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국제화 시대입니다. ○○ English Camp는 점점 더 발전하는 국제화 시대에 부응할 수 있고 세계 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역으로 양성하고자 합니다."
최근 2∼3년 사이 급속도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영어캠프가 늘어났다. 올 겨울 방학에만 약 15개의 영어캠프가 열렸다. 캠프 참가학생은 level test를 받아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반에 배치된다. 영어 캠프의 비용은 보통 2주에 100∼150만원 정도로 해외 연수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결코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이 돈을 지불하고 캠프에 참여하면 정말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한국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너무 재미있었어요" ≠ "참 유익했어요"

영어캠프는 보통 1∼2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수업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프로그램이 낯설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 기존 영어학원의 프로그램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같이 단순한 프로그램에 치중하다보면 자칫 놀이로만 받아들여져 교육적 효과를 못 얻게 될 수도 있다.

캠프에는 수업 외에도 신문 만들기, 장기 자랑, 캠프파이어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학생들이 캠프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6학년 때 모 캠프에 참여했던 정혜윤(15)양은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는 있었지만 영어공부에 도움은 되지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캠프에서 돌아와 인터넷 게시판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너무 재미있었어요"란 글이 "참 유익했어요"라는 뜻은 아닌 셈이다.

영어캠프에서도 우리말을 쓴다?

캠프에서는 24시간 영어만 써야한다. 일상적인 영어회화를 익히기 위해서다. 실제 캠프에서 영어만을 쓰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고 한다. "당연히 친구들과는 한국말로 얘기했죠" 지난 해 대우증권 플래티넘 영어캠프에 참여했던 박우재(19, 영등포고)군의 말이다. 캠프 규칙에는 우리말을 사용하다 발각되었을 경우의 벌칙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규제하는 스텝들의 태도는 관대하다. 캠프 중 우리말을 하는 것은 보조강사들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영어캠프에 보조강사로 참여했던 김영혜(21, 이화여대 사회과학부)씨는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외국인 강사의 지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한국어를 사용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캠프에서는 하루종일 영어만 씁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주최측뿐이고 실제 캠프에 참여하는 사람은 누구나 우리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소한 그러나 중요한 문제

캠프에서 국제공인 영어 자격증(TESOL)을 가진 외국인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몇몇의 캠프에서는 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Teacher로, 자격이 있는 외국인은 Professor로 부르며 이들 모두에게 수업을 맡긴다. 한국에 잠시 들렀다 캠프에 참여하게 된 외국인들은 아이를 가르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수업이 깊이 있게 진행될 리 없다. 자격증의 유무가 초래하는 문제는 단순한 수업의 질 저하만이 아니다. 그들은 캠프 참가에 정식 비자를 발급 받지 못한다. 최악의 경우, 캠프 중간에 비자 만료로 한국을 떠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캠프 운영상 발생하는 행정적 문제들도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린다. JSL 영어캠프에 보조강사로 참여했던 이경희(23, 동덕여대 보건관리학과)씨는 "교실 배치, 기숙사 배치 등 아주 사소한 곳에서 행정적 문제가 발생해서 프로그램 진행을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문제는 신생캠프에서 두드러 진다.

영어캠프, 비판은 없다.

A 위성 방송사가 주최하는 영어캠프의 인터넷 게시판은 한동안 떠들썩했다. 최고급 영어캠프라며 2주에 197만원을 제시했던 주최측이 갑자기 147만원으로 가격을 내렸기 때문이다. 운영자는 그 이유가 모 기업의 후원 덕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1인당 50만원이상의 부당 이득을 보게 가격 책정을 했었는데 캠프 모집이 잘 되지 않자 그런 것이 아니냐'며 항의했다. 이 논쟁은 웹사이트에서 그치고 말았지만 그나마 영어캠프에 관한 불만을 찾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이 곳뿐이다.

"함께 참여했던 보조강사들이 영어 캠프의 문제점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지만 바로 삭제되고 말았어요" 국내 유력 신문사가 후원하는 영어캠프에 보조강사로 참여했던 염동주(21, 농협대)씨의 말이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영어 캠프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인터넷 게시판을 만들어 놓지 않은 사이트도 있다. 웹사이트에 들리는 많은 방문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행위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영어캠프에 관한 부정적 보도는 찾을 수 없다. 보도되는 것들은 대부분 새로운 영어캠프 일정에 관한 소개다. 많은 신문사와 방송사가 영어캠프를 주최하거나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 그 소개가 길어져 자세한 설명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캠프의 효과는 과장되고 문제점은 유의사항으로 바뀌어 버린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영어캠프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여건의 사람들에게 단기간에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국내 영어캠프는 매력적이다. 이미 우리에게 영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당 이득을 챙기는 영어 캠프'가 아닌 '제 값을 하는 영어 캠프'가 되길 바란다.

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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