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대선 결과 윤석열 후보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후보와의 득표 차는 역대 대선 최소인 0.73%포인트 차이였다. KBS·MBC·SBS 방송 3사가 대선 당일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8.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6.3%를 보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 58.0%, 윤 후보 33.8%의 지지도를 보이며 반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20대 남성은 윤석열 후보에, 20대 여성은 이재명 후보에 표심이 결집된다는 ‘몰표’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학생 고윤 씨(24·여)는 "이번 선거에서 양측 성별의 40% 가까이가 젠더 프레임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며 "프레임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묻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배상윤 씨(29·남)는 “경제 공약과 후보자의 도덕성을 기준으로 투표했다”며 “젠더별 경향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의 프레임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2030 젠더와 대선 기획’은 단편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넘어 여가부 폐지 문제와 각종 젠더 이슈에 대한 청년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앞서 올라간 1부(2030 젠더와 대선, 청년에게 듣다)와 팩트체크 기사(2030 젠더와 대선, 청년의 소리를 팩트체크하다)에서는 여가부 폐지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각자의 주장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치권과 언론 등이 말하는 이른바 ‘젠더 프레임’이 실존하는 것인지 검증해보고자 한다. 이를테면 성별에 따라 여가부 존폐에 대한 입장은 과연 다른지. 그리고 20대 대선에서 젠더 갈등은 정말 중요한 변수였는지 알아본다.

2030 젠더와 대선, 청년에게 듣다

1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어떻게 생각하나요? 

1-2부: 2030 젠더와 대선, 청년의 소리를 팩트체크하다

2부: 20대 대선 결과에서 젠더 갈등은 정말 중요했나요?

3부: 젠더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3월 18일 오후 12시, <젠더와 대선> 취재팀은 시민의 소리 패널단 단톡방에 설문조사를 올렸다. 취재팀이 설문조사를 계획한 이유는 패널들이 서로의 주장(여성가족부 관련 공약,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에 대한 답변)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설문조사 문항을 모두 패널단 발언으로 구성했다. 이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Civic Assembly’ 프로젝트가 시민 간 의사소통을 활성화해 지역사회 문제와 대안을 논의하고자 사용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에게 “지역사회가 더 살기 좋고 일하기 좋은 곳이 되려면 무엇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란 느슨한 질문을 던진다. 이에 주민들이 “더 나은 대중 교통이 필요합니다” 등 목소리를 내면 참여자들은 이 의견에 동의 여부를 표시한다. 즉 참가자의 주장이 설문 문항이 되는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젠더와 대선> 취재팀은 패널단 발언으로 설문조사 문항을 만들기 위해 1차 질문(여성가족부 관련 공약,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에 답한 13명의 카톡 발언을 전수 분석했다. 그중 패널단이 반복적으로 말한 문장이나 핵심 주장 등을 골라 총 25개 설문 문항을 만들었다.

이번 설문조사는 3월 21일 오후 12시까지 72시간 동안 진행됐다. 조사 결과 시민의 소리 오픈채팅방에 있는 80명의 패널 중 41명(51.25%)이 설문조사에 응했다. 응답자 중 20대 남성이 20명(48.8%)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여성이 15명(36.6%), 30대 남성은 6명(14.6%)이었다.

성별 및 연령대와 더불어 취재팀은 설문조사에 이번 대선 어떤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물었다. 그 결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가 41명 중 20명(48.8%)으로 가장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12명(29.3%)이었으며,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표를 준 응답자는 4명(9.8%)이었다. 설문지에 포함했던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없었으며, 기타 3명(7.3%),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는 2명(4.9%)이었다.

20대 대선, 젠더에 따라 표심 갈려

설문조사 결과 시민의 소리 패널단들은 지난 20대 대선에서 현격한 성별 격차를 보여주었다. 남성과 여성의 표심이 확연히 갈린 것이다.

20대 남성 전체 응답자 20명 중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14명(70%)이었으며,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이는 2명(10%)에 불과했다. 반면 20대 여성 전체 응답자 15명 중 10명(66.6%)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으며,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3명(20%)이었다.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패널이 2명(13.3%)으로 그 뒤를 이었다. 

30대 남성의 경우에는 전체 응답자 6명 중 3명(50%)이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한 응답자는 없었다. 2030 남성을 함께 놓고 보면 전체 응답자 26명 중 17명(65.4%)가 윤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후보에게는 2명(7.7%)만이 표를 줬다.

그렇다면 시민의 소리 패널단들의 여가부 폐지와 관련된 의견은 어땠을까?

남성 또는 윤석열 후보 지지자라고 여가부 폐지에 단순히 동의하지 않아

응답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여가부 문제가 이슈였다는 점에 대체로 공감했다. ‘여가부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과 공약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발언에 동의한 비율은 92.7%에 달했다. 다만 여가부 폐지에는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여가부 폐지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공약이다.’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61%였다. 반면 ‘여가부 폐지보다는 개편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에 63.4%가 찬성했다.

‘여가부 폐지는 젠더 갈등을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68.3%가 찬성했으며, ‘윤석열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20대 남성 지지기반을 얻기 위한 갈라치기’라는 입장에는 58.5%가 동의했다. 

▲ 설문 1
▲ 설문 1

성별에 따른 분석 결과 20대 여성 100%가 여가부 폐지에 반대했다. 반면 남성들은 여가부 폐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20대 남성 중 여가부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힌 응답자는 13명(65%)였으나, 나머지 7명(35%)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가부 폐지보다는 개편에 동의한 20대 남성 응답자 또한 8명(40%)에 달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여가부 폐지에 반드시 동의하는 것도 아니었다. 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한 패널 20명은 여가부 폐지 문제를 놓고 찬성 11명(55%), 반대 9명(45%)로 팽팽하게 맞섰다. 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여가부 폐지보다 개편을 지지한 이들도 9명(35%)이었다.

▲ 설문 2
▲ 설문 2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가부 필요성 있어

시민의 소리 패널단은 현재의 여가부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여가부가 불필요한 사안에도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의견에는 61%가 찬성했으며, 특히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각종 검열이 과도하다’는 주장에는 68.3%가 찬성했다. ‘여가부 업무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기존 규제기구 업무와 겹친다’는 발언에도 61%가 동의했다. ‘여성 시민단체들의 카르텔(기득권 구조)은 존재한다’는 주장에 찬성한 응답자는 73.2%에 달했다. ‘성인지감수성이 사법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에는 절반이 넘는 51.2%가 찬성하기도 했다.

▲ 설문 3
▲ 설문 3

그럼에도 패널단은 여가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발언들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여가부 고유의 업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은 응답자는 73.2%에 달했다. ‘여가부의 주요 업무는 검열과 규제’라는 문항에는 78%가 반대했으며, ‘여가부는 몇몇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만든 기구’라는 주장에도 58.5%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여가부는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아동,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는 주장에는 70.7%가 찬성했다.

▲ 설문 4
▲ 설문 4

시민의 소리 패널들은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서는 여가부가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한국사회에서 성평등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입장에 동의한 응답자는 78%를 기록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승진하는 것은 남성에 비해 어렵다’는 주장에는 73.2%가 공감을 표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문항에는 53.7%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사회에는 성관련 범죄에 대한 과도한 피해의식이 만연하다’는 주장에는 56.1%가 반대했다.

▲ 설문 5
▲ 설문 5

20대 대선, 젠더는 중요 변수였지만 과대 대표 돼

지난 3월 9일 대선 결과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역대 대선 최소 득표 차인 0.73%p로 이재명 후보를 앞섰다. 언론은 초접전 대선의 원인 중 하나로 2030의 젠더 갈등을 꼽았다. 캐스팅보트인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윤석열 후보는 남성을, 이재명 후보는 여성을 공략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취재팀은 젠더 요인이 지난 20대 대선, 그리고 여가부 존폐를 둘러싼 입장에서 과연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는지 검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1부에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고, 2부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더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설문조사 결과는 이번 대선에서 젠더가 분명 주요한 변수였음을 보여줬다. 성별에 따라 정치 성향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패널단의 92.7%는 여가부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과 공약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둘러싼 젠더 갈등이 실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그러나 젠더 정치는 과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 설문조사 결과 남성이거나 윤석열 후보 지지자라고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여가부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해당 부처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성별에 따라 의견이 단일화되지 않았다. 청년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대선 기간,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조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청년세대를 성별에 따라 분류하는 ‘젠더 갈라치기’가 선거 전략으로 부상했고 언론은 이를 충실히 전달했다. 정치권과 언론이 사안의 본질을 외면하고 성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갈등 프레임을 해소하기 위해, 이어지는 3부에서는 공존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공존의 전제는 상대방의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다. 이를 위해 취재팀은 젠더 갈등의 당사자인 청년들이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젠더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고 해결책 또한 모색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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