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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언론의 길 (12)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이 강조하는 기자의 자세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 승인 2020.04.05 19:42

 

마이클 셔츤(Michael Schudson)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 역사를 가르친다. 미국 언론사의 대가로 2018년에는 <왜 아직도 저널리즘은 중요한가?(Why Journalism Still Matters)>라는 책을 출판했다.

▲ 책 <왜 아직도 저널리즘은 중요한가?(Why Journalism Still Matters)> (출처=아마존닷컴)

여기 소개하려는, 컬럼비아대가 강조하는 기자의 자세에 관해 읽었다. 지난달 <윤세영 저널리즘 스쿨>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며 기자교육에 필요한 자료를 여러 방향으로 찾았다. 1990년대 초부터 읽은 셔츤 교수의 글은 항상 실망시키지 않는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의 교육지침을 소개하는 글의 제목은 ‘가짜가 아닌 뉴스의 회복’ (Reclaiming Non-Fake News)이다. 디지털시대, 트럼프 시대에 난무하는 가짜뉴스 현상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권력은 진실을 위협한다: 한나 아렌트

이 글에서 셔츤 교수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경구를 소개한다. 아렌트는 1967년 뉴요커에 실은 에세이 ‘진실과 정치(Truth and Politics)’에서 “권력은 진실을 위협한다(Power threatens truth)”고 주장했다.

2 더하기 2는 4와 같은 개념적 진실(formal truth)은 위협의 대상이 아니다. 아렌트가 걱정하는 대상은 사실적 진실(factual truth)이다. 아렌트는 이 글에서 사실적 진실이 훨씬 더 권력의 압력에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사실적 진실은 사람들이 함께 살고, 행동하며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라서 정치 영역의 텍스트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아렌트는 권력은 어느 나라에서건 절대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실을 정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러한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면서 사실을 담보할 수 있으려면 ‘정치 영역의 밖에 존재하는 관점(view point outside the political realm)’이 필요하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어야 사실을 제대로 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렌트는 이러한 독립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고독한 철학자, 독립적인 과학자, 예술가 등과 함께 전문직으로서의 기자를 꼽았다. 셔츤 교수는 이러한 아렌트의 주장을 바탕으로 저널리즘 스쿨이 추구하는 교육의 중심 가치를 설명한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의 세 가지 원칙

▲ 컬럼비아대 로비에 있는 동판

그가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에서 강의하며 체득한 이 학교 저널리즘 교육의 핵심가치는 세 가지다. 그는 이 세 가지를 기자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고 말한다.

1. 정확하게 써라(Be accurate)

첫째 원칙은 ‘정확하게 써라(Be accurate)’이다. 여기에는 상대주의의 공간이 있을 수 없다. 이름이 스미스면 스미스여야 하고, 지역이 메인스트리트 10번지면 10번지여야 한다. 15번지는 잘못된 사실이라는 뜻이다. 저널리즘 세상에서는 이러한 미세한 사실에 대한 오류는 인정되지 않는다.

2. 너의 선입관을 넘어서서 취재하라(Report against your own assumptions)

두 번째 원칙은 ‘너의 선입관을 넘어서서 취재하라(Report against your own assumptions)’이다. 기자에게는 누구나 성장배경이 있고, 생활하며 만든 세상을 보는 눈, 가치관이 있게 마련이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에서는 기자가 되려면 취재는 항상 선입관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입관이나 기존의 생각에 반하는 방향을 의식적으로 포함해 진행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의 가치관이나 선입관에 대해서 명료하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러한 방향을 경계하며 사실을 추적해 갈 수 있다.

3. 기사가 이끄는 대로 끝까지 따라가라(Follow the story)

세 번째 원칙은 ‘기사가 이끄는 대로 끝까지 따라가라(Follow the story)’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취재 내용이 기자 개인의 이해관계에 해로운 내용일 수도, 담당부장이 싫어하는 방향일 수도, 또는 언론 사주나 회사의 처지가 곤란해지는 내용일 수 있다.

그러나 기자는 그러한 이해관계가 진실을 추적하는 취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전문직 의식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고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은 강조한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은 이러한 원칙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무과목과 윤리교육을 통해 가르친다. 셔츤 교수는 기자가 이러한 원칙을 스스로 내면화한 신념을 가지고 실천할 수 있어야 이해관계나 정파적 지향성을 초월해 진실을 취재하고 보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민주주의는 회의적인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다

셔츤 교수는 민주주의가 회의적인 인식론(skeptical epistemology)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 체제가 가장 좋은 정치체제인 이유는 그 체제가 정치인이나 기업가가 아닌, 일반 시민을 신뢰해서가 아니라 아무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널리즘은 권력자의 권력사용 과정이 정당한가를 따지는 의심, 특권층이 자산을 형성한 방법이 합법적인가에 대한 감시를 중요한 존재 이유로 삼는다. 셔츤 교수는 이러한 이유때문에 저널리즘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 가운데 하나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기자와 언론은 정치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관점을 유지하는 전통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진영적 사고가 취재와 편집에 직접적으로 투영되고 도구적 출세관이 기자와 정치, 기자와 재벌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례가 현재 진행형으로 드러나는 현실이다.
 
14년 전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부터 시작해 새로 확대 개편한 윤세영 저널리즘 스쿨은 이러한 현실을 바닥에서부터 바꿔보려는 시도다. 코로나 사태로 정상적인 교육을 하지 못하지만 학생에게 이러한 가치를 심어주려 노력한다.

▲ 마이클 셔츤(Michael Schudson) 교수 (출처=컬럼비아대 유튜브)

셔츤 교수 말대로 저널리즘은 민주시민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훌륭한 저널리즘은 되풀이할 필요 없이 좋은 기자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저널리즘 스쿨을 통해 전문직의 준비를 잘 갖춘 새로운 기자상이 우리 사회에서 확산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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