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오브서울이 ‘코로나19 특집’을 연재하는 중이다. 평소에는 기사를 주 1회, 일요일에만 올렸지만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감안해서 매일 제작한다.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 학생들이 적극적이다. 취재를 열심히 하되 안전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는데 2월 29일부터 3월 28일까지 40건을 게재했다.

중증환자의 두려움을 다룬 원고를 보내면서 학생이 이렇게 전했다. 어린이환자의 병명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부모가 부탁했다고. 자녀가 힘들지 모르니 병명을 드러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해한다.

몸과 마음이 힘든 가운데서도 부모가 취재를 도와줘서 고맙고, 이런 말을 학생이 흘려듣지 않아서 대견하다. 기자 지망생이라도 기자처럼 지내라고 강조하는데 좋은 기자의 자질을 확인했다.

취재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일이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기자의 자질과 능력을 따지기 전에 예의이고 상식이다.

기자가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예의와 상식을 지키지 못해서다. 취재 이전에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해서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 기자직업을 모멸적으로 가리키는 표현이 왜 생겼는지를 떠올리면 된다.

윤리와 전문성을 논하기 전에 예의와 상식을 지킨다면 언론과 기자에 대한 신뢰도가 지금보다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어렵거나 대단한 점이 아닌데도 이를 모르거나 외면하는 기자를 보면 답답하다.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이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로 확대, 개편되는 소식을 언론에 알리려고 했다. 이화여대 또는 미디어 비평을 담당하는 기자 몇몇을 초청했다.

간담회 날이었다. 어느 기자는 학교에 가는 중인데 조금 늦는다고 말했다. 약속에 늦는다면 이렇게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는 일이 예의 또는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기자는 3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궁금해서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바쁜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했다. 누구든 바쁜 일이 생겨서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는 무례함이다.

기자가 바쁜 직업이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혼자 바쁘고, 항상 바쁘지는 않다. 기자를 만나는 취재원 역시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고 통화, 문자 메시지, 카톡으로 알리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가.

이화여대 이재경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필자와 공동으로 출간한 ‘기사작성의 기초’에서 ‘기자는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썼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취재원과 그들의 말, 행동에 대해서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기사를 위해 사람을 이용할 수도 있고 기사를 통해 특정한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사랑하고 인격을 존중하는 기자는 기사를 수단으로, 또 취재원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 언론윤리는 역시 취재원을 악의적으로 속이거나 함정에 빠트리지 않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기자 지망생이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켜서 대견하다고 느끼고, 기자가 취재원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무례하다고 느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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