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주는 묘한 호기심에 책을 들게 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amazon. com 베스트셀러 비즈니스 부문 15주간 1위, 종합 2위. 국내 인터넷 서점 판매 1위.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이 책을 두 번 이상 읽었다.

하드커버 아랫부분을 앞뒤로 두른 은빛 종이띠에 쓰여진 이러한 글귀들이 7천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값을 선뜻 지불하게 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공한 사람들이 이 책을 두 번이상 읽었다는데, 인생에서 일어나게 될 변화에 대응하는 확실한 방법을 제시한 책이라는데 그 누가 '혹'하는 맘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이 책의 줄거리와 그것에 담긴 의미와 상징이 조목조목 설명되어 있다. 마치 김빠진 사이다를 앞에 둔 기분이다.

"새 천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나는 수만 볼트의 전기 충격과 같은 감동을 받았다."

이 글귀들은 본문의 차례도 소개되기 전에 4페이지에 걸쳐 제시된 서평들의 일부분이다. 독자가 먼저 책을 읽고 평가하기에 앞서 가치 판단을 하는데 원천봉쇄를 당한 느낌이라고 할까? 잘못하다가는 소문난 잔치에 영문도 모르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판이다.

드디어 들어간 본문은 일종의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모임'은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 동안에 자신들에게 있었던 변화와 그에 따르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2장은 이 책의 핵심인 '이야기'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우화를 소개한다. 3장 '토론'은 이 우화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 우화를 어떻게 실제 우리 생활에 활용시킬 수 있을지 동창생들의 토론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우화의 주인공들은 스니프와 스커리라는 작은 생쥐와, 인간을 상징하는 꼬마 인간 햄과 허이다.
항상 풍족하게 있던 치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단순한 스니퍼와 스커리는 즉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인간과 같은 사고 능력이 있는 햄과 허는 불안해하며 기다릴 뿐이었다. 햄은 비관과 원망으로 과거에 안주한다. 하지만 허는 미로 속을 헤매며 '변화'라는 엄청난 여정을 떠나 결국 신선한 치즈를 찾게 된다.

결국 작가는 주인공들을 통해 안주의 위험함과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자세가 중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책 커버에는 치즈가 좋은 직업, 인간 관계, 재물, 건강 등을 상징하며 미로가 우리의 생활 공간, 모임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본문 여기 저기에도 친절히 설명되어 있다. 독자가 다른 의미를 찾을 여백을 남겨 두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허가 미로를 헤매면서 벽 여기저기에 적어 놓은 글귀들은 그 동안 배운 것을 확인, 복습시키는 요점정리 코너 역할을 한다. 그리고 뻔한 상징성을 가진 햄과 허의 대화내용은 독자의 수준을 너무 폄하하고 있다.

이 우화를 듣고 감동을 받아 삶의 활력을 되찾은 동창생들이 나누는 3장 '토론' 부분은 더욱더 실망스럽다. 작가는 독자가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친절히도 동창생들의 입을 통해 의미를 일일이 알려주고 있다.

관성이 강한 인간에게 '편안한 곳에서 외부와 격리된 삶을 사는 것보다는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을 촉구하는 작가의 뜻은 충분히 공감하고 훌륭하다. 우화는 함축성을 지닌, 그래서 독자 스스로가 책을 덮으며 잔잔히 퍼지는 감동을 느껴야 할 장르이다. 그러나 작가는 독자의 이해에 너무나 깊이 관여하고 있다. 맛있는 고기를 소화 잘 되라고 자근자근 씹어서 주면 고기의 진정한 맛을 알 수 있을까? 이 책은 독자에게 이유식을 떠 먹이고 있다. 정말 성공한 사람들이 두 번 이상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초등학교 입학전이 아니었을지 의문이다.

정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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