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박성은(23)씨는 "최신 휴대폰 먼저 받고, 결제는 포인트로!"라는 신용카드 광고를 보고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 단말기 기능에 이상이 생겨 새로 구입하고 싶어서다. 휴대폰 구입비 30~50만원이 부담스러워 고민하는 그에게 대리점 측은 휴대폰 가격 중 15만원을 포인트폰 서비스로 대신하라고 권했다.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하죠. 그런데 정보도 부족하고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관뒀습니다."

최근 신용카드사들이 이동통신사와 제휴해 각종 모바일 카드를 내놓았다. SK텔레콤이 삼성, 외환 등 5개 카드사와 내놓은 모네타 카드, KTF와 국민, BC카드사의 KTF 멤버스카드, LG텔레콤과 LG카드의 M플러스 카드가 그것이다. 이들은 휴대폰 단말기 값 일부를 포인트로 대체하는 이른바 '포인트폰 서비스'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과장된 광고와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다. 특히 가입자 수가 40만 명으로 가장 많은 모네타 카드를 중심으로 소비자 항의가 급증하고 있다.

15만원 아끼려고 카드로 1500만원어치 써요?

"모네타를 만나면 최신 휴대폰 구입시 최고 15만원까지 부담이 내려갑니다."
신용카드사들은 폰포인트 서비스를 두고 마치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광고한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포인트로 대체해야 하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보통 제휴카드를 쓸 때마다 적립되는 포인트가 1000원당 9점이므로 15만원을 할인 받았다면 매월 최소 46만원씩 3년간 해당카드로 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3년간 적어도 1656만원을 사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일부 대학생들이 카드 가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신형 단말기를 구입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만20세 이상이라는 자격에 어긋나 부모님 명의로 카드 가입을 한 천재민(가명·19)씨는 "새로운 단말기가 생겨서 좋긴하지만 나머지 금액은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포인트를 채우기 위해서 집안에서 사용하는 모든 금액을 이 카드로 결제할 계획이지만 3년 동안 갚아야 하는 요금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강변 테크노마트에서 이동통신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재학(가명)씨는 이러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대학생들, 심지어는 고등학생들까지 찾아와서 부모님 명의로 카드를 만들어갑니다. 3년 후면 그 빚을 갚으려고 난리도 아니겠죠." 그는 가입하겠다는 고객들을 말릴 수 없어 상품을 판매하지만 미성년자들을 상대할 때면 찝찝하다고 덧붙였다.  

'할인'제도에 적용된 '할부'이자

포인트폰 서비스는 결국 포인트를 이용한 새로운 형식의 '할부구입'일 뿐이다. 포인트 적립으로 계약한 요금을 다 채우기 전까지 매월 할부이자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가입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직장인 성지영(가명)씨는 지난 11월 외환 모네타카드를 만들었다. 포인트만으로 15만원을 대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카드의 고지서에는 1300원의 할부이자가 포함돼 있었다. 이는 가입당시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던 사항이다. "대리점에서도 모른다는 약관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나요? 이건 모네타 카드와 SK 텔레콤의 공동 사기 행각입니다. 대리점이야 회사에서 내려온 안내서를 이용해 핸드폰만 파는 것 아닙니까?" 그는 SK텔레콤 측에 시정요구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결국 카드사용을 포기하고 전가족이 가입한 휴대폰을 모두 해지했다.

실제로 대리점에서 나눠주는 안내문에는 이같은 사항이 기재되어있지 않다. 오직 계약서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이 점에 대해 "할부이자는 변동사항이 있을 수 있는 사항이므로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기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비자가 안내문에서 정보를 얻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입자들의 주장이다.

모네타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노기남(26)씨도 대리점으로부터 습득한 정보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한달에 50만원정도 금액을 3년동안 써야 갚을 수 있다는 점, 1포인트가 1원이라는 개념, 빌린 돈이기 때문에 이자가 붙는다는 것, 연회비가 있다는 얘기를 가입한 대리점에서는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은 단말기 구입할 때 무조건 15만원 할인되는 줄 알고 있어요.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필수적인 설명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라며 가입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준비없는 제도는 상술일 뿐

지난 11월 초 모네타 카드로 휴대폰을 구입한 신청한 유진수(가명)씨는 두 달이 지나도 카드를 받지 못했다. 목돈을 사용할 일이 있어 일부러 카드를 신청한 그는 급한 마음에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명확한 대답은커녕 "모든 회선이 통화 중이니 다시 전화하라"는 안내방송을 듣는데 그쳤다. 결국 그는 포인트 폰 프로그램으로 구입했던 휴대폰비 15만원을 갚고 카드 사용을 중지했다. "아직까지 카드가 오지 않으니, 어느 세월에 적립을 끝내겠습니까? 그 사이 할부이자만 내야할 것 같아서 그냥 갚아버렸어요."

한국소비자단체 협의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재준씨도 광고를 통해 알려진 기능들이 실제로는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모든 카드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했지만 TTL 카드는 따로 사용해야 하고 교통카드는 사용개시가 안 된 상황이다. 그는 "항의하고 싶어도 삼성에서는 SK에 알아보라고 하고 SK에서는 삼성에서 자료가 안왔다고 발뺌합니다. 우롱당한 기분이에요"라며 불쾌해 했다.

국내 유수의 이동통신사와 금융업계는 모바일 카드에 장착된 IC 회로칩을 개발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 IC 칩은 모바일 카드의 본래 목적인 휴대폰 현금결제에 가장 핵심적인 장치다. 그러나 현재의 모바일 카드는 단말기 판매와 신용카드 발급을 위한 상술로만 이용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현금결제를 할 수 있는 데 큰 기대를 걸었던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넘어선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관련업체는 모바일 카드의 기능 중 일부에 불과한 포인트 적립제에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한 지불·결제 기능을 강화하는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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