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라 입시자료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저희 담임선생님은 입시전형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으세요. 누군가가 대신 다 해주고 공부만 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전주 중앙여고 3학년 신비나양은 답답한 마음을 호소한다. 수시모집이 1, 2학기로 확대되면서 대학입학 기회가 늘었다는데 입시정보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02학년도 2학기 수시모집에서는 전국 173개 대학에서 전체 모집정원의 26.7%인 9만9923명을 선발한다. 1학기 수시모집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어난 인원이다. 이 중 추천자 전형이나 선효행자, 발명가, 소외계층 후원자, 소년보호시설 출신자 등을 뽑는 '대학별 독자적 기준에 의한 특별전형' 선발인원만 8만6222명. 정확한 입시정보에 대한 수요가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 애를 태우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179개의 특권

"수시모집 준비하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교무실에 가보면 전국의 대학에서 보내오는 자료가 많은데 선생님들은 모르겠다고 하세요."
재수생 윤홍제(20)군은 학교에서는 별다른 입시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음대 지망생인 그는 대학입시에 필요한 자료를 학원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담임 선생님이 고교장 추천제에 대한 설명을 전혀 안 해주셨어요. 결국 지원을 못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수를 했으니까 더 안타까웠죠."
정신여고 졸업생 유설(21)양은 일부 담임교사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무조건 교사들을 탓할 수만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 각 대학의 특별전형 종류는 모두 179개. 전형별 세부사항도 입시지도 교사들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구일고 임승천 진학상담부장은 "다양한 입학조건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개개인에게 맞는 전형을 찾아주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이 자신의 조건에 맞는 전형을 찾아와 상의하지 않는 한, 수많은 특별전형에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숨은 입시정보 찾기

대학에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와 홍보자료도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학교 홍보에 치중한 나머지 정작 필요한 입시정보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소개 하나가 끝날 때마다 학교 이름을 외치게 하더군요. 수험생 대상의 설명회가 아니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고 싶은 학과의 수능 점수와 내신이 궁금해 모대학 입시설명회에 다녀왔다는 재수생 김선희(20, 가명)양은 시간이 아까워 도중에 나와버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학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입시정보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학교가 학과와 선발인원 등의 기본적인 사항들만 올려놓았을 뿐,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신성적 산출법, 지원자격 등의 전형요소 제공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 중에는 지난 학년도의 입시전형을 버젓이 올려놓은 곳도 있어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click! 대학입시정보?

"입시정보 내용 면에서 엉망인 사이트가 많아요. 사업자 등록이 없는 개인사이트의 경우, 컨텐츠를 어디서 제공받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에듀넷
(http://www.edunet.net)의 교육용 웹사이트 평가 담당자 이철주씨는 사설 입시정보 사이트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일선고교나 대학이 입시정보를 제공하지 못하자, 최근 사설기관에서 운영하는 입시정보 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2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모든 사이트가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질적인 수준을 제고하고, 교육 수요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에듀넷은 대대적인 사이트 평가에 들어갔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몇몇 사이트들도 점차 서비스를 유료화하고 있는 추세라 학생들의 불만이 늘고있다.
"지방대나 전문대의 경우 입시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전부라 자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다 유료서비스로 바뀌어서 자주 안 가게 돼요."
이만형(19, 산본고3)군은 입시생이 돈을 주고 대입정보를 구해야 하냐며 불쾌함을 표했다.

얼마전 한 일간지에 실린 인터넷 입시상담을 하는 청주고 교사 임근수(38)씨의 기사는 수험생들이 얼마나 입시정보에 목말라 있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중앙일보 9월 6일자에 따르면 그가 개설한 수시모집 사이트(http://www.unidream.co.kr)에는 하루 평균 7000~8000명의 수험생이 방문하고 있다. 사이트 관계자는 "상담건수가 너무 많아 상담게시판을 종종 닫아둬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선발기준도 모호할 수밖에

미인대회 입상자, 방송출연 일정시간 이상, 만학도, 발명가, 자격증소지자, 전업주부, 자기 추천자, 퀴즈성적 우수자, 재주꾼…. 2002학년도에 173개 대학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특기자 전형기준이다. 대학, 전공마다 전형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목표 대학과 학과를 정한 뒤 지원시기와 유형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대학 측이 제대로 된 입시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특별전형은 선발기준이 모호해 정보찾기에 성공한, 운좋은 사람들을 위한 합격수단이 될 뿐이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한국 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 5월 '특별전형 인증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2003학년도부터는 유형이 현재의 3분의 1로 줄고 인증을 받은 경시대회만 전형요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되는 인원은 8만6222명(전체 모집정원의 26.9%), 결코 적은 인원이 아니다. 돌아오는 11월, 수능시험을 치르는 74만 수험생들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담임교사들과 대학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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