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이 원격수업을 한다.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니 YJS도 따라야 한다.

학생들과 얘기를 하면서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계경제가 어려워지고 한국경제가 충격을 받으면 언론사 채용전망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맞는 말이다. 한국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면 언론사가 영향을 받는다. 기업광고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당시에 많은 언론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사정이 좋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한다. 경제흐름과 언론사 채용전망은 학생이 걱정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는 자세가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는 본받을 사례다. 기자가 아니라 취준생, 우드워드의 젊은 시절을 소개하는 이유다.

그는 군대를 제대하고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워싱턴포스트에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했다. 인사담당 간부는 지방지 근무는 물론 인턴 경험도 없으니 곤란하다고 했다.

취재원 명시(attribution)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우드워드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간부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현장근무를 2주 동안 시키며 테스트하겠다고 했다.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간부는 취재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소개받은 지방지에서 우드워드는 좋은 성과를 거둔다. 그의 긍정적 자세가 여기서부터 효과를 발휘한다.

자신을 탈락시킨 워싱턴포스트 간부에게 우드워드는 수시로 연락하며 일할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지방지에서 경험을 쌓으라고 해서 열심히 취재했고 성과가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간부는 시큰둥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일하고 싶은 타사 기자들의 이력서가 책상에 쌓였다. 그중에는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도 포함됐다. 신참인 우드워드가 눈에 올 리 없었다.

우드워드가 여러 번 요청해도 워싱턴포스트 간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요일에 집까지 전화를 걸자 간부는 짜증이 났다. 워싱턴포스트와 우드워드의 인연이 이 일로 시작됐다.

간부의 아내가 사정을 듣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 패기와 끈기가 요즘 젊은 기자들에게 없다고 당신이 평소 말하지 않았냐고. 아내 이야기에 간부가 마음을 돌리면서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된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경찰기자로 근무하면서 일밖에 모른다는 소리를 들었다. 워터게이트 보도는 입사 1년 뒤의 휴일 근무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정해보자. 경험이 없으니 이력서를 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 워싱턴포스트가 자기를 받아들이지 않자 다른 길을 택했으면? 소개받은 지방지에서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간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채용을 요청하지 않았으면? 원하던 곳에 입사하고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워터게이트 보도는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진 대특종이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가 제2, 제3의 우드워드를 꿈꾸며 언론계에 뛰어든다. 취재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기사로 세상을 움직이기를 희망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성실하고,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자세. 대특종의 비결, 합격의 비결이다. 고민이 많은 언시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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