렵다. 가히 자연공원의 천국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시애틀 공원과 레크리에이션(SPR) 본부에 따르면 시애틀에는 공원이 485개 있다. SPR이 관할하는 공원만도 6000에이커가 넘는다. 1에이커를 4000㎡로 계산하면 800만 평 정도가 공원이다. 여의도 내부면적이 88만 평이니 여의도 10배 남짓이 시애틀의 공원지역이다.이 중에서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 정시 전형은 서류, 필기, 면접 등 3단계다. 14기를 선발하는 절차는 1월 6일 끝났다. 해마다 같은 느낌인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어쩔 수 없이 다수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교수진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래서 작년에는 프렙(Prep) 과정을 2회 개설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학생에게 기사의 기초를 배울 기회를 주려고 했다.교수진의 이런 마음을 일부 학생은 정반대로 해석했다. 면접이 끝나고 언론인 지망생 카페에 올라온 반응에 나는 답답했다. 지원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거칠고 성급하게 표현해서 놀랐다.면
상전벽해(桑田碧海). 시애틀을 최근 다시 찾았을 때 떠오른 단어였다. 네이버 한자사전에 따르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 고사성어는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을 때 사용한다. 그렇다. 시애틀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명품도시로 21세기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한다.40년 전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 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1981년 여름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웨스턴 에어라인스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시애틀이 에메랄드 도시답게 갓 내린 빗방울로 반짝 반짝 빛났다. 공항에 내려서 푸른 숲이 내뿜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은 1월 중순 개강한다. 언론의 글로벌 스탠더드와 취재보도 실무를 상반기에 교육하고, 논술작문은 하반기에 지도한다. 입학한 해에 합격하지 못하면 다음해에도 시험준비를 돕는다.교육과정을 13년째 운영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언론사 시험이라고 느낀다. 수습기자 공채가 1년 내내 계속되니 수강생이 집중하기 힘들다. 교육내용이 시험과목과 일치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다.교수진은 저널리즘의 현실을 보여주고 윤리와 원칙을 강조하고 기사작성법을 설명한다. 학생은 독후감을 쓰고 발표를 하고 취재를 한다. 문제는 시험이
알래스카를 여행하면 끝없이 펼쳐진 파이프라인에 잠시 넋을 빼앗긴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자 자원천국 알래스카의 풍요를 상징한다.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넘어 남북한으로 이어진다면 비슷한 풍경이 한반도에서도 펼쳐질 것이다.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해 연안의 노스 슬로프(North Slope) 지역에서 뽑아 올린 원유는 남쪽으로 800마일 떨어진 밸디즈 해상 터미널로 보내진다. 이 송유관은 지름이 48인치인 철제 원통이다.이 원통이 알래스카 동부의 높은 세 개의 산악지대를 넘고 500개의 강과 하천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의 13기와 프렙 수강생에게 메일을 보냈다. 언론사 입사시험에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가장 많은 질문은 좋은 글의 기준이었다.“절대적인 좋은 글이 있는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글쓰기 실력을 높여줄 좋은 글을 어떻게 판단하면 될지 궁금합니다. 어떤 글이 절대적으로 좋은 글일까요?”“식사 자리에서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이 좋은 책인지 궁금합니다. 논술연습을 할 때, 관련 논제에 관해 가장 유명한 책들을 읽으면 될까요?”대답하기가 어렵다. 절대적이라는 단어와 가장이라는
알래스카는 동토(凍土)다. 한글로 풀면 언 땅 혹은 얼음 땅이다. 지리학적으로는 툰드라 지대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여름에도 얼음 땅이 잘 녹지 않는다.알래스카에 처음 왔지만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데자뷰인가. 전편에서 소개했듯이, 앵커리지-밸디즈-페어뱅크스-앵커리지로 내륙 순환도로를 따라 알래스카를 일주했다. 그런데 20년 전 백두산 천지에 오르기 전, 만주벌판을 달린 기분이었다.네이버에 동토를 검색하니 한쪽 구석에 툰드라라는 뜻이 나온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툰드라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에서부터, 알래스카 및 캐나다 북부에
인내심(patience)과 공격적 취재 (aggressiveness). 밥 우드워드 기자가 10여분 인사말에서 강조한 두 개의 키워드다.9월 26일 오후 3시 서울 신라호텔 3층 오키드룸에서 워터게이트 보도의 주역이었던 우드워드 기자가 한국기자들을 만났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모임이었다. 30여명의 기자와 TV 취재진이 참가했다.언론진흥재단 인사들도 함께 했다. 패널토론이었지만 70대 후반의 우드워드 기자는 노교수가 강의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는 서울에 처음 왔다고 했다.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토론 겸 사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