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스아바바는 에티오피아의 수도이자 아프리카 항공망의 중심지이다. 이곳이 뚫린다면 아프리카 대륙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에티오피아의 퍼스트레이디, 지나쉬 타야츄의 ‘신이여 전염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소서’라는 복음송이 전파를 탔다. 에티오피아 말로 ‘신의 자비’라는 마렌(Maren) 곡은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2FBfZe1ocs&list=RDJ2FBfZe1ocs&start_radio=1)

인구 1억 1500만 명 중에서 확진자가 4월 25일 현재 117명이다.  첫 확진자는 3월 13일 나왔다. 최근까지 감염자를 하루 10명 이내로 묶었다. 그러나 이 숫자가 S자형 확산 곡선을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에티오피아 보건장관 출신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이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100일 동안 코로나19가 부유한 국가에 미칠 수 있는 피해를 봤다. 그러나 더 가난하고 취약한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참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렇다. 1월 중순 아디스아바바를 찾았을 때 인파로 넘쳐나던 길거리를 생각하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아디스아바바가 뚫린다면 코비드19가 검은 대륙에 창궐해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다.

현지에서 보니 공중보건은 거의 낙제점이다. 의료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서구식 호텔의 수돗물도 정수가 제대로 안 됐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를 벗어나면 더 심각하다.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아비 수상은 최근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퍼스트레이디가 마렌을 부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조치로 4명 이상 모일 수 없다. 나이트클럽과 술집은 영업하지 못한다. 대중교통 및 개인차량은 탑승 가능 인원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 아디스아바바-지부티 경전철은 탑승 정원의 25%를 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감염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인근 국가인 이집트는 확진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6·25전쟁 참전용사협회가 있는 공원을 1월 17일 방문했다. 조용하고 한산했다. 한국의 참전국 기념사업회가 최근 이곳의 한국 대사관을 통해 에티오피아의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마스크 1000장을 전달했다.

▲ 한국전 참전비

공원의 삼나무는 곧바로 높이 뻗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도심과는 다르게 시원하기까지 했다. 에티오피아는 1951년부터 1953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유일하게 6·25전쟁에 전투병 6037명을 파병했다. 이 중 123명이 전사했고 536명이 다쳤다.

특별히 중부와 동부전선의 화천 봉당덕리 전투, 적근산·펀치볼 전투, 철원 금화지구 전투에서 중공군 혹은 북한군과 253번 전투를 벌여 전승을 거뒀다 한다. 공원에는 태극기와 에티오피아 국기가 나란히 걸려 두 나라가 혈맹임을 보여준다.

공원을 방문하고 아디스아바바 공항으로 가서 낮 12시 30분에 바흐다르로 가는 에티오피아 항공기를 탔다. 바깥을 내다보니 고산지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주대륙을 날 때 하늘에서 봤던 콜로라도 산악지대를 연상케 한다. 비행기로는 1시간인데 자동차로 간다면 아디스아바바에서 서북부로 A3도로를 타고 9시간을 달려야 한다.

▲ 하늘에서 본 에티오피아 고산지대

바흐다르는 에티오피아가 자랑하는 국제적인 관광지이다. 도착하자마자 타나 호수로 가서 보트를 30분 정도 타고 호수에 있는 섬의 기독교 정교 유적지를 방문했다.

타나 호수는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넓이가 3041㎢다. 서울(605.2㎢)의 5배 정도다. 이런 호수가 한라산보다 다소 낮은 해발 1785m의 고지대에 있다. 호수의 물이 블루 나일로 흘러들어 화이트 나일과 합쳐 길이 6700㎞인 나일강을 따라 지중해까지 흘러간다.

세계 문명의 발원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의 수량이 타나 호수의 우기인 6월부터 9월에 내린 물로 충당된다. 7월 강수량은 400㎜에 달한다. 이 때는 거의 매일 15㎜ 비가 내린다.  이 호수 유역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에덴동산이 있었다면 바로 이곳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성서학자도 있다.

▲ 블루 나일로 흐르는 타나 호수 물길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호수 끝에서 하마 무리를 발견했다. 타나 호수에는 하마 이외에도 악어 그리고 펠리컨을 포함한 아프리카의 희귀 새가 서식한다.

블루 나일 호텔에서 하루 묵었다. 경주 보문지역의 고급화된 숙소 수준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연 호수 옆이기에 태고의 신비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암하라주 20개 마을에서 새마을 사업을 한다. 농촌개량 전문가인 김경량 교수와 함께 1월 18일 바흐다르에서 32㎞ 떨어진 ‘레이 케레(Lay Qerer)’라는 고트(Gott)를 방문했다. 고트는 영어로 빌리지, 마을이란 뜻이다.

마을의 면적은 100만 평 정도인 392㏊로 주민이 633명이다. 우리 농촌처럼 여자가 귀한 지역이다. 주민 전부가 암하라 족으로 에티오피아 정교도이며 95%가 농사일을 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마을의 소득증대를 위해 선진 영농기술을 전파하고 우물을 파며 가정의 화장실을 개량하고 바이오가스 시설을 포함한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을 꼽을 수 있다.

▲ 김경량 교수가 마을 회의에서 주민을 지도하고 있다.

KOICA 직원 임보람 씨는 농촌지도에서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도록 자조 그룹을 형성한다”는 원칙을 설명한다. 김경량 교수도 주민이 “스스로 마을회관을 짓고 3, 4㎞ 떨어진 큰 도로에서 마을까지 진입로를 개선”하도록 권유한다.

마을에는 교육 시설이 전무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마치 1960년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상당수 주민이 신발도 없이 맨발로 걸었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맨발로 달려서 마라톤 금메달의 월계관을 썼던 아베베 비킬라가 생각났다.

김경량 교수팀을 맞이한 주민들은 순박해 보였다. 소 축사가 숙소 옆에 바로 붙어있다. 주민의 가장 귀중한 재산인 소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KOICA는 축사를 숙소로부터 분리하도록 권고한다. 또한 채소를 사시사철 재배하도록 비닐하우스 사업을 전개해 암하라주 전체로 확산시키는 중이다. 새마을 운동을 통해 비닐하우스가 이 지역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 고트 청년이 물통을 메고 소 가족을 앞세우고 걷는다

아디스아바바에는 교민 400명 정도가 산다. 한국교회가 주도해 명성기독병원(MCM)과 명성의과대학을 세웠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1993년 아프리카 선교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했다.

당시 우연히 만난 에티오피아 수상으로부터 병원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병원부지로 약 3만 평의 토지를 제공했다. 명성교회는 병원을 짓기 위해 국내에서 500억 원을 모금했다. 이 기금으로 병원과 의과대학, 도서관, 기숙사를 세웠다.

2018년에 첫 졸업생 12명, 2019년에는 첫 한국인 졸업생을 포함해 의사 23명을 배출했다. 전액 장학금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한국전 참전용사의 손녀도 있다. 그는 “할아버지가 싸워 자유를 지킨 나라의 도움으로 의사가 됐다”라며 감격했다.

아디스아바바 도심에는 대치공관으로 북한대사관이 있다. 북한도 에티오피아의 무의촌 지역에 의사를 파견했다. 이역만리에서 인도적 의료사업을 펼치는 남과 북이 머지않아 민족 내부의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일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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