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는 어렵다

 

송혜영 편집장

DEW 첫 기사를 쓴 때가 2002년 10월. 매달 한 개 이상의 기사를 쓰면서 취재하느라 건 전화번호만 100개는 넘는다. 기획안이 나오면 기사 개요를 잡고 누구를 취재원을 쓸 건지 머리를 굴린다. 취재원 리스트가 만들어지면 인터넷 사이트와 114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아낸다. 한 기사당 최소 4,5명의 취재원은 연락해야 하고 취재 기사가 2개가 잡히면 10명 이상의 사람에게 전화한다. 취재의 핵심이 되는 사람은 직접 만난다. 워낙 여러 사람에게 전화를 하다 보니 방금 전화를 걸어놓고 어디다 걸었는지 잊어버려 다시 전화 걸 때도 있다. 한 번은 SBS 방송국의 한 PD를 연락해야 해서 SBS 전화번호를 알아내려고 114에 전화를 했다. “○○○ PD요.” 아뿔싸, 우물에서 숭늉을 찾으려 했다. 114 직원은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고객님. PD 개인 연락처는 알 수가 없구요. 어느 방송국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홈페이지도 없고 114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회사나 사람은 어찌 연락할지 막막하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거쳐서 겨우 연락처를 얻어낸다. 때론 한 번 만나곤 평생 연락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에게 불쑥 전화해선 취재원의 연락처를 구할 때도 있다. 이제 평소 잘 연락하지 않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면, “이번엔 무슨 기사야?” 라고 답해 당혹스럽다.

어쨌든 연락처를 알아냈으면 다행이다. 전화번호를 누르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시사웹진 DEW 송혜영 기자입니다.” 제대로 알아들으면 자기 소개는 무사히 마쳤다. 하지만 100중에 80은 되묻는다. “어디요?” 혀가 짧은 나로선 DEW 발음이 쉽지 만은 않다. 그때부터 부연설명에 들어간다. “디유~(애써서 발음한다)는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학생들이 만드는 인터넷 잡지입니다.” 처음 듣는 잡지 이름에 어벙벙한 눈치다.

이 바닥 생활도 2년째. 요령도 생기고 좀 건방져졌다. 회사나 단체에 전화를 하면 DEW 소개는 건너 뛴다. “홍보부 연결해주세요.” 어차피 한참 설명해봤자 담당 직원이 따로 있다며 전화를 돌려주면 또 설명해야 한다. 입만 아프다. 특별한 업무에 관한 것을 빼곤 대부분 홍보부 담당이다. DEWY 중 한 명은 취재 관련 업무 담당으로 전화를 돌리고 돌리다 처음 전화 받은 사람으로 연결된 적도 있다. 그래서 이젠 연결해 주지 말고 직통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다. 사람 이름을 직접 알 때는 더 간편하다. “○○○ 대리요~” “○○○ 차장이요.” 아는 사람인양 능청스럽게 이름을 댄다. “무슨 일이시죠?” 묻는다면 여기가 바로 취재원을 연결하는 종착점!! 이쯤 하면 본론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에게 기자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자기 일도 바빠 죽겠는데 꼬치 꼬치 캐물으니 성가실 만도 하다. 취재원의 태도와 반응도 다양하다. 기자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귀찮은 목소리나마 잘 대답해주면 그래도 좋은 편에 속한다. 어떤 이는 취재하려고 하는 내용을 말하면 “모릅니다” “담당 업무가 아닌데요” 를 연발한다. 부정적인 내용을 물으려는 게 아닌데도 지레짐작으로 입부터 다문다. “말씀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기자는 맥이 풀린다. 취재원 중엔 바쁜 사람도 많다. “아 좀 있다가 전화하세요.” 가장 불쾌한 경우는 끊는다는 대답도 않고 툭 전화를 끊어버리는 사람이다. 한참 기사방향을 설명하고 질문을 던지는데 뚜 뚜 뚜~ 상대방은 이미 귀와 입을 닫아버렸다. 이쯤 되면 뚜껑이 열리고 머리에서 김이 난다. 일선 기자들 중에 골초가 많다는 사실이 가슴에 팍팍 와 닿는다.

취재는 어렵다. “아~~!! 또 취재 전화 해야 해.” DEWY들의 울음과 짜증 섞인 목소리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좋은 기사는 사실(fact)가 정확하고 알찬 글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취재가 우선해야 한다. 그래서 열린 뚜껑을 닫고 다시 전화를 건다. “안녕하세요. 이화여대 시사웹진 디유~ 송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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