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원 편집장

바람이 몹시 불던 늦가을로 기억합니다. 1학년이었던 저는 당시 편집장을 따라 한 대학웹진 창간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세미나 전 잠시 웹진의 편집실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참을 없었습니다. 컴퓨터 실습실 옆에 붙어있는 작은 복사실을 편집실로 사용하고 있더군요. 오래된 컴퓨터로 어떻게 웹진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제대로 된 컴퓨터는 오늘따라 고장났는지 사람 속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디스켓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 틈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30분이 지나 겨우 시작된 세미나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인터넷과 대학언론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세미나였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후 발제자 중 한 사람이 편집장 선배에게 DEW에 대해 물어보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dew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그때 선배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정체성'이라는 말을, 1년이 훨씬 지난 지금 곱씹어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이 웹진이 오프라인으로 진출, 각종 문화예술 장르에 대한 비평과 창작을 목표로 하는 단체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대학생이 아닌 대학원생까지 범위를 넓혀 '대학 웹진'의 범위를 넘어보겠다고 합니다. 수익구조를 확대하겠다, 오프라인잡지로 그 영역을 넓히겠다는 그들의 호언장담에 갑자기 DEW의 요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DEW는 뭘 하고 있나, 대학 최초의 웹진으로 인터넷에 뛰어든 지난 2년 7개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생각들이지요. 

하나의 매체로서 독자의 시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한 지인(知人)은 저에게 "한 달에 한번 업데이트해서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기사의 질은 높이면서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저런 방법을 궁리해보았습니다. 기존에 있던 코너를 폐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창간 초기부터 지금까지 쌓아온 DEW의 기본틀은 감히 건들 수 없는 성역이었습니다.

이런 기분은 기자로서 그저 취재 열심히 해서 기사만 쓰던 지난해에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젠 누가 DEW를 읽는지, DEW에서 얻어가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잘쓴 내 기사 하나보다 보이지 않는 DEW 독자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에게 읽히지 않은 웹진은 매체가 아닙니다. DEW는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기존 언론이 가질 수 없는 젊고 때묻지 않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겠다는, DEW의 정신은 변하지 않습니다.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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