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백만의 유대인들은 나치에 의해 학살당하기도 하고, 산 채로 의학 생체 실험용으로 끌려가기도 했다. 하나밖에 없는 어린 딸이 의학 생체 실험용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며 어머니는 딸에게 '샬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따로따로 가스실로 끌려가는 남편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샬롬! (하나님의 축복과 보호가 항상 당신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강남역에서 3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로 150m쯤 들어간 곳의 임시건물. "문이 도대체 어디야?" 추운 날씨에 오돌오돌 떨면서 겨우 찾아 왔는데 문은 커녕 이스라엘 문화원이라는 간판조차 찾을 수가 없다. '설마 여기 있을라고'하고 돌아간 곳에 놀랍게도 보이는 문화원의 간판. 그 옆으로 3층으로 이어지는 좁은 철제 층계를 다 올라가니 일반 가정 집 같이 동그란 창이 있는 회색 철문이 있었다. 조용히 현관문을 열자 정면에 영어와 히브리어로 '샬롬'이라고 쓰여있는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문화원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눈에 띠지 않았고 고요하게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자기집처럼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곳

이스라엘 문화원은 문화원이라기보다는 가정 집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누구 집에 초대를 받아서 들어가는 기분으로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쪽에는 세미나를 할 때 사용되는 기다란 사무용 책상이 놓여져 있었고 한 쪽에는 양털을 따뜻하게 얹어놓은 소파도 보였다. 특히 특이했던 것은 문화원 한 쪽에 몰려 있는 주방과 방 2개였다. 싱크대에서 가스렌지까지. 누가 당장 들어와서 살아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2개의 방 중 하나는 거실에 있는 것과 같은 기다란 책상이 의자와 함께 놓여져 있었고 한쪽 벽에는 화이트 보드도 보였다. 다른 하나의 방은 특별한 가구 없이 거의 비어있는 상태였다. 이 모든 시설은 이스라엘 문화원이 배낭여행이라던가 다른 목적으로 우리 나라에 들른 유대인들이 자기 집처럼 편안히 쉬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는 문화원장의 설명이 있었다.

문화원의 시설 중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도서관이었다. 한쪽 벽면에 서가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곳에는 듬성듬성 책이 꽂혀있었다. 책은 철학, 종교, 언어, 응용과학, 순수과학, 예술, 문학, 지리 그리고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것들이 천 권 정도 꽂혀 있었는데, 도서관은 앞으로 만 권 정도의 이스라엘 관련 소장 자료를 보유한 전문 도서관으로 운영되어질 것이라고 한다. 또한 도서출판 <살렘>이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 전문서적을 출판하겠다는 포부도 있었다.

아직은 단장 중인 이스라엘 문화원

이스라엘 문화원은 1999년 4월에 문을 열고, 한국과 이스라엘간의 문화 협정이 체결된 1999년 12월 13일에 현판식을 했지만 아직 정식 개원을 하지는 않았다. 정식 개원은 문화원이 이스라엘 관련 자료들을 다 구비해 놓을 2000년 5월경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금의 문화원 건물과 옆 정비소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10층 짜리 건물이 들어서서 한 층이 문화원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문화원은 이스라엘과 한국 교회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감당하는 것 외에 성경의 심도 있는 이해와 성경의 배경인 이스라엘과 유대학에 대한 학문연구 및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설립되었다. 다른 문화원들이 해당 국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되는 반면 이스라엘 문화원은 개인 사재를 출자해 만들어졌다. 김희우 이스라엘 문화원장과 한이친선협회(KIFA)부회장이자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류태영 박사가 친분을 쌓게 되면서 이스라엘 문화원의 설립이 구체화가 된 것이다.

아직은 문화원이 준비중인 단계이기 때문에 월요일과 토요일에 이루어지고 있는 히브리어 강좌 외에는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없다. 하지만 개원식 때는 이스라엘의 유명한 랍비를 초청해 강좌를 듣거나 전시회나 음악회 같은 학술, 문화 사업을 열 계획에 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겨라(시편 55:22)'

하나님은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이 있거든 하나님께 다 맡기고 부담을 덜라고 하셨다. 이러하듯 심신이 지쳐 있을 때 아무런 부담 없이 찾아와 잠시 몸을 기대고 갈 수 잇는 곳이 필요하거든 이스라엘 문화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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