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날. 이화여대 학생 문화관 로비에 850여 권의 아동 도서들이 중국 연변 지역 소학교로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이화 국제 봉사단 학생들이 모은 이 책들은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일부에서는 요즘 대학생들이 합리성과 개인주의가 지나쳐 자기만 안다고 걱정한다. 대학이 직업 양성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오해와 편견 뒤 대학가 한편에서는 아직도 나누는 손길이 바쁘다.

학교는 봉사활동의 연결 고리

각 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사회봉사 교과목 개설, 사회봉사센터 운영, 봉사 장학금 제도 등을 통해 학생들이 봉사 활동에 참여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경희대 '대학 생활과 사회 봉사'를 비롯해 한양대, 이화여대 등 많은 대학에서 사회봉사 관련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학교 이론 수업과 함께 외부 복지기관 등에 나가 일정 시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시간과 육체적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는 과목이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의외로 높다. 한양대의 경우 한 학기 평균 15~600여명의 학생이 몰리고 있다. 이 대학 한 관계자는 "사회봉사활동 참여는 학생의 기본 인성을 증명해 주므로 취업 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사회봉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사회봉사 프로그램 개발, 봉사 현장 알선, 봉사 동아리 지원 및 관리, 교내·외 자원 봉사 대회나 축제 개최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봉사활동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아주대 사회봉사센터는 지난해 11월 '제 5회 사회 봉사 축제'를 열었다. 행사를 주관하는 아주대 사회봉사단 학생들은 매년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는 '사랑 나눔 헌혈 운동'을 벌였다. 여기서 모은 300여 장의 헌혈증은 1월 중 아주대 소아과 병동 소아암 환자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숙명여대 사회봉사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초에 걸쳐 진행한 '숙명 사랑 듬뿍 바자회'에서 벌어들인 수익금 1천여 만원을 용산구 독거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또 한양대 사회봉사단은 3년째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봉사 장학금 제도 역시 대학생들의 봉사활동 활성화의 한 방안이다. 성균관대는 '성균가족상'이란 봉사상을 제정해 개인 또는 동아리를 대상으로 1년에 한번 최고 300만원까지 시상하고 있다.

뜻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에 피할 수 없는 벽이 있다. 경제적 문제가 그것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그들에게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봉사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뜻 있는 곳에 길이 있기 마련이다. 

한 동안 상명대 꾸러기방 12기 회장 오현아(국제통상학과. 4학년)씨의 지갑은 나날이 얇아졌다. 같이 활동하고 있는 40여 명의 동아리 회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양천구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이들의 방가 후 공부를 돕고 있는 이들은 아이들의 교재비, 특별 활동 재료비, 소풍 비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대학생 봉사 활동비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이하 대사협)는 삼성사회봉사단과 공동으로 1997년부터 1년에 한번 대학생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공모하고 있다. 각 대학 봉사 동아리는 소속 학교에 자신들의 활동 내용과 계획 보고서를 제출, 학교장의 추천을 받는다. 추천 받은 팀은 프로그램의 참신성과 지속성, 사회현실문제 참여도 등을 기준으로 대사협의 최종 심사를 거친다. 이 후 각 팀은 심사 등급별로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00원까지 지원 받게 된다. 2001년에는 전국 86개 대학의 185개 봉사 동아리를 대상으로 총 1억 5천 만원 정도의 지원비가 교부됐다.

꾸러기방은 '지역사회 공부방 활동 SOS 어린이 마을'이란 이름으로 공모해 100만원을 받았다. 아이들에게 더 잘해 주지 못해 늘 아쉬웠다는 오현아씨는 "지원금을 받아 경제적 고민을 덜 수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더 많이 해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대사협은 올 4~5월쯤 다시 전국 대학 봉사 동아리들의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나눌수록 넓어지는 세계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경과 인종, 이념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학교와 단체에서 파견되어 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비와 안전상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대학생 민희웅(고려대 지리교육과. 3학년)씨는 작년 2월 휴학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어학 연수를 위해서가 아니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 4기로 파견돼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세계청년봉사단(KOPION)은 중앙일보와 공동으로 1999년부터 매년 두 차례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 NGO 단체에 대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해외봉사단체다. 파견된 학생들은 현지 지역 사회 개발, 교육, 장애인 훈련, 조사 연구 프로젝트 등에 참여한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올 1월에 귀국한 민희웅씨는 New Mexico주의 노숙자 쉼터 'St. Elizabeth Shelter for the Homeless'에서 추운 겨울에 담요 한 장으로 거리에서 밤을 지새는 노숙자들을 보며 그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선진국의 체계화된 사회복지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봉사활동이 비단 남을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KOPION 5기가 현지에서 활동 중이며 6기는 올해 1월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사회 단체 외에 대학교 자체에서도 해외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특히 겨울 방학을 맞아 대학가 해외 봉사활동은 붐을 이루고 있다.

강남대 국제장애아동자원봉사단은 지난 1월 5일부터 21일까지 네팔을 방문했다. 파견된 특수교육학과 학생 33명은 특수교육 전문가 연수를 비롯해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전통 문화를 전수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등 노력 봉사활동을 했다. 이 봉사단은 파라다이스 복지재단과 함께 3년째 케냐와 네팔 등 후진국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동행한 강남대 국제 봉사단장 강창욱 교수(교육학)는 "인간적인 세계화가 위해서는 선진국 뿐 아니라 제 3세계도 나가야 한다"며 "해외 봉사활동은 학생들이 동시대의 전혀 다른 환경을 접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이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국제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외 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작년 베트남에 이어 올해는 인도 캘커다 일대에서 1월 25일부터 2월 6일까지 봉사활동을 펼친다. 20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마더 테레사 수녀원 '인종의 집' 호스피스 간호와 고아원 교육 봉사 등을 할 예정이다. 학교측은 일인당 소요되는 비용 130만원 중 100만원을 봉사 장학금 형태로 지원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발된 윤현수(경제통상학부. 4학년)씨는 "학생들 사이에 호응이 좋다"며 이런 기회가 더 많은 학생들에게 주어지길 희망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溫-Line 세상

사이버 세상 On-Line에 따뜻한 전류가 흐르고 있다. 국내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대학생들의 봉사 모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해 활동을 계속하며 새로운 회원들을 충원하는 모임이 가장 많다. 한편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나 봉사 활동을 추진하기도 한다.

대학생 조명준(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3학년)씨는 일요일이 더 분주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DAUM 카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료 봉사자 모임> 회원들과 서울, 부천, 수원 등지에서 의료 봉사를 하기 때문이다. 2000년 8월에 문을 연 이 카페의 회원 수는 900여 명에 달하지만, 실제 50여 명만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전문의와 간호사, 약사 등을 제외한 30명 이상이 대학생들이다. 의료 쪽 전공자 외 일반 계열 학생들도 참여해 접수와 안내, 간단한 치료 등을 돕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에 미숙한 환자들을 위해 제 3세계 언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통역을 맡기도 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사람들이 하나의 뜻을 가지고 서로의 따스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 아닐까요?" 시공간을 뛰어 넘어 따뜻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溫-Line 세상 만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서 달라이 라마는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혀 외롭지 않다"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매순간 모든 인간 존재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대학생들도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달라이 라마가 느끼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나누는 손이 곧 거두는 손'이라는 소박한 진리를 떠올려 본다.

 

정순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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