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본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봤을 것이다.  전문직을 가진 커리어우먼을 꿈꾸다가도 '내 아인 누가 키우지?', '일도 하면서 살림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동시에 이 문제에 해답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함인희 교수(이화여대 사회학과)의 저서 [여자들에게 고함](2001년,황금가지)은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장미빛 꿈을 안고 사회로 진출한 여성들이 부딪히는 우리사회의 벽. 도피처로 생각했던 결혼생활이 가져다 주는 실망과 갈등. 일하는 여성들의 진솔한 체험 사례는 가족 중심의 우리 사회에 대한 함인희 교수의 깊은 안목과 함께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삶의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한 그들의 목소리는 그 어떤 이론 보다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미『변화하는 가족과 여성의 지위』,『가족주기의 변화와 주부 역할의 딜레마』등의 논문 주제를 연구해온 함인희 교수는 우리사회 여성들의 고민거리에 관심이 많다. 그는 "취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인 시대, 여성들의 생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를 실현 할 수 있는 사회활동과, 가정을 꾸리는 일, 두가지 일을 배타적으로 보지말고, 현명하게 대처하기 바랍니다"라며 이 책을 만들게 된 동기를 밝혔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은?

대학교 2,3학년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91년, 연세대) '맞벌이 부부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85%가 일하는 아내를 원한다고 답했다. 반면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대답은 전체의 1/4밖에 되지 않았다.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여성들이 넘어 야 할 벽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일단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 가장 자신이 있을 때 배우자를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결혼 할 것을 강조한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줄 배우자와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일도 중요하다. 아이를 부모가 함께 키우는 문화를 만들 것. 다음 세대를 위해 '딸에게는 야망을, 아들에겐 요리법'을 가르칠 것 등도 출산과 육아의 문제에 있어서의 구체적인 대안이다.

이러한 가족 중심적인 의사소통과 여성들 스스로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너무 온건하고, 보수적이지 않느냐는 독자들의 지적에 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급진적인 주장 속에 희망이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현실로 돌아오면 더 힘들기만 합니다. 작은 것을 바꿔가는 데서부터 출발에서 구조를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의 네트워크

책의 뒷부분에는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을 통해 일하는 행복한 여성이 되기 위한 지침들을 되짚어 본다. 부모의 격려에서부터 리더십의 연마, 남편의 지지, 낙관적 전망까지. 그리고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양성적 자질등이 그 예이다.

특히 함인희 교수는 여성들 사이의 네트워크 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멘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겪고 있는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일을 통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함 교수는 이미 여대생들의 사랑의 심리를 분석한 저서[사랑을 읽는다](99년,출판시대)를 통해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일이 값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책들은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되죠. 좀더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이 역시 여성들의 관계망 구축에 한 몫을 하는 작업이다. 그는 앞으로도 전문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관한 큰 주제들은 좀더 세분화해서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지만, 누구도 번듯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여성들의 속앓이. 그 통증의 해소는 여성들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고, 머리를 맞대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홍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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