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실의 반장에서부터 한 나라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집단에는 리더가 있다. 리더는 집단의 성격과 방향을 규정지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크다. 차세대 리더가 될 대학생들은 지금 어떤 리더십 교육을 받고 있으며 그 안에서 그들이 모색한 진정한 리더상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다.

리더, 길러질 수 있다!

각 대학에서 리더십 교육이 활기를 띠고 있다. 수업, 특강, 세미나에서부터 리더십 센터 운영, 리더십 인증제에 이르기까지 그 방식은 다양하다. 서울대 <현대사회와 리더십>, 한동대 <리더십의 이해> 교양 수업 등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관련 수업이 개설되어 있다. 이는 '기업의 지도자'라고 제한적으로 쓰이던 '리더'의 개념을 확장시켜 전 분야에서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는 지난 9월 1일 '대학생활문화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리더십 개발'을 개인 상담 활동에 추가했다. 연세대는 올 5월부터‘연세 리더십 포럼'을 시작했으며 10월 9일 '연세 리더십 센터'를 개원, 2학기부터 리더십 관련 특강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연세대 공과대학과 연세리더십센터는 9월 18일에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지낸 서남표 교수를 초청, <Leadership and Challenges in Engineering>이라는 주제로 초청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연세대 제3공학관 강당에는 3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여기에 참석한 이상국(정보산업공학과)씨는 "초·중·고등학교 때는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없었잖아요?"라며 학내 리더십 교육을 환영했다.

"리더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화여대는 작년 가을 학기부터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리더십 인증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를 기획한 강혜련 교수(경영학과)는 자신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주변의 건전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면 그가 곧 리더라며 리더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리더십 훈련 과목을 수강한 조현지(교육공학과)씨는 "토론 수업, 스피치 훈련, 그룹별 프로젝트,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특별 강좌 등을 통해 리더의 자질과 역할, 남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리더로서 자신의 분야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수적이다. 이런 필요에 의해 대학생들은 시민 단체나 사회 단체를 찾아 실질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여성시민단체 한국여성정치연구소는 '차세대 여성지도자 연수교육'과 '여성정치지도자 해외연수' 등의 자리를 마련해 젊은 여성들에게 지도자로서 가져야 하는 지식과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 8월, 2주 동안 이 연구소가 주최한 '여성보좌진양성전문과정'을 거친 김성욱(서울대 환경대학원)씨는 정책 질의서 작성, 모의 국정 감사 등에 참여하면서 보좌관의 역할 뿐 만 아니라 정칟행정·정책의 실현 과정을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환경 정책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학교 안에서 배운 정책에 관한 내용을 이번 체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권력의 장에서 올바르게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전한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갯벌을 보전하자고 말하는 건 잘못이죠." 지난 8월,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이 전문갯벌지도자 양성을 위해 마련한 '2001 갯벌 환경 교육 Workshop'에 유일하게 대학생으로 참가한 최재홍(건국대 법학과)씨의 말이다. 소송을 통한 환경 운동을 주장하는 그는 '새만금 미래세대 소송'에 관한 자료 정리를 하다 정작 갯벌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이번 갯벌 교육에 참가했다. "직접 느낀 자만이 참되게 행동할 수 있고, 실천을 통해 타인을 이끌 수 있죠."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타에서 상근 변호사로 일하며 환경 운동을 하고자 하는 그는 지역 주민 스스로 환경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아니더라도 남이 할 수 있도록, 내 후대에도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드는 게 리더 아닐까요?" 

리더십, 세계 속에서 배워요!

국제화 시대의 경쟁력 있는 리더 양성을 위한 HPAIR(Harvard Project for Asian & International Relations)는 350~400여명의 전 세계 학생들과 학자,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와 국제사회가 당면한 이슈를 토론하는 단체이다. 하버드대와 아시아에서 그 해 선정된 국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연례국제회의에 현재 한국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가 HPAIR KOREA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공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년 열리는 HPAIR 본 회의와 격주로 열리는 세미나, 중국과의 교류 등으로 국제 관계의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 올 여름방학 때 열린 싱가폴 세미나를 비롯해 다수의 국제회의 경험이 있는 오미연(연세대 정치학대학원)씨.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생각하고 경험하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하죠." 여러 나라의 학생들을 만나면 지적 충격을 받게 된다는 그는 올 겨울에 있을 '동북아 네트워크' 준비에 한창이다.

어린이 대상 리더십 교육서를 내는 등 리더십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신완선 교수(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부)는 대학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리더십 교육의 장을 마련해 올바른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 사회의 주인공인 대학생들이 이에 적극 참여하여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되고 진정한 리더에 대해 조망하길 바란다."

리더십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믿고 따를 만한 리더가 간절한 한국 사회에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를 배출하기 위해 사회·문화적인 기반 마련과 대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정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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