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21」은 '장애인 정보화 운동'(이하 장/정)이라는 모임이 운영하는 장애인을 위한 종합 정보 사이트이다. (www. reform21. net) 2000년 1월 25일 문을 연 「장정21」은 올해 2월 12일 이후 총 방문자 12800여명, 하루 방문객 수는 6월 현재 100~130명 사이를 보이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 현재 9~10개의 검색엔진에 등록되어 있는 상태이다.

「장정21」을 이끌고 있는 운영진은 현재 10명 정도로 특수학교 교사 한 분과 장애인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지체장애인을 제외하고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장정21」의 운영은 전적으로 운영진들의 힘으로 꾸려가고 있고 외부의 지원도 받고 있지 않다. 사이트의 기술적이고 전반적인 관리는 대표 운영자 김성필씨(서울대 항공우주학과 박사 과정 5년차)가 특별한 사무실없이 한 달에 2만원하는 웹호스팅 비용만으로 사이트 운영을 하고 있다. 장/정이 출발한 초기에 운영진 대부분은 장애인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고, 홈페이지 제작에 대해서도 그다지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지 못한 실정이었다. 「장정21」을 비롯하여 장/정은 운영진들 모두 거의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하나 하나 배워 가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장정21」은 크게 <새로운 뉴스>, <정보 한마당>, <단어로 찾기>, <주제별로 찾기>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뉴스>난은 각종 신문의 장애인 관련 기사 스크랩으로서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으나 상품 광고, 장애인과 관련 없는 내용은 삭제될 수 있다. 「장정21」이 제공하는 주 서비스는 <주제별로 찾기>코너이다. 이것은 현재 인터넷에 존재하는 장애인 관련 사이트들을 각 장애영역별로 분류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상에 총 400여개의 장애인 관련 사이트가 존재하는데 이 중 300여 개가 등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장정21」이 살아 있는 사이트라는 것을 보여 주는 곳은 <자유 게시판>이다. 이 곳은 서로가 가진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다. 예를 들어, [장애인 용품 전문쇼핑몰 소개], [장애인 무료 컴퓨터 그래픽 강좌]와 같이 장애인에게 친절한 업소 소개, 편의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문화 시설 추천, 직업 소개, 특별 행사 안내 등의 정보들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장정21」이 쌍방향 커뮤니티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조언을 구해 오면 그에 대한 정보를 정성껏 가르쳐 주는 답변을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장애를 입은 아버지를 둔 딸이 장애인 등록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를 의뢰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대해 '답] 우선 국립재활원에 상담해 보세요'란 제목의 글이 관계된 법적 절차와 국립재활원 홈페이지 주소, 전화번호, 팩스 번호, 주소 등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장정21」곳곳에 숨어 있는 장애인의 정보기기 접근성에 대한 배려

「장정21」 사이트는 어떻게 보면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로 단순하고 깔끔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그 흔한 광고와 배너 하나 없다. 「장정21」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장/정이라는 "장애인의 정보화 사회에 대한 접근성"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그러한 취지의 하나로 운영하는 사이트이다. 그렇다면 「장정21」은 장애인의 정보 기기 접근성에 대해 배려를 하고 있을까? 사이트의 접근성은 특히 시각 장애인들에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초점을 시각 장애인에 맞추어 살펴보겠다. 

「장정21」은 게시판에서 자바스크립트를 사용하지 않고 또 불필요한 정보들도 표시하지 않아 깔끔하고 단순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시각 장애인들은 전체 문서의 구조를 쭉 한 번 소리를 듣고 나서 파악하기 때문에 중요한 정보를 앞에 놓고 불필요한 정보는 없애는 게 좋다는 것이 사이트 운영자의  말이다. 그리고 문서의 처음과 끝을 표시하여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장정21」의 첫 화면에 나오는 <새로운 뉴스> 코너 부분에 각각의 제목 앞에 '옆으로 누운 녹색 삼각형 아이콘'이 있다. 이 위에 마우스를 가져가 보자. 1,2,3,4…이런 식으로 숫자가 쭉 나온다. 다른 곳에 있는 아이콘에 마우스를 가져가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은 줄 쳐진 칸이 바뀌면 다른 뉴스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시각 장애인들은 파악이 어렵게 때문에 이런 식으로 1,2,3,4…를 붙여 주어 문장의 시작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장정21」에 나오는 모든 그림은 장식용뿐만 아니라 문장의 시작과 끝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포탈 사이트와는 달리 「장정21」에는 항목들을 가로로 배열하지 않고 세로로 배열해 놓았다. 이것도 역시 시각 장애인들을 고려해서 배열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지체 장애
   개인, 교육기관, 기관/단체....

이런 식으로 배열하지 않고,

   지체 장애
   개인
   교육기관
   기관/단체

와 같이 배열한 것도 시각 장애인들이 항목들을 서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어권의 시각 장애인들은 일반 장애인들과 똑같이 'Internet Explorer'나 'Netscape Navigator'를 사용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대신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Lynx(http://lynx.browser.org/)라는 웹브라우저이다. Lynx는 도스용 프로그램으로 텍스트만 지원하기 때문에 그래픽으로 디자인된 홈페이지를 Lynx로 보면 원래 디자인 의도와는 전혀 다른 구조로 화면에 보인다. 그래서 「장정21」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디자인하고 있다.

장/정의 또 다른 숨은 꿈

「장정21」의 <시각 장애인 바로 알기>를 운영하는 한상윤(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석사 졸업)씨는 시각 장애인이다. 그는 읽고 싶은 책을 스캐너로 스캔해서 문자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텍스트 문자로 저장한 다음, 음성 출력 프로그램으로 그 내용을 듣는다. 그리고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기도 한다. 장애인 정보화는 장애인들에게도 동일한 출발선을 제공해 주자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정보화사회에서 소외받지 않고 동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잡는데 있어 정보기기에 대한 장애인들의 접근성 확보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를 위한 관련 정책의 입안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목표를 <장정21소개>에서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활동내용이나 가시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장/정이 계획하고 있는 일은 '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방송국 운영'이다."장애인 인터넷 방송국은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지금 당장 방송국을 만들어도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지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 테니까요. 사실 인터넷 방송국은 저희의 계획을 보고 관심있는 사람들이 먼저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장/정-그 존재의 이유

개인의 이익이나 명예를 위한 것도 아닌 일에 오직 시대의 흐름에 따른 사명감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는 김성필씨는 「장정21」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특히 모임과 회의에 열심인 사람은 드물지 않지만 그 다음에 열심히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사실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열심히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답했다. 

「장정21」에 들어가면 즐겁다는 그의 이야기 속에서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 속에 소외받고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랑이 계속되어 「장정21」의 발전이 계속되길 바란다.

정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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