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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교수의 세계 여행기 ⑩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 승인 2020.03.29 19:17

 

심재철 교수의 에티오피아 여행기를 게재한다. 제1편은 국립박물관에 진열된,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루시와 셀람을 찾는다. 에티오피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제2편에서는 아디스아바바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를 방문한다. 이어 북서쪽으로 1시간 20분 날아가 바흐다르의 타나호수와 블루 나일을 찾는다. 제3편에서는 아디스아바바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비쇼프투, 아다마, 이테야, 아셀라를 나흘 동안 차례로 탐방한다. 국내 대학생 24명이 다섯 팀으로 나눠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5개월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편집자 주>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자존심이다. 검은 대륙의 오른쪽 뿔(Horn of Africa)에 있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내렸을 때 멋쟁이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발 2200m의 고산지대여서인지 늘씬한 선남선녀가 여기저기 보인다.

이곳 사람은 블랙보다는 브라운으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에티오피아의 향기는 커피에서 묻어난다. 귀한 손님이 왔을 때 커피를 장작불로 끓여서 종종 팝콘과 함께 손님을 대접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세리모니는 고유의 문화’다. (스토리오브서울, 2020년 1월 27일 참조)

인천국제공항을 1월 16일 새벽 0시 20분 출발해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내렸을 때가 아침 7시 20분이었다. 서울보다 6시간 늦다. 정확히 13시간을 날았다. 마중 나온 임보람 씨가 호텔 근처의 커피숍으로 안내했다. 그는 코이카(KOICA) 직원으로 동행한 한두봉 교수의 제자였다.

커피숍은 토모카라는 유명한 현지 체인점이다. 앉는 의자가 없는 점이 특이했다. 갓 구운 빵과 함께 ‘분나’라는 커피를 주문했다. 이곳에서 아침에 주로 마시는데 에스프레소의 일종이다. 루시처럼 두 발로 서서 서울의 10분의 1 가격으로 아프리카의 첫날 아침을 맛있는 빵과 함께 진한 원두커피를 마시며 시작했다.

▲ 커피숍 토모카

여행 가방을 호텔 프런트에 맡기고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주말에 정교회 축제가 시작돼 목요일 오전인데도 시내가 자동차로 꽉 찼다. 운전사는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갔다. 짐을 푼 베스트웨스턴플러스 호텔에서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까지는 북동쪽으로 6.2㎞이다. 교통량이 적다면 자동차로 18분 거리다. 러시아워가 아닌데도 1시간 가깝게 지체됐다.

국립박물관이라고 불리기엔 외양이 소박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반드시 들려야 할 명소이다. 인류 기원의 단서를 제공하는 루시(Lucy)와 아디(Ardi)의 화석과 함께 학계가 발견한 최초의 유아 화석에 근거해 복원한 셀람(Selam)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루시는 현지에서 든크네시(Dinknesh)라고도 불린다. 320만 년이 된 화석이다. 든크네시는 ‘당신이야말로 놀랍다(you are wonderful)’는 에티오피아 말이다.

루시는 진화 인류의 모체가 된 ‘호미니드(hominid)’다. 동부의 아파르(Afar) 지대 하다르(Hadar)에서 1974년 발견됐다. 계곡에서 유골을 발굴할 당시 ‘다이아몬드 하늘처럼 빛나는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란 비틀스 노래 가사가 흘러나와 화석의 이름을 루시라고 작명했다고 한다. 키 105㎝, 체중 27㎏으로 추정된다.

▲ 인류의 기원인 루시(왼쪽)와 아디

루시의 화석이 나온 지 20년 뒤에 아디가 발견됐다. 고고인류학계는 또다시 흥분의 도가니에 쌓였다. 아디는 루시보다 키가 15㎝ 크고 체중이 23㎏ 더 나간다. 박물관은 루시 유골 왼쪽에 아디의 화석을 전시했다. 아디의 나이는 440만 년이다. 루시보다 120만 년이나 앞섰다.

아디 역시 골반을 가진 여성이다. 학계에선 아디가 남성 유인원을 유혹하는 기술을 가졌다고 본다. 아이를 낳고 생존을 위해 함께 사는 방식을 찾아냈을 것으로 간주한다. 아디는 침팬지와 원숭이 사이의 유인원인데 인류의 기원으로는 아직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비해 루시는 인류의 줄기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종에 속한다.

박물관에는 또 고고인류학계의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전시물이 있다. 루시가 발굴됐던 하다르 계곡 남쪽에서 2000년에 발견한 셀람(Selam)의 화석이다. 셀람은 세 살의 여아로 ‘인류의 첫 아이(the first child)’로 여겨진다. 놀랍게도 330만 년이나 된 두개골이 원형으로 남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뼈를 조립하고 살을 붙여 복원했다.  

▲ 복원된 셀람

박물관 입구에는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비 아흐메드 수상의 사진이 보인다. 그는 100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데 ‘평화란 마음을 열어 얻은 사랑의 열매(Peace is the Affair of the Heart, Peace is a Labor of Love)’라는 말을 남겼다.

에티오피아 북쪽에는 에리트레아가 있다. 같은 국가였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사이에는 1998년부터 2년 전쟁이 있었다. 후에도 무력으로 대치상태였다. 휴전선을 두고 대치하는 남북한과 비슷했다. 아비는 2018년에 수상이 되자마자 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상을 성사시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아비가 수상자가 됐다.

에티오피아에는 큰 여섯 부족이 공존하는데 인종 갈등이 지속된다. 수도를 중심으로 중부지역에 사는 오로모족이 최대 종족이다. 전체 인구 1억 1400만 명의 35%를 차지한다. 이어서 암하라 27%, 소말리 7%, 티그라이 6%, 시다모 4%, 구라게 3% 등 80개 부족이 있다.

아비 수상 이전에 티크라이족이 20년간 집권세력이었다. 아비는 오로모와 암하라 혈통을 다 가졌다. 아버지는 오로모족에 이슬람교도이다. 어머니는 암하라족에 정교회 신도였다. 아비의 부인 역시 암하라 부족이다.

아비는 2018년 총선에서 당시 집권세력인 티그라이족의 양해아래 양대 종족인 오로모와 암하라 부족의 지지를 이끌었다. 그가 제15대 수상에 취임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지만 부족의 세력 다툼은 지속됐다. 지금도 오로모 부족의 극우 정치단체인 자와르에 의해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다.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확장하려던 2016년에는 오로모 부족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 노벨상을 받은 아비 수상의 모습

에티오피아인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독립국으로서 30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솔로몬 왕과 결혼한 시바 여왕이 이 지역 출신이다. 기원전 1000년에 솔로몬과 시바 사이에 태어난 메넬리크 1세가 에티오피아를 건국했다는 신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36년에 이탈리아가 유일하게 이 지역을 점령해 식민화했다. 영국과 에티오피아의 연합군이 1941년 이를 격퇴했다.

에티오피아는 이 기간을 제외하곤 독립국 체제를 늘 유지했다. 자존심이 높은 이유다. 아프리카 55개국의 연합체인 아프리카 유니언(AU) 본부가 아디스아바바에 있다. 아프리카 항공 교통의 중심지로 세계 주요 항공로가 아디스아바바와 연결된다.

에티오피아는 110만 ㎢ 세계에서 27번째로 크다. 인구도 아프리카에서는 나이지리아 다음인데, 2016년에 1억 명을 넘었다. 1970년대 공산화 이후 한때는 식량 부족으로 기아선상에 머물렀던 적도 있다. 공산정권을 몰아낸 1991년 이후에는 선거를 통한 연방 공화국이 됐다.

이후 최근 15년 동안 해마다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평균 수명도 54세에서 67세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현재 집권한 오로모족의 상당수가 아비 수상의 에리트레아와의 평화정책, 부족 간 화합 정책에 반감을 드러낸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2020년 2월 26일자 참조)

국립박물관을 나와 호텔 체크인을 하고 현지식 뷔페로 오찬을 했다. 에티오피아 주식인 인제라에 쇠고기를 싸서 배불리 먹었다. 오후에는 아디스아바바대를 방문해 메큐리어 메카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장을 만났다. 아비 수상은 이 대학에서 에티오피아 부족갈등 해결책을 모색하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캠퍼스에 들어서자 1998년 방문했던 마닐라의 국립 필리핀대가 떠올랐다. 건물은 소박하고 낡았지만 캠퍼스가 널찍해 좋았다. 언론인을 포함한 한국과의 저널리즘 교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오후 4시 30분에 캠퍼스 옆의 농업부를 방문했다. 대외협력 국장을 포함해 여러 명이 우리를 기다렸다.

그들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모방한, 지난 20년간의 에티오피아 농촌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 30분 이상 브리핑을 했다. 전체 국민의 80%가 농민이며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관개시설이 빈약하고 우물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농촌의 수자원 확보가 절실해 보였다. 전기 에너지 부족 해결도 큰 관심사였다.

오후 6시가 되니 간부들이 퇴근을 서둘렀다. 숙소에 와서는 다음날 탐방할, 에티오피아의 가장 큰 호수인 타나와 여기서 흘러내리는 블루 나일 일정을 챙겼다. 인천국제공항에서 0시 20분에 이륙해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한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쉬지 않고 발로 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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