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나, 나의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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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이제 벗습니다.

차분하게 가나다 한글 운을 따라 사랑의 시를 낭독하던 훤칠한 남자가 순식간에 옷을 벗어 던지고 빨간 내복 바람으로 일명 '통춤'을 춰댄다. 관객들은 기겁을 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변신에 그야말로 배꼽을 잡는다. KBS 개그콘서트의 장수코너 <봉숭아 학당>의 반장을 맡고 있는 개그맨 김인석(25)이 작은 소동의 주인공이다.

"첫인상은 왜 개그맨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차분했어요. 개그맨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범생 분위기였죠." 개그 콘서트의 최지수 작가는 그를 이렇게 말한다. 그런 사람이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으니 더 웃기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봤어요."

김인석은 초등학생 때부터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KBS 개그맨 공채시험을 봤지만 결과는 불합격. 이후 인터넷 개그맨 지망생 모임에서 정보를 얻어 대학로의 개그 공연 팀에 오디션을 보았다. "매일 청소하고 표 팔고 그렇게 7개월 정도를 했어요." 다음 해인 2001년 KBS 16기 개그맨 공채시험에 다시 도전했고 장려상을 수상했다.

공채 합격 후 1-2년간 뚜렷하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기자1, 기자2 역할이 다였어요."개그콘서트에는 재작년부터 출연했다. <공부합시다!>, <도레미 트리오>, <봉숭아 학당>, <대단해요>코너에서의 활약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의 인터넷 팬 모임 회원수는 9000명을 넘어섰고 작년 KBS 방송연예대상에서는 <도레미 트리오>로 코너상도 수상했다. “부모님이 개그콘서트 티켓 주위사람들 주는 거 좋아하세요(웃음).” 이제는 ‘알프레도’라는 이름을 대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가족들의 자랑거리다. 

개그 콘서트의 모든 출연자들은 1주일 내내 회의실에 모여 코너 아이디어를 낸다. "영화 <선생 김봉두>를 보다가 <대단해요>의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일상생활에서 장난을 치다가 아이디어가 나올 때도 있다. 매주 한 시간 시청자들을 웃겨야 하니 제작진 모두 이래저래 부담이 크다. "그래도 웃음을  만드는 과정인데 즐거워야죠." 진지한 회의 가운데 서로 농담을 나누며 분위기를 띄운다.

'개그콘서트' 뛰어넘기

그는 <개그콘서트>로 사람들에게 얼굴 도장을 찍고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다른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개그콘서트> 출연자 섭외를 꺼린다. 기존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란다. 미리 각본을 만들어 움직이는 코미디에 익숙해져 있다가 순서 정도만 간략하게 짜여진 대본을 가지고 '자기가 알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아직 어색하다. 코미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도 부담스럽다. "같은 시간대에 하는 드라마에서는 남녀 관계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폭력적인 것도 훨씬 많은데, 코미디 프로그램을 유독 많이 지적해요." 시청자들이 웃음에 인색하지 않고 코미디를 넓은 아량으로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쑥스러운 듯 '개성이 강하지 않은 외모' 라고 한다. 얼굴이 특이하게 생기지 않아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시도할 수 있는 점이 좋단다.  "단점도 그거예요. 길에 다녀도 사람들이 못 알아봐요. 알프레도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없고, 하하" 눈에 확 들어오지 않으니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박수홍 선배나, 김용만 선배, 유재석 선배처럼 되고 싶어요." 쉽지만은 않겠지만 경험을 많이 쌓아 훌륭한 MC로 자리 잡고 싶단다. 동료들이 "저 녀석 잘될 것 같아." 라는 말을 해줄 때 가장 힘이 난다고.

인생은 서른부터?

데뷔 4년차, 이제 갓 개그맨의 맛을 익힌 신출내기다.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는 서른 살 즈음으로 잡고 있다. "꼭 그때까지 스타가 되겠다는 건 아니에요." 아직 젊으니, 공부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장르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볼 생각이다. 지난달에는 주 활동무대였던 KBS를 벗어나 MBC 예능프로그램 <누구누구>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매주 "나가있어~!"라며 '알프레도'를 구박하던 '세바스찬'은 봉숭아 학당을 졸업했다. 이제는 김인석이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로 교실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입학 1년 만에 엄청난 신분 상승이다. 그가 앞으로 5년을 성장하는 기간으로 잡았다. 아름다운 청년 김인석이 또 언제 내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신분 상승을 꿈꿀지 기대된다.


 
강혜원 수습기자 <hn_silv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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