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한 여자가 연극 중반부터 계속 뛰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멈추는 주인공. 양손을 뻗으며 만세를 외친다.
"끝까지 뜁니다. 당선될 때까지 그녀의 노력은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결국 당선됩니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관객들의 박수와 함께 마지막 조의 퍼포먼스가 끝났다.

지난 9월 14,15일 한국 여성 개발원에서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이하 여세연), 서울시, 여성부가 주관한 리더쉽 캠프가 열렸다.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여대생들이 차세대 여성 지도자를 꿈꾸며 이 캠프에 참가했다. 리더쉽 훈련, 여성 정치 지도자의 강의, 조별 모임, 앞서 소개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도전하십시오, 여러분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새천년민주당의 김희선 의원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참가자들은 그의 강의에 자신감을 얻은 듯 했다. 이영애 교수(단국대 법정학부)의 '정치와 여성', 이정옥 교수(대구가톨릭대)의 '성의 정치와 여성의 주류화'등 세시간이 넘는 강의에도 참가자들은 질문과 강의 주제 토론 등으로 열의를 보였다.

최고의 여성 리더를 향해

통찰력, 책임감, 유연성, 포용력...  
"21세기 리더의 덕목으로 무엇을 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여섯 개를 선택하라는

지도 강사의 말에 참가자들은 의견 조율에 여념이 없었다. 토론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공동의 답안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리더쉽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리더쉽 행동 지수를 매겨 보는 시간도 가졌다. 점수는 관계유지적 리더쉽과 목표성취 리더쉽 두 가지로 구분되어 각 30점 만점으로 측정하였다.

그 결과 참가자의 90% 이상이 두가지 부분 모두에서 20점이 넘어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나타냈다.

훈련을 지도했던 송창석 소장(세종리더쉽연구소)은 "진정한 여성 지도자로서 현재의 리더쉽을 더 키워나가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하룻밤 사이에 허물을 벗고

이번 캠프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조별 토의와 발표이다. 훈련 틈틈이 분과 토론을 갖고 그 결과물을 어떠한 형태로든 발표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 중 하나였다. 문정례(한국외대 중국어과4)씨는 학생이지만 주부로서의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가사와 육아는 어떻게 분담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 남편이 도와주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은 하려고 노력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주부인 문정례씨에게 관심이 집중되었고 가사와 사회생활이라는 주제가 자연스럽게 토론거리가 되기도 했다. 조아라(21, 이화여대)씨는 그에게 슈퍼워먼 컴플렉스를 은연중에 의식하고 있지 않느냐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태림 지도 교수는 요즘 젊은 학생들이 여성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었다며 같은 여성으로서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여성 정치 참여 문제에서부터 가사 노동까지 토론은 밤이 가도록 끝날 줄 몰랐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토론에 참여하지 못했던 서지영(23, 이화여대)씨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가 없었던 12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한 변화가 개인적인 의식의 발전뿐 아니라 여성 정치 주체화에 한 발짝 다가섬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을 끝낸 후 각 조는 성추행에 관한 모의 재판, 여성 대통령의 회상 등 다양한 형식의 발표를 준비했다. 여성 대통령이 그의 삶을 회상하면서 다음 자리를 새 세대의 여대통령에게 남긴다는 내용의 역할극은 특히 큰 환영을 받았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청년 연대'의 목소영(23, 명지대)씨는 조별 발표가 끝난 후 각 조에서 했던 퍼포먼스가 우리가 여성에게 거는 기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며 그 기대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기대라고 했다.

캠프 동안 훌륭한 리더쉽을 보여 참가자들의 추천으로 여성부 장관상을 수상한 김태연(25, 숙명여대)씨는 이번 캠프를 통해 여성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여성의 정치 세력화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김영옥 여세연 사무국장은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정치에서 소외되어 왔던 나머지 반쪽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21세기 리더가 되기 위한 젊은 여대생들의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성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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